원시림에서 길 잃었던 오누이가 몇년 후에 다시 집으로 돌아올 때 그냥 두 사람이 돌아왔다면 인간의 도덕을 지켰다고 평가받게 될 것이고 만약 자식까지 이끌고 돌아왔다면 자연적 본능을 따랐다고 평가받게 될 것이다.
육체와 정신의 합일체인 인간은 확실히 자연적인 속성과 사회적인 속성을 띠고 있으며 본능적인 충동과 욕구에 대한 자제를 리성을 통해 실현하고자 한다. 이성과 본능의 충돌은 인간의 삶을 모순 속에 빠뜨리기도 하지만 또한 이러한 모순으로 하여 인생은 더욱 이채를 띠게 된다.
그렇다면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가 인생의 좌표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지향성은 무엇인가. 여기에서 인간은 일차적으로 선택의 어려움에 부딪치게 된다. 즉 인생의 좌표를 본능에 두어야 할 지 아니면 리성에 두어야 할지? 자연성과 사회성에서 어느 것을 더 충실히 해야 할지 우리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여직껏 우리는 감성과 리성 즉 본능적인 것과 도덕적인 것을 대립시켜 왔고 리성의 중요한 직책으로 본능의 욕구에 대한 억제를 강요해왔다. 그러나 리성의 직책은 단순 억제를 위한 억제가 아니다. 본능의 욕구를 억제하는 것은 본능의 욕구를 더 멋있게 더 아름다운 미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 아니겠는가.
예하면 우리의 음식생활, 지어 남녀 성생활도 단순 동물단계의 그런 본능적 욕구에 대한 만족과는 다르다. 우리는 이미 본능적인 욕구에 대한 만족을 문화적 단계로 승화시켰으며 이러한 승화과정에서 리성은 자기의 직책을 충실히 집행한 것이다.
또한 이러한 개개 인간의 욕구에 대한 만족에 서로 지장 없도록 하기 위해 우리는 제도를 만들었고 도덕적 룰을 지켜가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나 도덕이 일단 무거운 십자가처럼 도덕을 위한 도덕, 즉 도덕자체가 수단에서 목적으로 된다면 인간의 삶은 오히려 피곤해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과학을 발전시키고 물질적 삶의 풍요로움을 추구하기에 앞서 목적과 수단이 엇갈리는 그러한 삶에서 해탈되어야 하며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그러한 삶의 윤리를 지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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