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회가 문명하고 발달한 선진 사회이냐 하는 기준은 다양하겠지만 사회공공복지시설의 설치 및 보급정도와 사회성원 공공질서를 지켜가는 도덕의식수준은 필수적이라고 생각된다. 특이 어린이, 노약자, 장애자들이 아무런 불편함 없이 삶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다는 것은 선진사회의 중요한 징표로 된다고 보아진다.
현재 국경도 무의미해지고 있는 열린 세상에서 교통수단은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요소로 되고 있으며 따라서 사회공공복지시설은 대중교통수단에서도 많이 반영되어지고 있다. 서울의 경우를 놓고 보면, 지하철역마다 노약자와 지체장애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엘레베이트가 설치되어 있고 지하철 바구니마다 노약자, 장애인, 임신부 보호석이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공공복지시설들이 진정 사회의 따사로움을 그대로 전하고 활용대상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해 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어딘가 허점이 보인다는 느낌이 든다. 왜냐하면 이러한 시설들은 아무리 선진적인 것이라 해도 어디까지나 물리적 장치에 불과하다. 이러한 장치들이 자기의 가치를 충분히 나타내고 사회 모든 성원들이 서로 사랑을 주고 받을 수 있게 하려면 우리 모두가 배려하는 자세를 키우고 동시에 받는 자의 입장에서 고마움을 표현하는 마음을 키워야 하며 “배려”함과 “고마”움이 서로 어울리는 문화적 풍토를 키워가야 한다.
지난번 지하철에서 이런 광경을 목격했다. 한 젊은 여성이 돌이 금방 지난 애기를 품에 안고 네댓살 되어 보이는 딸애와 함께 노약자 보호석을 이용하고 있는데 한 건장한 노인이 오시더니 노인을 보고도 노약자석을 양보하지 않는다고 야단치더니 끝내 어린이를 일켜 세우고 그 자리에 앉았다. 자리를 “양보”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노인은 계속해서 예절 없다는 등, 애를 핑겨로 노약자석을 차지하고 있다는 둥 훈계를 그칠 줄 모르고 어린애 엄마 또한 참지 못하고 자기가 임신중이니 노약자석에 앉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맞불질한다. 다만 자리를 양보한 어린애만 몸을 가누지 못하며 휘청거리고 있을 뿐이다. (지하철 승객용 손잡이는 키가 1메테도 안되는 어린이에게 있어서 너무나 높이 매달려 있다)
만약 그 어린애가 자기 손자라면.... 혹은 저 노인이 바로 자기 할아버지라고 한다면....이런 생각을 굴리다가 기분 잡쳐 그 자리를 떠나 다른 바구니를 이동한 순간 또 다른 광경에 경악하고 말았다. 한 할아버지가 문어귀에 쭈크리고 앉아 책을 보고 있는데 누구도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이 없었다. 최소 내가 아홉 정거장을 지나 내릴 때까지도 노인은 그냥 그 자세로 책을 보고 있었다. 뭐라고 할 말을 잃었다. 여기에 무슨 말이 또 필요하겠는가? 사실 무엇이 필요한가를 누구나 다 알고 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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