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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씬칸우”콤플렉스
2005년 02월 16일 00시 00분  조회:5125  추천:65  작성자: 관리자
“허씬칸우”콤플렉스

우상렬| 연변대학 부교수


요새 대학교수 버젓이 잘 나가는듯하다. 우리 연길만해도 에헴 연변대학에 있소하면 아, 그렇소!하며 좀은 부러운 눈길로 보는듯하다. 그런데 천만에, 말마소! 우리 대학교수들 힘들어 죽겠수다. 바로 “허씬칸우(核心刊物)”콤플렉스때문이라오.

대학교수들사이 시장경제도태제를 실시하여 국가급 “허씬칸우”에 론문이든지 무엇이든지 발표를 해야 장땅이고 지방급 잡지같은데 발표해서는 꼴찌라는것이다. 그래서 수익도 여기에 의해 좌우지됨은 더 말할것도 없다. 그러니 자연히 “허씬칸우”콤플렉스에 걸려 우리 대학교수들 자나깨나 너도나도 “허씬칸우”, “허씬칸우”하며 발을 동동 구른다. 바로 여기에 우리 대학교수의 초라한 또 하나의 자화상이 있다.

대학교수의 정도(正道)나 사명을 잠간 보도록 하자. 대학교수하면 뭐니뭐니해도 인재양성, 과학연구, 사회봉사가 본령인줄안다. 이 세부분으로 이루어진 정삼각형우에 굳건히 설 때 대학교수의 위상이 바로 선다. 현재 우리 대학교수들을 볼 때 승다죽소(僧多粥少)라 차례지기에 바쁜 강의에 열심히 하지 않을래야 않을수 없는것으로 인재양성은 그럭저럭 되는판이고 “허씬칸우”에 내기 위해 아득바득하니 과학연구쯤 역시 되는것으로 보아 무방한줄로 안다. 그런데 문제는 사회봉사에 있다. 현재 우리 대학가에 있어서 “허씬칸우”의 고유료에 비겨 사회봉사는 말 그대로 봉사인셈이다. 신문, 잡지같은데 원고료없는 글이나 라지오방송, 텔레비 무료출연은 더 말할것도 없고 가령 유료라 하더라도 그것은 “허씬칸우”의 고유료에 게임이 안된다. 그러니 우리 대학교수들의 마음도 자연히 “허씬칸우”고유료에 끌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 대학가에는 바쁘오, 뭐요 하면서 무료원고나 출연은 아예 사절하는 동취(銅臭)의 구린내가 나고 있다. 이로부터 대학교수들이 맡아야 할 고상하고도 레벨 높은 정신적인 사회봉사가 멍들고 죽어가고 있다. 잡지나 신문, 방송에 흐드레 잡소리가 많은것은 그 한보기가 되겠다. 우리 연변의 경우는 더 심한줄로안다. 조선글이나 말을 매개로 한 고급적인 사회봉사감이 워낙 적은데다가 우리 조선족교수들까지 외면하고 있으니 말이다.

여기서 나는 교수일반을 떠나 우리 조선족교수에 대해 좀 얘기하려고 한다. 조선족 교수, 우리 200만동포의 엘리트들이다. 우리는 일단 스스로도 이런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이런 자부심을 가질 때 사명감도 살아난다. 그럼 엘리트란 무엇인가? 엘리트에는 많은 멋진 타이틀이 붙겠지만 적어도 지성이 안받침된 리드십으로 개괄해볼수 있다. 일반적의미에서 이런 엘리트들의 리드십이라는것이 굳이 거창한 정치적인것보다는 정신적인 정도나 비전을 제시하거나 보여주면서 이끄는것이다. 그래서 엘리트들은 기회나는대로 글을 쓰고 연설을 하며 사회에 참여하고 봉사해야 한다. 한 민족에게 있어서 이런 엘리트들이 죽어지낼 때 그 민족도 죽게 되는것이다. 우리 연변대학은 명실공히 조선족대학이라고 말할수 있다. 학생은 더 말할것도 없고 교수도 우리 조선족교수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우리는 쌀 한줌에 어렵게 창업했고 오늘도 어렵게 꾸려가고 있는듯하다. 다른 대학에 비해 교수들의 돈주머니사정이 여의치 못하다. 그만큼 교수들의 돈주머니를 넉넉히 못채워준다는 말이 된다. 그래서 “허씬칸우”콤플렉스에도 더 많이 빠지는듯하다. 그래서 박사학위소지자 내지는 박사지도교수들까지 돈주머니사정이 좋은 대학으로 줄줄이 가기도 한다. 현재는 시장경제 돈세상이라 이것도 그리 탓할것은 못되지만 적어도 조선족엘리트라는 자부심에 따른 의무와 책임감을 잊어서는 안된다. 사실 오직 이 의무와 책임감을 잊지 않을 때 오늘날 인터넷을 비롯한 통신망이 발전한 세월에 어디에 있어나 가나 마찬가지다. 어디까지나 마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학교수, 적어도 우리조선족 대학교수들이 대학교수 본연의 모습을 찾자면 하루빨리 “허씬칸우”콤플렉스를 떨쳐버려야 한다. 주머니가 텅텅 비였어도 쟁쟁 쇠소리나는 대쪽같은 말을 하는 옛선비의 도고하고도 멋진 모습을 떠올려 볼 때다. 선비는 가난해야 되거늘, 예로부터 그 식이 정상으로 가난해왔음을. 가난해야 다른 사람의 사정을 알게 되고 동정하게 되는 법. 그리고 가난해야 사회참여적이고 비판적이 될수 있다. 사회발전은 바로 이런데서 온다. 이것이 바로 청빈락도(淸貧樂道)의 경지. 공자의 수제자 안회가 허름한 집에서 죄기밥 한덩어리 먹고 팔베개를 하고 누워서 여유작작하게 웃을수 있는 경지가 바로 이런 경지다. 대학교수, 특히 우리조선족 대학교수들은 바로 이런 경지에서 놀아야 한다. 그렇지 못할 때 우리는 “비대”해져 옛선비의 깔끔한 그 모습에 부끄럽다. 우리가 이런 경지에서 놀 때 우리는 아직도 많이 어려움에 처해있는 우리 조선족의 절대 다수와 한덩어리가 되는 기본 바탕이 마련된다. 바로 이럴 때 우리는 일단 감정적으로 하나가 된다. 그래서 우리 대학교수를 비롯한 조선족엘리트들이 민족지성의 빛을 발할 때 우리 민족구성원들은 정녕 그것을 빛으로 받아들인다. 오직 이럴 때만이 우리 민족의 구성원들은 구심점과 더불어 미래비전을 갖게 되며 민족엘리트들에 대해 숭엄한 경의를 보낼것이다. 엘리트들에게 주어지는 부(富), 그것은 청빈락도경지의 뽀나스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현대는 시장경제인만큼 이런 당위성에 선진국의 교수평가제처럼 지방급 잡지같은데 발표하는 “꼴찌”딱지에나마 더 힘을 넣어주고 방송출연가산점, 사회특강가산점 등 다양한 사회봉사 시스템을 구축하여 실제적인 동기부여를 하는 합리적인 교수평가제가 도입될 때 그것은 금상첨화식의 실제적인 동기부여의 뽀나스가 될것이다. 이렇게 될 때 청빈락도의 당위성과 시장경제의 합리성이 조화를 이룬 대학교수, 특히 우리조선족 대학교수의 바람직한 현실적좌표가 이루어질것이다.

내가 연변을 못 떠나가는 리유, 바로 청빈락도에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잘 안되는 글이지만 끙끙거리며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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