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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교육자로서 자기도 모르게 은근히 봉살(奉杀)과 매살(骂杀)이라는 말에 마음이 끌린다. 그럼 봉살과 매살이란 무엇이냐? 앞의것은 올리춰서 죽인다는것이고 뒤의것은 그 반대, 즉 내리깎아 기죽여 죽인다는것이다. 가볍게 말하면 칭찬하기와 욕하기도 되겠다. 참 재미나는 말이다. 시사하는바가 많다. 이 말은 우리 중국의 대문호 로신선생이 자기의 잡문에서 아마 최초로 한줄로 안다.
사실 긍정적인 의미에서 봉살과 매살을 잘 구사하면 우리 교육에 대단히 효과적인 줄로 안다.
물론 원색적인 의미에서 놓고 볼 때 봉살과 매살은 교육에서의 두 극단을 잘 개괄하고있다. 봉살을 보도록 하자. 부모들이 아이들을 키우는데 우리 아이 기죽이지 않기 위해 오냐, 오냐 거저 곱다, 잘한다고 하기만 하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이렇게 큰 아이는 대개 기고만장, 안하무인격이 되여 사회에 나가서 사회생활을 잘 못하게 된다. 심할 경우에는 도덕은 더 말할것도 없고 법에 저촉되기도 한다.
이에 반해 매살을 보도록 하자. 부모들이 아이들을 키우는데 우리 아이 바르게 키운다고 조금만 빗나간다 싶으면 기를 죽이면서까지 엄하게 다스리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이렇게 큰 아이는 대개 전전긍긍하며 사회에 나가서 자기가 할 일도 대담하게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시기 어려운 세월에 많은 아이를 키우는 마당에 이런 매살의 경우가 많은 줄로 안다.
사실 동방과 서방에 있어서 봉살과 매살의 현상은 있되 그 비중은 좀 달랐다. 상대적으로 놓고 볼 때 동방의 경우, 우리는 설복교육을 하는 도덕적차원의 봉살이 많았고 서방의 경우는 랭혹하게 제재를 가하는 법적차원의 매살이 많은줄로 안다. 례를 들어 한 아이가 추운 겨울 방의 창문유리를 깨였다고 하자. 우리 동방의 경우라면, 얘야, 이 추운 겨울에 창문유리를 깨면 얼마나 춥겠니? 말하자면 정으로 마음을 움직여 앞으로 다시는 그러지 말아라하는 식. 그러나 서방의 경우라면 “그래 니가 깨서, 좋아, 하루 저녁 얼어봐라.”라고 하고는 정말로 그 추운 방에서 하루밤 지내게 하고는 이튼날 말한다. “그래, 어떠냐? 춥지? 앞으로 또 깨겠니?” “아니요!” 그럼 그렇겠지. 어른은 만족한 웃음을 짓는다.
사실 서방사람들도 봉살과 매살을 잘 구사해온줄로 안다. 이른바 당근과 채찍의 론리 즉 말을 들을 때는 당근, 말을 듣지 않을 때는 채찍을 들이대는 식. 똑 마치 동물을 훈육하듯이 말이다. 여하튼 그들은 바로 당근과 채찍의 론리로 충동적이며 극단적으로 흐르기 쉬운 사람들의 기질을 잘 잡아온줄로 안다.
그럼 봉살과 매살, 어느 쪽이 옳은가? 원색적인 의미에서 그 어느 하나만 옳다고 고집을 부릴 때 그것은 편집광적인 극단. 극단은 금물. 때와 장소에 맞게, 구체적인 문제는 구체적으로 풀이하는 식으로 봉살이든 매살을 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례컨대 우리 교육에 있어서는 상대에 따라 처방을 내려야 된다고 생각된다. 우리 대학생들도 마찬가지. 그래서 나는 천성적으로 기가 약하고 억압적인 환경 혹은 결손가정에서 자란 애들에 대해서는 봉살 한다. 너는 된다, 하면 된다, 개천에서 룡 나는 법이 아니더냐. 룡, 룡 하면서 구렁이를 룡으로 만드는, 짧은 바지 춰주는 식. 이에 반해 천성적으로 기가 세고 귀족적인 환경 혹은 완전무결한 가정에서 자란 애들에 대해서는 매살을 한다. 너는 코대를 좀 낮춰, 다른 사람도 생각해야지, 모난 돌이 징 맞지 않더냐, 그러니 모를 좀 죽여, 하는 식으로.
사실 봉살과 매살은 한 학생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 사람은 원래 잘하거나 잘 나가게 되면 코대가 높아지는 법. 학생도 례외가 아니다. 이때는 매살을 해야 한다. 그리고 사람은 원래 잘 못하거나 잘 못나가게 되면 기가 죽게 되는 법. 학생도 례외가 아니다. 이때는 봉살 해야 한다.
보다시피 가장 중요한것은 봉살과 매살을 변증법적으로 구사하는데 있다. 그 관계의 끈이 끊어질 정도로 너무 팽팽해서는 안된다. 그렇다하여 그 관계의 끈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게 너무 느슨해서도 안 된다. 모든것은 도(度)의 문제. 때와 장소에 맞게, 구체적인 문제를 구체적으로 풀이하는 식으로 봉살과 매살을 변증법적으로 도에 맞게 행하는것이 우리 교육의 바람직한 자세고 삶의 지혜인줄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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