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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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2005년 05월 30일 00시 00분  조회:4807  추천:67  작성자: ysl
장애인

내가 한국에서 중국말을 가르치다가 장애인을 殘疾人이라고 한다고 하니 단방에 학생들 속에 질의가 들어왔다. 교수님, 너무 하지 않나요? 장애인을 어떻게 殘疾人이라고 불러요? 나는 처음에 어안이 벙벙해 났다. 장애인 殘疾人 아니고 뭐야... 그러나 다음 순간 이해가 되었다. 머리가 좋은 내가 아니더냐! 한국어로는 殘疾人을 장애인이라고 부른다. 동의어반복, 시간낭비? 천만에! 두 지칭은 뉴앙스가 전혀 다르다. 변소와 화장실의 뉴앙스차이 같은 거. 殘疾人. 주체에게 결과적으로 차례진 殘하고 疾한 쪽으로 비중이 실리면서 불구, 병신이라는 뉴앙스가 확 풍긴다. 그러나 장애인, 장애를 당한 혹은 받는 혹은 느끼는 ‘인’, 그러니 객체의 원인 쪽으로 비중이 실리면서 불구, 병신이라는 뉴앙스가 없다.

殘疾人과 장애인의 뉴앙스의 차이, 중국과 한국의 ‘불구자’들의 현주소다.
한국은 장애인들의 천국이다. 장애인들이 활개치며 다닌다. 정상인들보다 더. 인행도에는 언녕 맹인전용인 점자형 혹은 작대기형 볼록도가 깔려있다. 그리고 아파트, 공공시설에 휠체어전용장치가 다 되어 있다. 주차장이나 화장실도 늘직하게 장애인전용이 다 되어 있다. 휠체어 탄 모양새를 그려 놓아 전용임을 표시한다. 화장실의 경우는 난간을 비롯 전문 편리시설을 갖추어 놓았다. 지하철의 경우는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입구에서 버튼 하나 누르면 도움을 주는 전문인원이 출동할 뿐만 아니라 휠체어승강장이 펼쳐진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서는 장애인전용승강장 및 전용좌석이 있어 지하철이용도 별 불편함이 없다. 이로써 장애인의 이동권이 보장된다.

그리고 사회적 평등이 보장된다. 장애인이 참여할 수 있는 모든 분야에서 평등하다. 교육받을 권한 하나만 놓고 보자. 한국에서는 장애인들도 정상인이 다니는 학교를 자기의 소원대로 얼마든지 갈 수 있다. 한국의 각 대학교도 보면 장애인수용시설이 다 되어 있다. 대학 캠퍼스 내에서 이동의 자유, 편의시설이 충분히 보장된다. 그래서 그런지 장애인들도 심심찮게 눈에 띄인다. 내가 교환교수로 있는 자그마한 지방대학교인 배재대학교의 경우만 놓고 보아도 도서관에 맹인전용 점자 도서, 컴퓨터, 프린트가 다 비치되어 있는데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거저 교육을 중시하는 나라가 다르긴 다르구나 했다. 어떤 대학교에서 신입생모집에 자기 학교는 모든 장애인시설이 갖추어졌으니 장애인들도 환영입니다하고 광고를 냈단다. 그래서 어떤 지체장애인이 입학해 왔는데 도서관서가 위 부분의 책을 빌리기에 불편한지라 법원에 기소를 했단다. 학교가 허위광고를 했다고. 법원에서 이 장애대학생의 편을 들었단다. 그래서 그 장애대학생은 승소했단다. 한국에서는 장애인이 선생, 교수 노릇도 곧잘 하는 것 같다. 내가 아는 대학교수 가운데는 어릴 때 소아마비로 다리를 저는 사람도 있고 한쪽 손이 비틀어진 사람도 있다. 배재대학교 국문과의 모모 교수는 바로 한쪽 손이 비틀어진 사람인데 강의만 잘 하고 있다. 1980년대 초반 내가 대학을 다닐 때 중국에서는 장애인들의 대학입학이 허용되지 않았다. 1980년대 말까지 줄곧 그랬다. 특수한 케이스로 입학하는 경우는 간혹 있겠지만. 그리고 장애인이 선생 노릇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노릇이다. 지금은 많이들 좋아졌겠지. 배우고 가르칠 권리, 인간의 기본권리의 하나.

나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장애인에 많은데 놀랐다. 한국은 왜 장애인이 많지? 자그마한 땅덩어리에 말이다. 사람도 많지 않은데... 나는 머리를 갸웃했다. 후에 알게 된 일이지만 나다니기 편리하니 그 만큼 나다니기 마련이고 장애인들도 할 일이 있으니 나다니기 마련이다.

한국의 장애인들은 당당한데가 있다. 장애인이라 해서 주넉드는 것 같지 않다. 그들은 집이나 장애인복지센터 같은데 죽 처져 앉아 주는 밥이나 얻어먹으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밖으로 나가 자기 밥벌이를 한다. 한국의 길거리를 가다보면 엉치 부분에서부터 두 다리에 걸쳐 고무‘바지’를 입은 하지 불구나 마비자가 가슴부분에 밀착된 바퀴차를 간신이 밀며 움직여가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들 머리맡에는 돈구럭이 달리고 녹음기를 탑재한 조그마한 다른 밀차가 있다. 그들은 분명 돈을 구걸한다. 그러나 누구보고 거저 달라고 하지 않는다. 자기가 노래를 못할망정 녹음기에 노래를 띄워놓는다. 그 노래는 대개 우리 모두의 영혼을 ‘구원’할 찬송가이다. 좋은 노래를 들었으니 주고 싶으면 좀 달라는 것이다. 합리적이다. 그리고 주는 쪽에서도 불쌍하고 가련한 그 무엇보다는 ‘들었으니깐’하는 명분이 선다.

한국의 지하철을 타도 마찬가지다. 쩍 하면 눈에 띄이는 광경은 한손에 지팽이를 들고 다른 손에 돈구럭을 든 맹인이 목에 건 소형녹음기를 틀어놓고 지하철 안을 걸어가는 것이다. 역시 같은 합리적인 이치로 돈을 ‘버’는 것이다. 우리 중국에서 불쌍하고 가련한 상에 동정심을 유발하여 거저 돈을 구걸하는 경우하고는 전적으로 차원이 다르다. 얼마 전에 어느 대학교에서 장애인동아리에서 휠체어댄스를 선보인다는데 두 눈이 번쩍 띄었다. 장애인이 노래하는 것은 많이 보았으되 춤, 그것도 휠체어를 탄 상태에서 춘다니 희한한 광경이 아니겠는가? 사실 춤이야 별로다. 한국에서는 장애인들 할 수 있는 껏 농구, 축구 등 각종 스포츠대회도 진행한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연변에 장애인가무단이 있어 참 인기가 있었다. 전국적인 공연에도 출연해 대상을 휩쓸었다. 지금은 왜 볼 수 없는지? 아쉽다.

한국에도 중국의 殘疾人協會와 같은 단체가 있다. 이들 단체는 장애인들의 권익을 위해 당당하게 정부와 협상하기도 하고 요구하기도 하며 맞서기도 한다. 그래서 한국은 사회제도나 법적으로 장애인권익이 충분히 보호를 받을 뿐만 아니라 생활보장도 잘 되는 셈이다. 한국에는 벙어리들의 의사전달을 맡는 手話종사들도 상당히 있다. 정부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육성한다. 그리고 여러 단체들에서 휠체어타기 등 장애인생활 체험을 통해 장애인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각종 캠페인도 잘 벌인다.

장애인들이 일반사람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가련한 동정이나 방조가 아니다. 그들은 자기네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자기 스스로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육체적 인격적 自活을 추구한다. 사회나 정부 차원에서는 이런 自活을 위한 여건을 마련해달라는 것이다. 당당한 인격체로서의 자립, 존중을 그들은 추구해 나간다. 전반 사회적인 분위기도 장애인인격체로서의 존중이다. 그래서 장애인을 무능한 아이취급을 하지 않는다. 장애인을 도울 때도 무조건 돕는 것이 장땅인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자존을 살려 그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하도록 하고 할 수 없는 것을 자원봉사자나 옆의 사람들이 돕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장애인에 대한 호칭 하나만 놓고 보아도 그렇다. ‘병신’, 아니 이것은 우리 중국에서도 안 부른다. ‘불구자’, 殘疾人의 우리말 번역-절대 안 부른다. 장애인들의 아픈 데를 더 자극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가장 무난한 ‘장애인’인데 이것조차도 부르기 굉장히 민망스러워 한다. 특히 장애인이 자리에 있는 장소에서. 이렇게 장애인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슴배인 여린 마음이야 말로 정말 우리가 본받아할 바다. 바로 여기에 한 사회의 여유로움, 문명의 척도가 나타난다.

저, 학교캠퍼스에서 장애인들과 일반대학생들이 한데 어울려 스스럼없이 환히 웃는 모습이 참 보기에 좋다.

2005. 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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