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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국민의 기질
2013년 06월 13일 14시 42분  조회:10107  추천:2  작성자: 정인갑

언론과 국민의 기질

정인갑

‘물질은 정신을 결정한다(物質決定精神)’, ‘존재는 의식을 결정한다(存在決定意識).’ 이는 유물주의 철학의 핵심이다. 당연 정신의 반작용도 부인하지 않는다. 한개 나라의 역사, 영토, 체제, 문화, 교육, 경제 등 존재는 그 나라 국민의 정신면모―국민의 기질을 형성시킨다.

한 사람의 기질 형성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작용하지만 그가 평생 종사한 직업의 존재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를테면 평생 유치원, 초등학교 교원만 한 자는 보통 사고가 협소하다. ‘아무개는 나의 누룽지를 훔쳐 먹었다’, ‘아무 학생은 내 얼굴에 대고 방귀를 뀌었다’, ‘어느 누구는 남의 숙제를 베꼈다’ 등이 그가 해결해야 할, 학생들이 고발하는 ‘시비’ 거리의 주축이기 때문이다. 보통 이런 사람에게 큰일을 맡기면 갈피를 잡지 못할 것은 당연하다.

국민성이나 개개인의 기질 형성에 그 나라 언론의 작용도 크다고 본다. 한국인의 기질이 중국인보다 협소한 원인을 소국이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항상 생각해 왔었다. 그러나 최근 윤창중 사건 등을 통하여 한국 언론의 책임도 크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 모로 보나 윤창중 사건은 사실 사소한 일에 불과하다. 만약 윤창중 같은 사건이 중국에서 일어났다면 어떻게 취급되었을 것인가? 주요한 언론들은 한동안 잠잠하고, 항간에서 쉬, 쉬! 하다가, 조사가 마무리된 후에 약 4~8초의 이런 기사를 한번만 낸다: ‘윤창중이 이번 해외방문 때 풍기문란(不檢點) 의 일을 저질러 관계부문에서는 비평을 했으며 본인은 사표를 냈다.’ 심지어 이 일이 사소하므로 기사를 안 낼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한국은 이 일을 약 8개의 TV 채널이 각각 평균 8시간 이상씩 다루었으니 누계 64시간, 그 외에 주요 신문에도 많은 기사가 나갔다. 큰 일이 없어서가 아니다. 북한의 핵, 미사일, 전쟁도발 망언,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이런 큰일보다 오히려 ‘내 얼굴에 방귀 뀌었다’ 급의 ‘시비’에 더 집착했다.

윤창중 사건뿐만이 아니다. 매일 나가는 한국 주요 매체의 뉴스를 보면 ‘모 화재에 몇 백만 원의 재산 피해를 보았다’, ‘모 승용차 충돌 사건으로 3사람이 다쳤다’, ‘모 연예인이 이혼 위자료 문제로 시달리고 있다’등 ‘남의 숙제를 베꼈다’ 급의 기사가 부지기수이다. 이런 뉴스들은 끊임없이 한국국민을 협소한 국민으로, 한국정치인을 소인배정치꾼으로 만들고 있다.

결과―다 언론의 책임은 아니지만―한국국민은 사소한 일에도 걸핏하면 데모한다. 좀 큰일이면 촛불 시위이다. 한국 국회는 사소한 일에 너무 집착하고 싸운다. 말하자면 ‘누룽지를 훔쳐 먹었다’ 급의 일로 국민은 데모하고 국회는 싸우고, 나라는 살풍경하다. 언론이 이런 일에 열중하니 이런 일을 조장(助長)하는 효과를 빚어내며 악순환 시킨다.

‘13억 대국의 언론과 한국 언론을 어떻게 대등하게 비교하나?’ 그렇지가 않다. 중국 인구는 춘추전국시대에 2천만 좌우였고 통일 진(秦)부터 명(明)말까지는 5~8천만에서 맴돌았다. 그때 중국이 만날 ‘누룽지 훔쳐 먹었다’ 급의 일에 집착하였다면 그렇듯 많은 위대한 정치가가 배출되지 못했을 것이다.

현재 한국은 북한, 해외국민까지 합치면 인구가 8천만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중국 대국의 수천 년간의 인구 숫자와 맞먹는다. 게다가 인구와 경제력을 합치면 세계 10위권에 드는 대국에 속한다. 다만 국민의 기질이 아직 대국화 하지 못한 것뿐이다. 그 원인에는 한국 언론의 책임도 크다. 텔레비전 시대이므로 더욱 이러하다.

중국은 황금(黃金) 뉴스 시간대(時間帶)의 뉴스가 반시간뿐이다(19:00~19:30). 한국 인구와 대등한 한 개 성의 뉴스가 이 시간 뉴스에 하루에 한 건(4~8초가량) 나가기도 어렵다. 중국 한 개 성 규모의 황금 시간대의 뉴스가 한국은 50분이다(KBS21:00~21:50, SBS20:00~20:50 등). 그러므로 온갖 사소한 일들을 다 취급하여 시간을 채우고 있다. 그 시간을 대폭 줄이고 국내 뉴스 15분, 국제 뉴스 15분 정도만 하며, 큰 뉴스만 취급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작은 뉴스를 취급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지방 언론에서 취급하던가, 아니면 KBS, MBC, SBS 등에서 취급하더라도 황금 뉴스 시간대가 아닌 다른 시간에 하면 된다. 그렇게 몇 년 내지 10년 정도 견지하면 한국국민, 한국 정치인도 지금보다 좀 대범해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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