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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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눈앞 떡은 놓치지 마라: 호우츠부루쌘츠(好吃不如現吃)
2010년 08월 27일 08시 30분  조회:1536  추천:44  작성자: 주성화

주성화의 중국문화풍경 15

눈앞 떡은 놓치지 마라: 호우츠부루쌘츠(好吃不如現吃)(15)


시인은 상상의 화신이다. 중국은 시의 고국으로서 무수한 시인과 작품을 배출하였다. 그들의 상상력은 우리가 입을 딱 벌릴 정도라 하겠다. 길이 전해지는 명구는 그만두더라도 일상생활의 묘사에서도 이들의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많다. 이마가 튕겨 나왔다하여 머리는 집안에 있으나 이마는 밖에 나와 있다고 표현하는가 하면 얼굴이 좀 길다하여 눈물이 턱까지 흐르는데 수년이 걸린다고 묘사한다.

하지만 시인은 필경 극소수의 사람이고 중국인은 대개 상상을 즐기지 않는다. 그들은 늘 백일작몽(白日作夢), 이상천개(異想天開), 즉 우리말의 ‘돼지 잠에 개꿈 꾼다.’, ‘방귀 타고 서울 간다’는 식으로 비현실적인 것을 비웃는다. 현실에서 생활하는 중국인은 늘 불안한 느낌 속에서 몸부림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기본생활이 보장받기 어려웠으며 정치운동으로 하여 늘 바람 앞 초불처럼 운명을 기할 수가 없었다. 정치색채가 짙은 사회에서 정책의 변화는 예측하기 어렵고 많은 중국인들은 정책의 좌우지에 인생의 모든 것을 걸고 있어야만 했다. 이러한 억압은 심리요소로 남아있고 또 다음세대로 무의식간에 전해지고 그리하여 문화적 요소로 굳어지고 있다. 이는 중국인들로 하여금 장기적인 계획보다는 단기적이고 눈앞의 현실, 이익을 중요시하게 한다. 배구에서 ‘단, 평. 쾌’(短平快)-짧고 팽팽하고-빠르다-란 공격패턴이 점차 사회, 경제, 투자분야에 유행된 것도 터무니없이 그림자가 생긴 것 아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같은 환경에서 같은 금액의 자금을 투자하는데 A방안을 채택하면 첫해는 적자지만 이듬해부터는 수지평형, 세 번째 해부터는 흑자를 볼 것이며 향후 흑자는 해마다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B방안을 채택하면 첫해에 흑자를 볼 수 있으며 이듬해에는 첫해의 절반의 이윤을 보고 세 번째 해에는 수지평형이며 그 다음부터는 적자를 보게 된다. 많은 중국인은 아무런 고려도 없이 B방안을 선택할 것이다. 원인은 간단한 것이다. 정책이 해마다 변할 수 있기에 멀리 생각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눈앞의 떡은 놓치지 말라는 격이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있더라도 지금 내 눈앞의 음식을 먹는 것보다는 못하다는 뜻이다.(好吃不如現吃)

이 마을을 지나면 이 가게는 없다.(過這个村, 沒這个店)는 말을 중국인은 곧잘 외운다. 또 남아는 눈앞 손익 보는 거래는 안한다(好漢不吃眼前虧)는 말도 있다. 중국인들이 자기의 감정을 참고 견디는 인내성에 비하여 볼 때 장사나 돈과 연관된 거래에서 중국인의 인내심은 거의 제로인 것이다. 지금 내가 주춤거리며 망설이는 동안 그 ‘고기 비게’는 날개는 없지만 날아날 것이다. 나보다 더 급한 수많은 사람들이 눈을 부릅뜨고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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