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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중국인의 성서: 손자병법(孫子兵法)과 삼십육계(三十六計)
2010년 12월 30일 08시 31분  조회:1174  추천:35  작성자: 주성화

중국문화풍경 42

42. 중국인의 성서: 손자병법(孫子兵法)과 삼십육계(三十六計)


성서(聖書)라 함은 조금은 과정 된 표현일 것이다. 하지만 중국문화, 중국인을 요해하는 데 있어서는 성서 이상으로 보편적 의미를 갖는다.

《손자병법》(孫子兵法)은 고대 중국의 병서로서 작자가 불명하다. 춘추시대 오나라 손무(孫武)가 쓴 것으로 그동안 널리 알려졌으며 한편 손무의 손자로서 전국시대 제나라의 전략가 손빈(孫臏)이 저자라는 설도 있었다. 또 손무는 손자병법을, 손빈은 손빈병법을 썼다는 학계의 추정이 있으며 한편 손무가 지었으나 그의 후손인 손빈에 이르러 완성했다는 설도 있다. 여하튼, 손자병법이 중국인에게 그토록 중요했기에 책에 대한 여러 가지 설이 무성한 것이다. 더욱이, 한국인에게 널리 알려진 삼국사의 조조가 주해를 달았다는 것은 더욱 매력적이다. 2000여 년 전에 씌여진 손자병법은 현재 병서의 개념을 초월하여 사회전반에 그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한국인들도 피부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중국인의 일상에 손자병법 못지않게 영향을 행사하는 다른 한 책이 있는데 바로 삼십육계(三十六計)이다. 학문적 위치나 가치는 손자병법 보다는 떨어진다는 평이지만 일반 백성에게 있어서 삼십육계가 더욱 친절하고 실용적인 것이다. 중국인의 거의 모든 지혜, 꾀, 음모가 삼십육계에 모태를 두고 있는 것이다. 중국인들이 즐겨 외우는 ‘묘수’는 삼십육계의 단어들이다. 차도살인(借刀殺人)-남의 손을 빌어 상대를 없애 버진다, 성동격서(聲東擊西)- 동쪽을 치는 것 같은 양상을 보이는 서쪽을 친다, 소리장도(笑裏藏刀)-진의를 숨기고 상대를 마비시키며 숨통을 찌르다, 격안관화(隔岸觀火)- 강 건너 멀리에서 불구경을 하면서 상대를 없애고 이득을 챙기다, 혼수모어(混水摸語)- 정세를 어지럽게 하여 판단을 흐리게 하면서 자기의 목적을 이루다, 타초경사(打草驚蛇) - 숨은 자를 뛰쳐나오게 하고는 기다렸다가 없애다 등은 한국인에게도 낯설지 않다. 제갈량이 성문을 활짝 열어놓고 성루에서 탄금하면서 연출한 공성계(공성계), 때리기를 원하고 맞기를 원하던 주유가 황개를 치는 고육계(고육계) 등 역시 삼십육계의 하나이다. 더욱이 ‘삼십육계 줄행랑’이란 말은 중국인들이 성장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삼십육계의 여섯 번째 패전계(敗戰計) 중 마지막 수인 주위상(走爲上)이다.

적아의 대치에서 열세에 처했을 때, 전세가 기울어 기고 있을 때, 상대와의 접전에서 손해만 있고 이득이 없을 때, 이번의 결전에서 망하면 다시는 동산재기(東山再起)할 수 없을 때, 줄행랑이 최고의 묘수이다. 세상이 다 아는 중국 모저우뚱(毛澤東-모택동), 주더어(朱德-주덕)의 홍군의 2만 5천 리 대장정, 기실은 2만 5천리 줄행랑이다, 장개석 정예부대가 모저우뚱의 연안을 공격해 오자 천하의 모저우뚱이 내민 카드 역시 줄행랑이다. ‘올 터면 오라. 군자는 간다.’는 식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2만 5천리의 줄행랑은 피동적인 것이고 연안에서의 줄행랑은 주동적인 것이다. 기이하게도 두 차례의 줄행랑은 모두 승리에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돈벌이에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가 된 중국 오늘날에 줄행랑은 각이한  중국인의 얼굴을 그려가고 있다, 사기꾼에게 있어서 줄행랑은 “최상‘의 안신지일 것이고 투자자나 기업에 있어서 기사회생의 결정적인 찬스일 것이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인에게 있어서 줄행랑에 대한 추억은 아마 피투성 쪽이 많을 것이다. 중국 땅에서 투자하고 건물 짓고 공장 차리고 제품을 만드니 ’줄행랑‘이 한국인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고, 그러고 보니 얼굴 맞대고 있던 상대가 한 수 더 뜰 수 있는 우세가 생기는 것이다. 유일한 대책이라면 일찍부터 상대가 줄행랑을 할 수 있는 조건이나 처지를 만들어 주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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