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이 마지막 만남…혜성 '아이손'이 온다
조글로미디어(ZOGLO) 2013년10월24일 22시04분    조회:4190

‘별지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별+지기’죠. 지기(知己)는 말 그대로,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 진실한 친구를 뜻합니다. 별지기는 그래서 별의 참된 친구입니다. 등대지기도 등대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입니다. 최근 혜성을 취재하러 남원의 한 별지기를 만났습니다. 그는 남원항공우주천문대에 터를 잡고 있습니다. 지리산을 곁에 두고 있습니다. 별이 좋아서 밤하늘을 공부했고, 업으로 삼았습니다. 지금도 반짝반짝한 밤하늘 바라기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별지기가 최근 푹 빠진 건 혜성 아이손입니다. 모든 혜성이 그렇듯, 참 매력적입니다. 사람 마음을 묘하게 흔듭니다. 누구는 아이손이라고 하니까, 엄마손 혜성도 있냐고 했지만, 이건 국제 과학 광학 네트워크(ISON)를 뜻하는 이름입니다. 아이손이 발견해서 아이손 혜성입니다. 이름 없던 가스와 얼음, 암석 덩어리는, 까마득히 멀리 떨어진 지구에서 누군가의 발견을 시작으로, 아이손이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이니셜을 그저 우리말로 읊었을 뿐이지만, 아이손, 나름 부르는 맛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손은 이른바 비주기 혜성입니다. 혜성 궤도가 포물선입니다. 운동장에서 아주 높게 던진 공이 그려내는 궤도 같습니다. 그 궤도는 원이 되지 않는 것처럼, 아이손도 이번에 지구를 한 번 스쳐 지나가면 우리 곁에 영원히 돌아오지 않습니다. 첫 만남이 마지막 만남입니다. 그래서 그 진귀함을 따지자면, 76년마다 지구를 방문하는 핼리 혜성보다 값지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핼리 혜성 같은 주기 혜성은 궤도가 타원형이어서, 돌고, 돌고, 돌고 또 돌아옵니다. 운 좋으면, 핼리 혜성을 두 번 맞이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아이손을 두 번 보는 사람은 있을 수 없습니다.

아이손은 지금 지구를 스쳐 지나가고 있습니다. 시속 7만7천km에 달합니다. 태양을 향해 전 속력으로 질주하고 있습니다. 핵의 지름은 5km 안팎으로 추정됩니다. 여기서 빠져 나온 기체와 먼지가 핵을 뿌옇게 둘러싸는데 이걸 ‘코마’라고 부릅니다. 혜성 사진을 보면, 돌덩어리가 아니라 하얀 기체가 날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입니다. 핵의 지름은 20세기에 가장 밝은 혜성이었던 헤일밥 혜성보다 훨씬 작습니다. 헤일밥은 특이하게도 핵이 2개였는데 지름이 각각 30km, 70km에 달했습니다. 아이손의 핵은 핼리 혜성의 핵 15km보다도 작습니다.

핵은 작아도, 금세기 최고의 혜성이라는 별명을 얻은 건 궤도 때문입니다. 아이손은 태양을 아주 가깝게 스쳐 지나갑니다. 과학자들은 태양 표면에서 약 110만km 지점을 통과할 것으로 계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더 밝아질 것 같습니다. 지금 망원경으로 보면 밝기가 8~9등급 정도지만, 태양에 근접하면 -4~-5등급 정도 될 것 같다고 합니다. 처음엔 훨씬 밝을 줄 알고 술렁이다가 지금은 좀 실망하게 됐지만, 그래도 21세기 최고의 혜성 후보라는 지위는 굳건합니다. 20세기에 가장 밝았던 헤일밥 혜성은 -0.8등급이었고, 핼리 혜성은 10등급에 불과해 맨눈으로 관측도 안 되고, 이름값을 못했습니다.

아이손이 -4~-5등급이면, 초저녁이나 새벽녘 샛별 정도의 밝기입니다. 태양 옆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금성 말입니다. 눈이 특별히 나쁘지 않은 이상,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밝습니다. 지금 예상으로는 혜성이 태양에 가장 근접하게 되는 11월 29일 전후에 맨눈으로 관측이 가능할 것 같다고 합니다. 혜성이 태양에 완전히 가까워지면 며칠 간은 볼 수 없습니다. 물론 11월 29일 전에라도 망원경이나 쌍안경으로도 혜성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눈으로 보면 혜성 꼬리는 아마 보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에 별지기가 찍은 사진에는 꼬리가 선명하게 나타났습니다. 천체 촬영용 CCD의 노출 시간을 길게 줬기 때문입니다. 빠르게 움직이는 혜성을 쫓아가며 찍을 수 있도록 ‘적도의’라는 장비도 필수입니다. 사진 50여 장을 겹쳐서 혜성이 태양을 향해 돌진하는 동영상도 얻었습니다. 별지기는 구름이 가득한 날, 운 좋게도, 1시간 반 정도 구름이 걷힌 덕분에 혜성을 만날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의 말이 와 닿았던 게, 취재진이 남원천문대를 찾은 날 새벽엔 구름이 하늘을 온통 뒤덮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구름이 질투하면 혜성과의 만남은 수포로 돌아갑니다.

구름이 걷히길 기다리며 밤을 꼬박 샜습니다. 구름은 얇게 퍼져 있었고, 빈틈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잠시 하늘이 개면 이번엔 망원경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별지기와 취재진은 별의 별 수다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른 망원경으로 달을 관찰했고, 방아 찧는 토끼를 구경했습니다. 말로만 들었던 화성과 그 위성들, 심지어 위성의 그림자가 화성 표면에 드리워져 있는 것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관측 여건은 좋았지만, 옥의 티 구름이 모든 걸 무산시켰습니다.

새벽 5시가 넘어서자 완전한 캄캄함이 미묘한 어스름으로 바뀌었습니다. 별지기는 이제 글렀다고 했습니다. 이런 날이 많으니까, 그가 며칠 전 아이손을 촬영해두었던 게 천만다행이었습니다. 별지기는 도시 손님을 그냥 돌려보내지 않았습니다. 별을 너무 사랑해서, 그 사랑을 나누고 싶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밤샘 뒤여서 차마 부탁할 수 없었지만, 그는 주관측실 돔을 먼저 열고 더 큰 망원경으로 밤하늘을 안았습니다. 난생 처음 성운을 눈으로 봤고, 시리우스도 관측했습니다. 눈이 시릴 정도로 밝았습니다. 그렇게 반짝거리는 밝은 별은 본 적이 없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시리우스는 밤하늘 전체를 통틀어 가장 밝은 별이었습니다. 별 중의 별을 만난 것입니다.

몸은 녹초가 됐지만, 마음은 배가 불렀습니다. 촬영 장비를 거두고, 별지기와 별 얘기를 나누던 와중에도, 별똥별 두 개가 밤하늘을 가르고 지나갔습니다. 그걸 별지기만 봤습니다. 나머지 취재진은 눈 뜬 장님, 하늘 전체가 그의 홈그라운드 같았습니다. 별지기가 어, 떨어졌네요 하면, 취재진은 허공을 두리번거리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내년 1월 15일쯤엔 우리도 별똥별 쇼를 볼 수 있을지 모릅니다. 아이손이 우주에 흩뿌리고 간 잔해 속을 우리별 지구가 통과하기 때문입니다. 혜성이 태양에 끌려들어가 부서지지 않고 무사히 돌아 나오길 빌어봅니다. 그리고 영원한 작별 직전, 아이손이 지구인에게 아름다운 우주쇼를 선물해주길 기대합니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528
  • 에너지 토해내는 블랙홀 [서울신문 나우뉴스]에너지 토해내는 블랙홀의 비밀은? 해외 과학자들이 철과 니켈을 우주 공간으로 쏟아내며 엄청난 우주제트(천체가 폭발할 때 전파나 빛이 거세게 분출하는 현상)를 형성하는 블랙홀을 최초로 발견했다. 유럽우주기관(European Space Agency, 이하 ESA)의 XMM-Newton 우주망원경...
  • 2013-11-23
  • 지난달 말 발생한 톈안먼(天安門) 차량 돌진 사건의 여파로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에 대한 중국 당국의 단속이 강화될 것이란 전망 속에 소수민족 언어로 이뤄지는 통신을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새로 개발된 기술은 소수민족 언어로 이뤄지는 음성 통화와 인터넷을 통...
  • 2013-11-21
  • 20일 11시 31분, 중국은 태원위성발사센터에서 장정4호 병 운반로케트로 측지위성 19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했으며 위성은 예정궤도에 순조롭게 진입했습니다. 측지위성 19호는 주로 과학실험과 국토자원 보편조사,농산물 생산량추산,재해 방지와 감소 등 영역에 응용됩니다. 이 위성은 장정계렬 운반로케트로 발사한 184번째...
  • 2013-11-20
  •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3단계 태양 흑점 폭발현상이 또 발생했다. 올해 들어 14번째, 최근 한달 사이에만 8번째다. 미래창조과학부 국립전파연구원은 19일 오후 7시 25분께 태양 오른쪽 가장자리에 있는 흑점 1893에서 3단계 태양 흑점 폭발현상이 일어났다고 20일 밝혔다. 폭발은 50분간 지속되다가 오후 8시15분...
  • 2013-11-20
  • 국제 TOP 500 기구가 18일 세계 슈퍼컴퓨터 500위 리스트를 발표했다. 중국 국방과학기술대학에서 연구 제작한 ‘톈허(天河) 2호’는 2위에 오른 미국의 ‘타이탄’보다 배 가까이 빠른 속도로 1위를 차지했다. 미국 전문가는 ‘톈허 2호’가 1년 동안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
  • 2013-11-20
  • 올해 3월 외국 언론은 중국이 해남성 삼아 아룡만 해역에 두번째 항공모함기지를 건설하고있다고 보도했다. 외신은 구글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대형 교량과 제방이 건설중인것으로 확인되였다고 보도하여 새 항공모함기지 건설에 대한 여러가지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그뒤 중국국방부는 소식발표회에서 이 추측에 대응했다...
  • 2013-11-18
  • [서울신문 나우뉴스]은하 곳곳의 초신성 폭발이 마치 불꽃놀이처럼 보인다. 우주가 불꽃놀이라도 하는 것일까. 최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일명 ‘불꽃놀이 은하’로 불리는 NGC 6948의 이미지를 공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공개된 이미지는 NASA의 찬드라 엑스선 관측위성으로부터 관측된 데이터(보라)와 미국...
  • 2013-11-17
  •   (흑룡강신문=하얼빈) ‘놀라운 토성 사진’이 화제다.   12일 미 항공우주국(NASA)은 카시니 우주선이 7월 19일에 촬영한 토성 사진을 공개했다. 카시니 팀은 141개의 광각 이미지들을 찍어 파노라마 사진으로 재탄생시켰다.   사진 속에는 토성의 고리는 물론 지구와 달, 화성, 그리고 금성의 모습이 담...
  • 2013-11-15
  • [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 유럽우주청 GOCE위성의 추락 장면이 포착된 사진이 공개됐다. 지난 11일 GOCE위성이 지구로 추락하는 장면을 포착하는 데 성공한 빌 차터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Cheds23)에 이 사진을 공개했다. 외신에 따르면 유럽우주청은 트위터에 실린 사진 속 위성이 포클랜드 동부에서 지구 대기권에 도달...
  • 2013-11-14
  • 좀처럼 보기 힘든 토성의 신비한 모습들이 등장했다.   씨넷이 12일(현지시간) 소개한 미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사진은 놀라운 토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가운데 가장 신비한 것은 토성의 고리는 물론 지구,달,화성,금성이 배경으로 보이는 사진이다. 토성의 이 모습은 65만...
  • 2013-11-14
‹처음  이전 33 34 35 36 37 38 39 40 41 42 43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