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오늘 아기들이 태어날지도 모르겠는데요.”
지난 2010년 6월9일(현지시간), 호주 애들레이드의 한 종합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받던 로버츠는 예상치 못한 의사 말에 깜짝 놀랐다.
당시 로버츠는 쌍둥이 자매를 뱃속에 품고 있었다. 그러나 ‘출산’을 논하기에는 임신 27주인 그에게 너무 일렀다. 조산이라니. 게다가 쌍둥이를 말이다.
아기들 상태도 좋지 않았다. 한 아기는 사산 우려가 있었고, 다른 아기도 태어나자마자 죽을 수 있다고 의사가 말했다. 출산을 기다리던 로버츠에게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그렇게 태어난 언니 섬머와 동생 릴리는 어느새 여섯 살이 됐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섬머와 릴리는 잠시라도 떼어놓을 수 없는 사이다. 이들은 서로에게 가장 좋은 친구이자 자매다. 태어난 순간부터 생사 고비를 넘나들었기에 둘 사이를 이은 정은 그 누구보다 끈끈하다.
출산 당시 릴리의 체중은 390g, 섬머는 그보다 약간 많은 840g이었다. 조산이어서 정상 체중이 아니었다. 릴리의 상태는 더 심각했다. 귀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고, 복부 피부가 얇아 장기 움직임이 관찰됐다. 릴리가 눈을 뜬 건 태어나고도 몇 주가 더 지난 뒤였다.
로버츠는 “릴리는 사산, 섬머는 태어나도 며칠 못 버틸 거라는 말을 의사선생님께서 하셨다”며 “정말 무서웠다”고 말했다. 그는 “방법이 없었다”며 “출산이 우리에게 최선이었다”고 덧붙였다.
로버츠는 “태어난 릴리는 의사의 장갑을 꼭 붙잡았다”며 “이를 본 의사선생님은 ‘아직 희망이 있다’는 말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상황은 나빠졌다. 4주 후, 릴리의 건강이 악화해 의사는 로버츠와 그의 남편에게 최악의 경우를 준비하라고 말했다.
부부는 두 자매를 한 인큐베이터에 넣었다. 태어나기 전처럼 둘이 붙어있게 한다면 상황이 나아질 거라는 판단에서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릴리가 섬머를 끌어안자 섬머도 동생을 꼭 껴안았다. 우리가 볼 수 없는 쌍둥이만의 끈이 이어진 순간이었다. 응원이 서로를 격려한 덕분일까? 섬머는 3개월 후 퇴원했으며, 릴리도 태어난 지 여덟 달이 지나고 나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6년이 흘렀다.
건강하게 자랐지만 릴리는 아직 안심할 수 없다. 지난 세월 앓아온 만성폐렴을 비롯해 여러 질병으로 건강 악화 여지가 남았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릴리가 여덟 살이 될 때까지 조산에 따른 후유증이 지속될 거라 말한다. 그럼에도 부부는 두 자매가 무사히 태어난 것만 해도 기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릴리, 섬머와 이야기는 조금 다르지만 최근 미국의 한 병원에서도 쌍둥이 간의 사랑을 드러낸 초음파 사진이 찍혔다.
미국 캔자스에 사는 브리탄니는 남녀 쌍둥이를 임신했다. 두 딸의 엄마인 그는 쌍둥이 임신 사실을 알고는 남편과 무척 기뻐했다. 브리탄니는 아들의 이름을 메이슨, 딸의 이름을 메딜린으로 지어 놓았다.
기쁨도 잠시. 의사는 메이슨의 심장과 뇌에 이상이 생겼다는 진단을 내렸다. 메딜린에게는 이상 없었지만, 의료진은 브리탄니의 무사한 출산을 장담하지 못했다. 뱃속 메이슨의 몸무게는 9온스(약 255g), 메딜린의 체중은 2파운드(약 0.9kg)였다. 발육상태가 4배 정도 차이가 났다.
그런데 초음파 촬영 중 메이슨의 손을 꼭 붙잡은 메딜린이 포착됐다. 누나가 남동생을 위로하는 느낌이다.
브리탄니는 “의사들은 메이슨의 심장수술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뇌에 이상이 있다는 게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메딜린은 메이슨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되는 존재”라며 “만약 메이슨이 뱃속에서 죽더라도 혼자가 아닐 것”이라고 담담히 덧붙였다.
브리탄니의 남편 이안은 “보통 쌍둥이는 서로 밀치거나 발로 찬다고 의사들이 말한다”며 “그러나 우리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메딜린은 메이슨을 보호해주고 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부부는 결과가 어떻게 되든 겸허히 받아들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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