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냐고요? 마음 깊은 곳에선 아직 내 자신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저는 지금 행복합니다. 내게 힘이 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얼굴뼈 기형인 트리처콜린스 증후군 안고 태어난 이시다 유키
귀모양을 만드는 등 수술 10번 이상 받고 보청기 의존해 생활
'우주인' 놀림 받았지만, 어머니와 여자친구 격려에 큰 힘 얻어
명문 쓰쿠바대 대학원에서 장애 연구하며 교사·연구자 꿈꿔
"나는 지금 행복해… 날 보통사람처럼 대해주는 사회 됐으면"
선천적인 안면기형을 안고 태어났지만, 교사나 연구자의 꿈을 향해 매진하고 있는 일본 청년의 스토리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선천적 안면기형에도 자신의 꿈을 향해 열심히 살아가는 이시다 유키(24) 씨. [아사히신문 이와이 타테키 기자 SNS]
일본의 명문 쓰쿠바 대학 대학원에 재학중인 이시다 유키(石田祐貴·24)씨가 그 주인공. 최근 아사히 신문 보도에 따르면, 그는 트리처콜린스 증후군을 갖고 태어났다. 선천적으로 광대뼈, 위턱뼈, 아래턱뼈 기형이 나타나는 희귀병이다. 1~2만명당 1명 또는 5만명당 1명 꼴로 발병한다. 이시다 씨는 광대뼈와 턱뼈가 미발달한 상태로 태어났고 윗입술은 찢어진 상태였다. 귓구멍이 없다보니 청각장애가 생겨 지금은 머리에 특수한 방식으로 부착한 보청기에 의존해 생활한다.
그는 귀 모양을 만드는 등의 수술을 10번 이상 받았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4학년까지 봄 방학과 여름 방학 때마다 수술을 받았다. 그는 더 이상 수술을 받을 생각은 없다고 아사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수술로 '보통의 얼굴'을 갖고 싶다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극적인 변화를 바랄 수있는 건 아니죠. 지금도 거울을 보며 '이 얼굴이 아니었다면…' 하는 생각에 우울해질 때도 있습니다. 아마 죽을 때까지 그렇겠죠. 하지만 내 힘으로 바꿀 수있는 것이 아니기에 부정적인 생각에만 사로잡히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시다 씨는 어릴 때 '이상한 얼굴' 또는 '우주인'이라 불렸다고 한다. 외모 때문에 손가락질 당하거나,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중학교 때는 아예 학교에 다닐 수 없게 됐다고.
"외모 때문에 험담을 듣는 게 싫기도 했지만, 귀가 잘 안들려 대화에 낄 수도 없었습니다. 사람들과의 사이에 벽이 느껴졌죠. 중학교 2학년 말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학교에 나갔습니다."
고등학교 때 청각장애인학교에 진학한 그는 수화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사람들과의 사이에 벽을 느끼지 않게 됐다고 한다. 이후 "힘들면 그만두면 된다"는 부모의 적극적인 조언에 따라 일반 대학에 진학했다. 대학 입학 후 이시다 씨는 남들이 나같은 사람에게 말 걸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 "내가 먼저 말을 걸자"고 결심했다. 물론 자신을 피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덕분에 많은 친구들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려고 5곳 이상의 편의점에 문을 두드렸지만, 채용되지 않았다. 접객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해, 음식점 주방에서 일했다.
이시다 씨는 현재 쓰쿠바 대학 대학원에서 장애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연구자 또는 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나 이기에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애가 있는 학생들에게는 내가 롤모델이 될 수 있고, 비장애인 학생들에게는 나의 존재 자체가 사회를 생각하는 소재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는 결혼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결혼은 하고 싶어요. 연애는 나와는 무관한 거라 믿고 있었지만, 고등학교 때 여자친구가 생겼습니다. '나의 내면을 좋아한다'는 그녀의 말에 외모가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결혼은 상대방 부모의 이해 같은 장애물이 있겠죠. 자식에게 유전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유전되지 않는다 해도 아빠인 나 때문에 아이가 괴롭힘 당하지 않을까 불안하기도 합니다."
그는 어릴 때 어머니가 해준 말이 지금까지 살아오는데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초등학교 때 심한 말을 듣고 충격에 빠져서는 어머니에게 '왜 날 이렇게 낳은거야!'라고 화를 냈더니, 어머니가 '나는 지금 이대로의 네 모습을 사랑한다'고 말해주셨죠. 어머니처럼 나를 받아들여주는 사람들의 존재가 내게 큰 버팀목이 되고 있습니다."
이시다 씨는 사람들이 자신을 보통사람처럼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이상론이지만, 사람들이 나를 보통사람처럼 대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빤히 쳐다보거나, 스쳐지나가면서 깜짝 놀란 표정으로 피하는 사람도 있어요. 물론 있을 수 있는 반응이지만, 그렇기에 내가 사람들 사이를 걸어다니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구나'라는 걸 알리는 기회가 되니까요."
기사를 통해 전해진 이시다 씨의 스토리는 일본 사회에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이시다 씨의 이야기를 듣고 용기를 얻었다" "그런 장애를 안고서도 밝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이시다 씨는 존경할 만한 사람이다" "이시다 씨에 비하면 나의 고민 따위는 정말 사소하기 그지없다" 등의 반응이 쇄도했다. 츠쿠바 대학 내에서도 기사를 읽은 학생들이 따뜻한 말 한 마디를 먼저 건네기도 했다고 이시다 씨는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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