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정보국(CIA)이 국제 테러조직인 알카에다의 오사마 빈 라덴 제거작전에 활용한 ‘백신 예방접종 프로젝트’를 중단키로 결정했다. CIA의 백신 예방접종 프로젝트가 빈 라덴 제거 작전에 악용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파키스탄을 비롯한 이슬람권에서 백신 거부 움직임이 본격화해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의료인 테러가 증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CNN, 타임 등에 따르면 최근 미국 정부는 CIA가 빈 라덴의 소재 파악을 위해 지난 2011년 파키스탄에서 벌였던 백신 예방접종 프로젝트를 더이상 시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리사 모나코 미국 국토안보·대테러보좌관은 지난 16일 13개 공공보건학교 학과장들에게 서한을 보내 “존 브래넌 CIA 국장이 2013년 8월 백신 프로그램과 의료인력들을 정보활동에 이용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모나코 보좌관은 “또한 CIA는 이러한 백신 프로그램을 통해 DNA와 각종 유전물질을 조사하거나 확보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CIA는 3년 전 파키스탄에 은신해있던 빈 라덴의 거처를 알아내기 위해 파키스탄 의사 샤킬 아프리디와 협력, 아동들을 상대로 B형간염 백신 주사 캠페인을 벌였다. 아프리디는 어린이들에게 주사를 놓아주며 채취한 혈액을 CIA에 제공했고 CIA는 혈액 분석 결과를 이용해 빈 라덴을 급습하는 데 성공했다. 아프리디는 파키스탄 법정에서 또 다른 반역 혐의로 3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다.
그러나 2012년 초 당시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에 의해 예방접종 캠페인이 CIA 비밀 작전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파키스탄에서는 분노한 탈레반이 의료인들을 공격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2012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최소 60여 명에 달하는 소아마비 관련 의료 및 보안인력이 목숨을 잃었다고 BBC는 설명했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의 비밀작전을 우려한 파키스탄 가정의 아동들이 순수 비정부기구(NGO)들이 추진하는 백신 접종도 거부하기 시작하면서 소아마비 환자 수가 급증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최근 몇년 새 소아마비 환자가 폭증하자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달 초 소아마비 바이러스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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