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송남
난 말썽꾸러기는 아니지만 바른생활을 하는게 그래도 좋다고 생각되였어요. 그래서 많은 책들 중에서도 이 책을 뽑아서 번져보게 된거랍니다. 평소에 바른생활이 잘 안되여 쩍하면 할머니의 된욕도 아니고 칭찬도 아닌 꾸지람을 심심치 않게 들어왔으니 한번 쯤 바른 생활공부를 하는 것도 나쁠 것 없을 거라 여겨졌거든요.
학교에 가서는 그럭저럭 애들이 하는 대로 따라서 하면 그만인데 집에 돌아와서는 뭐나 잘 안되는게 이상하지요. 내 딴에는 잘하느라 한 일도 때로는 욕 먹을 짓이 되고마니 속상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였죠. 난 왜서 이 모양일가? 무얼 모르고 있는거야? 책을 뒤지면서 거기서 답안을 찾기로 했어요. 과연 내가 찾던 답안은 그속에 꼬깃꼬깃 숨겨져있더군요.
어느 나라 작가선생님이 지으신건지 이름자를 보고서는 잘 알 수 없었지만 씌인 내용을 보니까 내가 알아들을만한 거여서 한자한자 한줄한줄 뜯어보기 시작했어요. 읽어보니까 우리한테 일상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일일이 가르쳐준 선생님 말씀 같은 책이였어요.
세수가 끝나면 수도물을 꺼버리라고 화장실에 들어가면 수도물로 내려보내는 걸 잊지 말고 손도 꼭꼭 씻으라고 그랬더군요.
그 뿐인줄 아세요? 갖고 놀던 장난감들은 여기저기 널어놓지 말고 제때에 정리를 해두고 자기 방을 뒤죽박죽 만들지 말며 어른들 일에 삐치지 말고 어른들 방을 기웃거리지도 말며… 봐요, 안되는 것이 이렇게 많대요.
‘그래, 내가 제대로 못했길래 꾸지람을 들은거구나.’
처음으로 이같은 반성을 해보게 되였어요.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나 진짜 한심한 놈이였나봐요.
수도물을 좔좔 틀어놓은 채 깜박 잊고 훌쩍 나와버립니다. 화장실에서 일 보고 나오면서도 손을 씻는 순서도 빠뜨립니다. 내 방 텔레비죤을 끄지 않고 자다보니 나 잠든 것도 모르고 텔레비죤만 저 혼자 돌아갑니다.
전등불을 끄지 않고 장밤을 보냈으니 전기세가 노루뜀을 한다고 할머니가 쯧쯧 못마땅해하십니다. 노여움이 더할 때는 한창 새벽잠에 달콤한 나를 막 흔들어 깨우시며 엉뎅이를 때려주시기도 합니다.
암만 그래도 내 잘못으로 하여 할머니의 기분을 망가뜨린 것 같아 내 마음도 무거워집니다.
‘에익, 다신 그러지 말아야지, 이제 또 그러면 나 강아지야, 송남이가 아니구.’
그런데 그 결심이 거퍼 이틀을 못 넘깁니다. 또 이런 일 저런 일들을 버르집어놓습니다. 오늘부터는 이 책을 읽었으니 바른 생활을 시작할겁니다.
할머니가 “우리 손자 이게 웬 일이지?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여…” 하시며 화뜰 놀라게 말입니다. 나 결심한 대로 할렵니다. 이번부터는 꼭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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