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학년이 되더니 자기도 이제 십대라고 하네요. 열한 살이라고요.
꼬박꼬박 말대답도 하고, 어떤 때는 불러도 대답도 안 해요.
벌써 사춘기가 시작된 걸까요? “
“착하고 순했던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버럭 짜증을 내며 대답을 하는 거예요. 자기도 민망했던지 금방 표정이 달라지긴 했지만…… 좀 당황했어요.”
아이들이 달라졌다. 사춘기가 오는 시기가 빨라졌다. 아이들이 접하는 외부 정보의 양과 질, 그리고 발육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4학년이면 벌써 사춘기 증상이 나타난다. 부모 말에 까칠하게 대답을 하거나 짜증을 내기 시작하고 거칠게 행동한다. 갑자기 외모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고, 성적(性的)인 정보에 구체적으로 접근한다.부모는 아이가 아직 어리다고 마음 놓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핵폭탄이 떨어진 것처럼 혼비백산한다. 미처 준비하지 못한 아이의 사춘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한다. 나 역시 초등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고등학생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외부 환경이 아이들을 불균형하게 성숙시키고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부모의 관심이 아이의 성적으로 옮겨 간다. 다 키웠다고 생각해서 안심하기 쉽지만, 이때가 중요하다. 문제의 싹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라기 시작한다. 초등학교 4학년만 되어도 여자아이들은 지능적으로 왕따를 시키기 시작하고, 남자아이들은 충동적이고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기 시작한다. 해마다 문제 성향을 보이는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으니, 1~2년 후에는 또 어떤 상황을맞을지 모를 일이다.
감정 기복 심하고 까칠한 아이를 두고, 요즘 초등 부모들은 '그 분이 오셨다'는 말로 힘겨운 사춘기에 대한 공감을 나눈다.
문제가 최고조에 이르는 것은 중학교 2학년초등학교 5, 6학년만 되어도 아이들의 머릿속에는 부모가 확인하고 싶지 않은 그들만의 비밀로 가득 찬다. 부모는 초등학생인 자녀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야한 동영상을 보고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생각 자체를 하고 싶지도 않다. 그렇다고 아이에게 직접 물을 수도 없다. 물었다가 괜히 관심도 없었던 아이가 “그게 뭔데, 엄마?” 하면서 관심을 보일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순진한 부모의 착각이다. 5학년이면 아이들은 이미 교실에서 혹은 학교를 오가면서, 아니면 집에서 부모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부모가 말하기조차 겁내 하는 야한 동영상을 본다.
담배를 피우는 중고등학생들을 상담하면서 언제 처음 담배를 피웠냐고 물어보면,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가장 많다. 부모들이 아직 어리다며 안심하고 무장 해제되어 있을 때 아이들은 담배를 입에 대기 시작한다. 혹여 담배 냄새가 나더라도 ‘PC방에서’ 또는 ‘누군가 담배 피우는 사람이 옆에 있어서’라고 변명하면 부모들은 ‘그래, 그럴 수도 있지’ 하며 믿고 넘어간다.
여자아이들은 초등학교 5, 6학년이면 화장을 시작한다. 비비크림이나 가루분을 바르고, 틴트나 성인용 립글로스를 바른다. 그런 어른화장품이 어디서 났느냐고 물어보면 엄마가 선물로 사줬다는 아이들이 많다. 아이는 부모의 눈을 피해서, 또는 부모의 묵인과 동의하에 성인들의 행동을 스스럼없이 따라 하기 시작한다.
그래도 중학교 1학년 때까지는 대체로 순진한 구석이 남아 있다. 하지만 1학년 겨울방학을 넘기면서부터는 그야말로 격변기를 맞는다. 제아무리 얌전하고 말 잘 듣던 아이도 어떤 식으로든 변하기 시작한다.
문제 행동이 최고조에 이르는 것은 중학교 2학년 때다.
오죽하면 북한이 남침하지 못하는 이유가 ‘중2가 무서워서’라는 우스갯소리가 있겠는가. 초등학교 6학년 때 문제 성향을 보이던 아이도 중학교 1학년 1학기에는 대체로 조용하다. 학교 분위기나 선생님의 성향도 파악해야 하고, 아이들끼리 탐색전과 견제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학교 3학년 때도 마찬가지다. 고교 진학 준비 등 스트레스가 많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 행동은 줄어든다. 반면, 중학교 2학년 때는 학교 적응도 끝났고, 공부에 대한 압박도 심하지 않기 때문에 학교 폭력과 일탈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
점점 더 빨라지는 아이의 사춘기, 부모에겐 공부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연령대별로 아이의 문제를 나누어 지켜볼 필요는 없다. 아이들은 같은 연령이라고 해도 성장 속도가 개인마다 다르다. 초등학교 4학년인데도 굉장히 어른스러운 아이가 있는가 하면, 중학교 3학년인데도 아직 순진한 아이가 있다. 따라서 아이의 문제를 유형별로 보면서 ‘아, 지금 우리 아이가 보여주고 있는 게 이런 문제의 전조구나’ 하고 인지하면 된다.그렇게 사춘기에 접어들었다는 신호가 오면, 아이가 잘못된 태도와 행동에 익숙해지지 않도록 기본적인 생활 규칙과 바른 태도를 끊임없이 훈련시키고 가르쳐야 하는 시기가 왔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냥 묵인하고 방관할 게 아니다. 이제부터 부모가 진짜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은 아이의 심성이요, 인성이다. 아이의 말투와 행동이다.
tip. 내 아이에게 사춘기가 왔음을 알려주는 증상들
- 스마트폰을 보면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다.
- “왜?”, “싫은데”, “그냥”, “내가 알아서 해”라고 말하면서 반항하기 시작한다.
- “귀찮아”, “나중에”라고 말하면서 몸을 움직이는 일을 싫어한다.
- 쉽게 짜증을 내고 갑자기 기분이 변한다.
- 화장실에 들어가면 30분도 넘게 나오지 않는다.
- 늦게 자거나 늦게 일어난다.
- 날마다 외모에 대한 관심이 바뀐다.
- 헤어스타일이 자주 바뀌거나 어울리지 않는 헤어스타일을 고집한다.
- 피부 상태나 자기 몸에서 나는 냄새에 민감해진다.
- 지나치게 자주 씻거나 지나치게 안 씻는다.
- 옷에 대한 불평과 관심이 많아진다.
- 설명되지 않는 시간이나 돈의 사용이 늘어난다.
-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이 엄마와 이야기하는 시간보다 많아진다.
- 내가 누구인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 자신에 대해 알고 싶어 하고 친구나 주변 사람들이 하는 말에 예민해진다.
- 부모를 피해 방에 혼자 있으려고 한다.
- 부르면 대답이 늦다. “네” 또는 “아니오”라는 대답도 쉽게 나오지 않는다.
- 부모의 말보다는 친구의 말을 더 믿는다.
- 잘못한 일을 수긍하기보다는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린다.
- “내 친구들도 다 그래”라며 자신의 잘못을 합리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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