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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수기] 그것을 사명으로 살고싶다 _ 최소천
조글로미디어(ZOGLO) 2019년5월7일 06시26분    조회: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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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천
1989 연변대학 조문학부 졸업
 1989--2004 도문철도2중  조선어문 교원
  2004---2015 도문시제1고급중학교 조선어문 교원
  2015---현재 도문시조선족중학교 고중부 조선어문 교원
전국조선족중소학생백일장경연  우수지도교원상, <포석문학상>,<청송컵> 응모작문 우수지도교원상 수차 수여.
 




그것을 사명으로 살고싶다

최소천
길림성 도문시조선족중학교

    10여년전 일이다. 새학기가 시작되면서 또 한패의 신입생을 맞아 담임을 맡게 되였다. 고중에 진학한 첫 학기의 시작인지라 학생들의 정황도 료해할 겸 숙제로 고중생활의 첫 인상에 관련된 글짓기를 하도록 하였다.

   가을철 개학시즌은 졸업생들의 대학입학소식과 함께하기에 대부분 학생들은 선망과 설렘으로 인한 고중생활인상과 나---담임선생에 대한 인상을 적었는데 유독 한 남학생의 작문만은 나의 비위를 살짝 건드렸다. 글쎄 담임이 녀교원이라 섭하다는 심경을 그대로 적었다. 개학 첫날, 학생들을 마주하여 서계시는 담임교원들 가운데 절반이 남성이라 설마 하였는데 1반 위치에 서있는 녀교원 앞에 줄줄이 불리워나가는 학생들 속에 본인의 이름이 들리는 순간 실망으로 다리맥이 풀리더라는 내용이였다. 신입생들을 맡을 때면 은근슬쩍 아이를 나의 학급에 편입시켜달라고 부탁하는 학부모들이 있기도 한데 오히려 제쪽에서 나를 거부하다니, 참 내가 되려 서운해났다. 여태 교원생활을 해오면서 처음 듣는 소리였다.

  근데 그 학생의 글을 읽으면서 공감이 가는 것을 속일 수 없었다. 사춘기도 지난 고중생인데 성격이 우락부락하여도 괜찮으니까 제발 남선생님이였으면 좋겠다고 한다. 물론 녀선생님의 자상한 손길에서 바르게 성장하여 고맙기는 하지만 가정에서 엄마의 잔소리와 더불어 녀선생님의 잔소리 훈시에 질린단다. 한치의 잘못도 눈감을 줄 모르고 끈질기게 닥달하는 녀선생님이 아닌 벼락같은 호통을 쳐도 좋고 잘못을 저지르면 격투기를 해도 좋으니 남선생님이였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였다. 엄마같은 사랑을 받아좋았지만 고중에 와서 더는 따뜻함과 인자함과 보살핌이 아닌 무섭더라도 지어는 매를 맞아도 괜찮다고 하였다.

   교원의 사명감을 안고 '경험있는' 담임교원이랍시고 열성을 내는 나에게는 풀기 어려운 숙제처럼 머리에 박혔다.
물론 그 학생과는 장벽이 없이 고중 3년을 무난히 지내왔고 녀담임선생이라고  나를 거부하던 남학생들이였지만 졸업한후에도 종종 찾아와서 허물없는 사이가 되였다.  사제간의 정이란 인연으로 결혼식에 초대도 받고 하였다.

   애들의 말을 빈다면 나는 여느 교원들과 다름이 없이 엄격하지만 누구라할 것 없이 공정하게 대하고 책임감으로 자기들을 대하는 모습이 자기들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하여 선생님을 좋아하고 존경하게 되였다고. 교원으로서는 제일 행복한 평가를 받았다.

   책임감, 이것은 후대양성에 몸 담그고 있는 교원이라면 누구나의 어깨에 놓여있는 제일 큰 짐이다. 30년에 가까운 교육사업에서 나는 교원의 사명감으로 이 무게를 얼마나 감당했느냐 하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아무런 경험이 없이 새파란 나이 20대 후반,  두돌이 채 안되는 딸애를 탁아소에 맡기면서 담임교원사업을 시작하였으니 '우둔함'이라 할가, 나는  나에게 맡겨진 임무에 사력을 다 하였다. 그런데 반급관리에 정력을 쏟느라 수업준비를 홀시한 어느날  교무주임선생님이 미리 알리지도 않고 느닷없이 수업청강을 하시러 교실에 들어섰다. 허둥대면서 45분수업을 하였으니 잘될 리가 만무였다. 요즘 주제반회준비로 여차여차 바빠서 ... 하고 구차한 설명을 하니 교무주임선생님은 웃으면서 한마디 하셨다. "최선생의 책임은 반주임이기에 앞서 조선어문교원입니다." 그때 나는 쥐구멍을 찾고 싶다는 말을 실감하였다.  
      
   그후부터 나는 아무리 시간이 바빠도 수업준비를 깐깐히 하고  차질이 없이 수업임무를 책임지고 완수하기에 노력을 하였다.
우리 민족의 언어를 가르치는 조선어문교원으로서 나에게는 교원의 사명감과 민족의 넋을 지켜가는 의무가 있다. 학생들에게 우리 민족의 말과 글을 잘 가르치고 그들이 민족의 문화를 영원히 잊지 않게 하기 위하여 나는 매일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활기찬 모습으로 신성한 교단에 오른다.

   고3학년이 되면 매 학과 교원들마다 성적을   올리려고 저마다의 리유로 수업시간 쟁탈전을 벌리고 '공부왕'에게 문제풀이를 산더미처럼 시키는 그 틈에 끼워 나는  좋은 글감으로 작문을 쓰도록  학생들을 '끌어당기'군 한다. '글짓기에서 차이를 따내자'는 나의 욕심이자 방침이였다. 하여 리과반 1등생이  <청송컵>글짓기응모에서 대상을 받았고 중학생신문 응모작문에서도 상을 받았다. 나중에 그 학생은 대학입시에서 높은 총점으로 전 시 리과장원을 따냈다. 놀랍게도  조선어문 성적이 148점이여서 조선어문학과 덕택을 톡톡히 봤다고 모두들 엄지 손가락을 내밀었다. "조선어문성적이 리과장원에게 큰 도움이 되다니..." 뿌듯했다.

   교원의 책임감은 지식전수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나라와 민족의 미래에 대한 책임은 훌륭한 인성교육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우리의 교육은 훌륭한 교수경험이나 교수실천보다 교원의 작은 행동 하나로 학생들을 감화시킬 수 있고 그 작은 행동 하나로 교원은 학생의 평생가는 귀감이 될 수 도 있다. 국외의 한 저명한 교육자는 이런 실례를 들었다. 그가  가장 선진적인 교수방법으로 학생들을 가르쳐서 많은 변호사, 상인, 정치인들을 배양하였지만 뜻밖에도 그들은 유명하지도 우수하지도 못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엄동설한에 추위에 떨면서 할머니의 겨울옷을 마련하려고 돈구걸을 하는 아이에게 호주머니를 털어 돈을 주는 것을 본 학생들은 나중에 그 교원의 일생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제자로 되였다고 한다.

   사실 글짓기가 성적에 크게 반영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학입시와 상관없이 앞으로의 그들의 삶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가 하는 마음, 그리고 우리 글로 삶을 전해가도록 후대들에게 기초를 마련해주고 싶은 간절함이기도 하다. 내가 학생들의 한편한편 작문을 한글자한글자 깐깐히 읽으면서 수정하고 일일히 평어를 다는 극성을 부렸더니 학생들의 글짓기 흥취가 달라졌다. 몇명씩 글짓기열성분자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괜찮은 글들은 두세번씩 다시 쓰게 하고 다듬어서 간행물에 투고하여 '빛'을 보게 하였다.

   어설프지만 개성 있는 작문이기에 수정하여 중학생신문에 투고해줬더니  그 학생은 나중에 쭉 3년동안 10여편 작문을 신문, 잡지에 발표했고  <포석문학상>,  <청송컵> 등 응모에서 금상, 대상을 받아안았으며 연변대학 조문학부를 졸업하고 지금은 기자로 활약하고 있다.

   담임이 녀선생이라고 서운해했던 옛 제자는 운명처럼 교원사업을 하고 있다. 우리는 만나면 자기 학생들에 대한 에피소드로 소통하고 공감을 나누군 한다. 스승인 나한테서 이런저런 조언도 경청하면서 자신의 직책에 힘다하는 모습을 보면 내 자식처럼 대견해 보인다.

   책임은 회피할 수 없다. 책임은 무언의 약속이다. 나라와 민족의 미래를 약속하는 교원에게는 사명과 함께 책임감이란 짐이 더 놓여있다. 왕관를 쓰려면 그 무게를 감당해야 하듯이 교원은 책임이란 무게를 내려놓을 때까지 짊어져야 한다. 
 우리 글 우리 문화를 정확히 전수하고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 조선어문교원으로서의 나의 사명임을 다시한번 되새기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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