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차 직장인 이모씨(27)는 최근 회사 동기에게 카카오톡 말투가 변했다는 말을 들었다. 온점 2개를 쓰는 말줄임표(..) 사용이 부쩍 늘었다는 지적이다. 동기의 말을 듣고 원인을 생각한 A씨는 최근 부서 후배가 생기면서 (..) 사용이 늘었다는 것을 알게됐다. A씨는 "온점 하나만 쓰면 너무 딱딱해보일 것 같아서 어느 순간부터 2개씩 쓰고 있었다"며 "선배 중에도 후배에게 (..)을 사용하는 분이 많다"고 말했다.
직장인들끼리 사내 메신저, 카카오톡 등 문자를 나누는 일이 많아지면서 문자가 말 못지않게 중요한 소통 수단이 됐다. 하지만 문자는 말과 달리 대화의 분위기나 상황을 전달하지 못할 때가 있어 문장부호가 말투 역할을 대신하기도 한다.
온점과 느낌표의 사용이 대표적이다. 10일 다수의 20~50대 직장인에 따르면 상사나 선배에게는 느낌표(!)나 온점 1개(.)를 많이 쓰고 후배에게는 온점 2개(..) 반점 2개(,,) 등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온점 하나 차이가 말투에는 큰 변화를 주기도 한다. 30대 직장인 송모씨는 "예전에 한 선배가 온점 3개를 쓴 말줄임표(...)를 애용하셨는데 처음에는 뭔가를 참는듯한 인상을 받아서 화가 났나 생각했다"며 "나중에 오해라는 걸 알았지만 나는 후배에게 그런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온점을 2개만 쓴다"고 말했다.
물결부호(~)는 선후배 모두가 사용한다. 50대 직장인 정모씨는 "후배들과 세대 차이가 있다보니 편하게 대하려고 사용한다"며 "부드러운 인상을 주고 싶을 때 말을 끝맺지 않고 물결(~)을 쓴다"고 말했다.
선배에게 쓸 때는 물결부호와 다른 특수부호를 혼합(~!/~?/~.)하는 경우가 많다. 20대 직장인 김모씨는 "친한 선배에게는 그냥 물결(~)을 쓰기도 하지만 혹시 가벼워 보일까봐 느낌표나 온점과 같이 사용한다"고 말했다.
/사진=이영민 기자
특수부호나 종성(받쳐 쓰는 자음)만 잘 활용하면 하나의 음절로도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최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요즘 직장인들의 네'라는 글은 많은 직장인의 공감을 얻었다. 해당 글은 직장인들이 "모든 감정표현을 '네'로 한다"며 다양한 예시를 들었다.
글에 따르면 △'네?'는 부정적인 맥락으로 "XX(비속어) 뭐라고?" △'네..'는 "그래,,알았어.." △'넹'은 "일단 대답함, 일은 이따 할거임" △'넵!!'은 "그래. 이건 지금 해줄게" △'앗 네!'는 "내가 실수했음,,"으로 해석된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또 다른 인스타그램 이용자는 최근 "수많은 직장인들이 '넵병'을 앓고 있다"며 카카오톡 대화창을 편집한 사진을 올렸다. 해당 사진에는 그냥 '넵'부터 '넵ㅜㅜ', '넵~!', '넵..', '넵!' 등 특수부호와 함께 쓰인 '넵' 메시지가 가득하다. 이 글은 인스타그램 게시 하루만에 '좋아요' 22000건 이상을 받으며 많은 누리꾼의 공감을 얻었다.
누리꾼들은 "내 카톡방 보는 줄 알았다", "'네'라고 하면 뭔가 심심하고 성의 없어 보이는데 '넵'은 신뢰감도 주고 성의도 있어 보인다", "얼굴 보고 이야기하는게 아닌 글이다보니 좀 더 활기차게 알겠다는 표현을 하려고 넵을 쓴다", "길게 쓰긴 바쁘고, 짧게 쓰면서 그나마 제일 성의 있어 보이는 대답"이라며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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