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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스미스]
73세 영국 패션 디자인의 거장, 6월 'DDP 특별전' 위해 내한
의상·수집품 등 1500점 선봬
"나는 오로지 나 자체로 존재한다. 다른 누구에게 지시받거나 재정적으로 속해 있지 않다. 따라서 디자이너로서의 창의성이 오염되거나 통제받지 않는다. 그 누구와도 비슷한 디자인을 내놓지 않는다. 폴 스미스는 폴 스미스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개관 5주년을 기념해 오는 6월 6일부터 8월 25일까지 DDP 배움터 2층에서 열릴 '헬로, 마이 네임 이즈 폴 스미스' 전시를 위해 8일 서울에 온 폴 스미스(73) 경(卿)은 영국이 낳은 세계적 디자이너다. 열다섯 살에 학교를 그만둔 뒤 정규 교육을 못 받았지만 영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를 키워낸 주인공. 난독증이 있지만 세상 모든 것에서 영감을 읽어낼 줄 알았던 그는 회사를 팔아 거부(巨富)가 될 수 있는 유혹을 거부하고 "전 직원과 모여 폭소 가득한 멘토링 파티를 여는 게 더 행복하다"고 강조하는 거장이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고작 3㎡ 규모의 볼품없었던 런던 뒷골목 첫 매장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겠다"고 했다. "매장 판매 직원으로 일하다 스물한 살에 아내이자 나의 영원한 선생님, 폴린을 만났지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그녀는 우리 부엌에서 재단과 디자인하는 법을 가르쳐줬지요. 매장을 열라고 설득한 것도 폴린이었습니다."
1970년에 첫 문을 연 매장은 금·토·일에만 열었다. 생계를 위해 평일엔 닥치는 대로 일을 해야 했다. 7년 뒤 더 큰물을 향해 나아갔다. 세계 최대 파리패션위크 문을 두드린 것이다. "패션쇼나 쇼룸을 열 돈은 없었기에 제 호텔 방을 의류 전시장으로 변신시켰죠. 월·화·수 모두 허탕. 그러다 문을 닫을 즈음 목요일 오후 4시 드디어! 첫 번째 고객이 왔습니다. 이것이 글로벌로 향하는 폴 스미스의 출발이었습니다!" 재킷과 바지 두 벌, 셔츠 몇 장으로 도전했던 파리에서의 '작은' 시작은 현재 73국 2000개 매장으로 성장했다.
영국 디자인뮤지엄과 공동 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그의 과거 의상 작품과 직접 찍은 사진 등 540여점과 각종 수집품, 2019 봄여름 컬렉션 의상 등 1500점을 선보인다. 폴 스미스와 동의어인 줄무늬를 입힌 로버 미니 자동차 협업 작품(1998)도 선보인다. 폴 스미스가 특히 강조하는 건 "영감은 모든 것에서 온다(You can find inspiration in everything)". "낙서, 꽃, 사진…. 판에 박힌 책에서 벗어나 스치는 모두를 느끼는 겁니다. 요즘은 서로를 따라 하고 베끼기에 바빠요. 수직으로 경직됐기 때문이죠. 수평으로 생각하면 패션계 미래도 달라지지 않을까요?"
런던 킹스크로스 도시 재생 프로젝트에도 참여하는 그는 서울 강남과 강북의 변화도 관심 있게 관찰하는 주제라고 했다. 익선동, 시청, 성수동을 우리말로 호명하며 "그간 열 번쯤 한국을 찾았는데, 이전의 것을 해체하고 무너뜨리기보다는 재해석하며 유지하는 게 흥미롭다"고 했다.
칠십 대에도 소년 같은 웃음에 농담을 끼고 사는 그는 "세상은 이미 충분히 분노하고 있기 때문에 나까지 화를 폭발해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주주(株主)들의 노예가 되지 않는 것, 삶의 아름다움은 돈이 아니라 마음에서 온다는 것, 이게 CEO이자 디자이너로서 둘 다 환상적으로 잘해 나가는 폴 스미스 방식이죠!"
폴린이 가르쳐줘서 완성한 초기 드로잉도 전시에 나온다. 그녀는 폴이 2000년 영국 여왕 훈장을 받은 뒤 그의 오랜 청혼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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