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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우리가 봤던 지도는 틀렸다” 새로운 지도 투영법 등장
조글로미디어(ZOGLO) 2021년3월12일 07시56분    조회: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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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스턴대 리처드 고트 교수 등이 제작한 원형의 양면 지도.photo theverge.com

지구를 가장 정확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새로운 지도 투영법이 개발돼 과학계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존 지도들의 왜곡을 보완한 혁신적인 지도다.

3차원의 둥근 지구 표면을 펼쳐서 2차원 평면에 표현하려면 어느 정도의 왜곡은 피할 수 없다. 실제로는 그린란드보다 14배나 넓은 아프리카 대륙과 그린란드의 크기가 비슷하게 보인다. 어떤 때는 북아메리카가 중국보다 훨씬 커 보이기도 한다. 지도마다 대륙 크기가 다른 것은 지도를 제작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대륙이나 나라 크기가 왜곡돼 표현되고 있다. 새로운 지도 투영법은 이런 문제점을 말끔히 해결했다.

6가지 왜곡 유형 적용, 평면 한계 극복

현재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지도법은 네모꼴의 고전적인 메르카토르(Mercator) 도법이다. 이 지도의 경우 극지방으로 올라갈수록 왜곡이 심하게 표현된다. 국가와 지역 형태를 정확한 비율로 표시하는 데 탁월하지만 남극과 북극이 넓게 표시되는 건 피할 수 없다.

이 같은 왜곡을 줄이기 위해 등장한 도법이 지구 원통 모양에 근접시켜 펼쳐나가는 빈켈 트리펠(Winkel Tripel)이다. 적도 이외의 위선이 적도에 대해 활 모양의 좁은 곡선으로 표시된다. 면적의 일그러짐이나 각의 일그러짐이 전체적으로 작기 때문에 극지방의 왜곡을 줄이고 지형의 면적 오류에 대한 단점을 보완할 수 있어 세계지도에 많이 이용된다.

하지만 빈켈 트리펠 도법 역시 한계는 여전하다. 지도 양끝에 놓인 나라들이 중심에 비해 많이 왜곡된다. 이를테면 대서양을 중심으로 지도를 그리면 북미 동해안과 서유럽과 아프리카 등은 덜 왜곡되어 보이지만, 동아시아와 오세아니아의 형태는 상당히 왜곡되어 보인다.

지도라는 것이 3차원 공간을 2차원 평면에 투영한 것이기에 어떤 도법도 완전할 수는 없다. 오늘날 지도 투영법이 많아진 이유는 본질적으로 입체인 지구의 표면을 평면으로 옮기면 방위각이나 면적, 형태 중 어느 하나는 반드시 오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부분이 정확하면 다른 부분이 미흡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지도 투영법은 가급적 오류를 줄이는 것이 주목적이다. 지구본은 지도를 둥글게 만들어 붙인 입체적 특성상 평면지도 투영법의 왜곡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했다. 하지만 휴대가 불편하고 제작하기도 까다롭다. 그 때문에 지도 제작 연구자들은 어떤 매개 변수에도 왜곡이 적은 2차원 지도를 표현하기 위해 여러 투영법을 연구해왔다.

그러한 노력이 최근 결실을 맺었다. 지금까지 등장한 어떤 지도 투영법보다 왜곡이 가장 적으면서도 정확한 평면지도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일명 ‘원형의 양면 지도’다. 이 투영법을 만든 주인공은 미국 프린스턴대의 천체물리학자 리처드 고트(JRichard Gott) 명예교수와 로버트 반더베이(Robert Vanderbei) 교수, 드렉셀대 물리학과 데이비드 골드버그(David Goldberg) 교수 등이다.

고트와 골드버그의 연구는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두 사람은 평면지도가 사실에 가깝게 표현되는 6가지 필수 매개 변수(왜곡 유형)를 정량화했다. 국부적 모양, 면적(영역), 길이, 각도, 곡률(각도 선의 구부린 정도), 경계 절단(연속성 간격, 잘린 부분 또는 늘어진 부분) 등이 그것이다. 이 기준을 적용해 고트와 골드버그는 기존의 다양한 지도에 점수를 매겼다. 숫자가 클수록 왜곡이 심하고 작을수록 왜곡이 적다.

당연하지만 왜곡이 없는 3차원의 지구본 점수는 0.0이다. 지도 가운데 왜곡이 아주 심한 것으로 나타난 것은 메르카토르 지도로 8.296의 점수를 받았다. 왜곡이 가장 낮은 지도는 4.563의 빈켈 트리펠 도법이다. 비록 점수는 낮을지라도 이 지도 또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평면의 2차원 지도에서 여전히 태평양을 갈라놓고 있어서 아시아와 하와이 사이가 아주 멀리 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는 그렇게 멀지 않은데 말이다.

고트와 골드버그는 2010년 이 투영법에 대한 자체 수정안을 고안해 문제가 되는 거리를 조금 좁혔다. 그 결과 왜곡 점수 4.497을 받았다. 이는 가장 점수가 낮아(4.563) 최고의 지도로 여긴 빈켈 트리펠 도법을 뛰어넘는 것이었지만 두 과학자에게는 만족스러운 값이 아니었다.

남극·북극 면적 실제와 가깝게 표현

고트와 골드버그는 완전히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도전에는 반더베이 교수도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3명의 과학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구해 새롭게 지도를 표현할 수 있는 놀랄 만한 접근법을 찾아냈다. 그것이 바로 사각형이 아닌 CD처럼 둥근 모양의 ‘양면 지도’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형태로, 한 장에 지구본을 표현해내기 어려워 두 장으로 나눠 만든 다음 두 지도를 붙인 것이다.

3명의 과학자는 어떻게 이 같은 지도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아이디어는 1943년 버크민스터 풀러(Buckminster Fuller)가 제안한 새로운 체계의 다면체 지도 제작법에서 얻었다. 이는 규칙적인 모양으로 지구를 쪼갠 다음 이것을 어떤 방식으로 접어야 다면체 지구로 조립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지침이다. 이 지도 제작법의 문제는 호주와 남극 사이의 거리를 너무 떨어뜨리는 것이었지만 대륙을 왜곡 없이 평평하게 나타낼 수 있었다.

여기서 고트 교수는 다면체를 평면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방식을 적용했다. 특히 규칙적인 모양을 앞뒤로 붙이는 ‘봉투 다면체’를 거듭 연구한 끝에 매우 정확하면서 아름다운 원형의 ‘양면 세계지도’를 등장시켰다. 양면이 핵심인 이 원형 지도는 ‘등거리 방위 투영법’(정방위이고, 모든 점들이 지구상에서와 같은 거리로 유지되는 도법)을 사용해 3차원의 둥근 지구를 2차원의 평면에 표현할 때 불가피하게 뒤따르는 왜곡의 한계를 상당히 해결했다.

6가지 왜곡 유형으로 나눠 매긴 점수는 0.881. 평면지도로 오류가 거의 없음을 의미한다. 남극과 북극 면적은 실제와 가깝게 그려지고, 호주와 남극 사이의 거리도 거의 정확하게 표현되어 있다. 원칙적으로 지구본과 유사하다는 게 고트 명예교수의 설명이다.

이 지도는 다른 지도들과 달리 매우 기이한 느낌을 준다. 특이하게도 각 지도의 가운데에 남극과 북극이 표시되어 있고,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는 마치 빨랫줄 위에 이불을 걸어 놓은 것처럼 접혀 있지만 그 역시도 연속성을 갖는다. 지리학자들은 이 지도가 지금까지 등장한 지도 가운데 가장 정확한 위치와 비율로 만들어진 세계지도라고 보고 있다. 기존 세계지도가 지니고 있는 육지·바다의 지리적 왜곡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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