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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겨울해가 종적을 감춘지도 이슥하다. 매일 룡정에서 연길로 출퇴근을 하는 리미화(43)씨는 손시린 이 지꿎은 겨울이 여간 야속한게 아니다. 밤늦은 저녁이라 식구들 깰세라 조심조심 남편이 차려놓은 식탁에 마주앉는다. 뒤늦은 저녁을 먹고는 이내 서재로 들어간다. 퇴근후 리미화씨는 매일 자페아이들을 소재로 다룬 영화 한두편을 꼭 챙겨본다. 자페증을 이겨내고 미국 사립대학의 대학교수이자 동물학자로 우뚝 선 템플 그랜딘의 인생을 담은 영화, 몸은 20살이지만 정신년령은 5살밖에 안되는 자페증을 앓고있는 주인공이 4만 2195킬로메터의 마라손코스를 완주하기까지의 우여곡절 이야기를 그린 휴먼드라마까지… 그녀는 장애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단 한편이라도 놓친적이 없다. “영화는 잔잔해요. 눈물 쥐여짜는 감동은 없지만 다 보고난 뒤에 가슴 가득히 채워지는 느낌은 쉽게 가시질 않네요.” 세상과 담을 쌓은 아이들, 아무리 두드려도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아이들과 어울려 사는 그녀이다. 리미화씨는 연변대학 한어문학과를 졸업했다. 그후 바로 룡정중학교에서 10여년을 한어과목을 가르치다 일본류학을 다녀온후에는 연변대학 농학원에서 일어를 가르치던 평범한 교원이였다. 그런 그녀가 연변언어장애훈련쎈터에서 자페증을 앓고있는 아이들의 언어치료사로 직업을 바꾼것은 5년전이였다. 우연한 기회에 고중동창생이였던 쎈터 원장인 리향란씨를 만난것이 인연이 되였던것이다. 휴식실에서 친구를 기다리는데 아이들 엄마들끼리 하는 대화를 무심결에 듣게 되였단다. “우리 아이들은 절대로 정상이 될수 없습니다. 스스로를 속이면 안됩니다. 평생 누군가의 짐이 될 우리 아이들 부모로서 그 짐을 질 준비를 해야 합니다…” 서로를 위로하는 그 말 한마디가 가슴에 와 쿵하니 박히더란다. “내 마음이 이렇게 쓰라린데 그 아이들 부모마음이야 오죽하겠어요.” 그날 저녁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한잠도 자지 못했다. 며칠 뒤 그는 사표를 내고 바로 연변언어장애훈련쎈터 언어치료사를 지원했다고 한다. “쉽지 않은 결정이였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남들 부러워하는 대학강사직업을 포기하고 다들 꺼리는 장애인교육을 선택했으니 말이다. “엄마, 아빠.” 그녀가 5살짜리 어린애와 마주앉아 한시간째 이 두마디만을 골백번 되뇌이고있다. 5살 먹도록 아직 한번도 “엄마, 아빠”를 제대로 불러보지 못하고있다. 온갖 손짓, 몸짓 다 해가며 가르치다보니 온몸이 녹초가 되여도 짜증 한번 내지 않는 그녀다. 되려 감정조절이 자유롭지 못한 아이가 괴성을 지르며 와락 달려들어 마구 물어놓고 쥐여뜯는다. 혼자 감당하기도 어려울텐데 내색 하나 없다. “아이 장애를 알기전까지는 남부러울것 없었습니다.” 아이 아버지가 처음으로 그녀에게 아이를 맡길 때 했던 말이였다. 아무리 힘들어도 눈물 글썽이던 아이들 부모 생각에 절대 포기할수가 없다는 리미화씨이다. “부모가 세상을 떠난후 자립해 살아갈수 있도록 아이들의 터전을 마련해주는것이 내가 할 일입니다. 허락되는한 지금 내가 하고있는 일은 계속될것입니다.” 아이의 인생이 얼마나 멀고 험난할가 하는 마음이 먼저 앞서는 모양이다. 얼마전에는 그녀의 교육치료를 받고 보통학교에 입학한 아이가 기말시험에서 수학성적이 전교에서 앞자리를 차지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요즘은 아이들때문에 살맛납니다.” 그녀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번져져간다.
글·사진 신연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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