씽씽씽 씽씽씽
썰매가 나간다
비켜라 비켜라
눈속을 달린다 바람속을 달린다
랄랄랄라 썰매타기 신난다
… …
손주녀석의 성화에 못이겨 썰매장에 이끌려온 한 할아버지가 코노래를 흥얼거린다. 할아버지도 잠시나마 동심에 빠져드나 본다. 시골들판을 뛰놀며 어린시절을 보낸 사람이면 누구나 아름다운 고향겨울의 개천에서 얼음썰매를 타던 추억을 간직하고 그리워할것이다.
중국 연변조선족자치주 수부도시 연길시의 부르하통하우에 만들어진 눈썰매장이 어른들에게는 아련한 옛추억을, 아이들에게는 색다른 체험을 선사해준다. 설련휴를 맞아 가족단위로 나들이를 나온 이들로 북적인다. 눈을 밟으며 또 눈에 빠지며 아이들이 썰매타기에 란리법석이다. 썰매를 타는 아이들이나 썰매를 끌어주는 어른들이나 할것없이 모두가 얼굴에는 함박웃음꽃이 활짝 피여있다. 타다가 썰매가 뒤번저져 넘어져도 마냥 즐거운가 보다. 코끝이 쨍 얼어드는 동장군의 기승에도 아이, 어른 할것없이 마냥 즐거운 기운이 감돈다. 련인끼리 나온 청춘남녀들도 눈에 띈다. 썰매를 타고 겨울 강바람의 찬공기를 헤가르는 썰매의 짜릿한 질주가 감성을 자극할 정도로 랑만적이다.
“시골 고향마을에 두고 온 썰매장이 그립네. 개천에서 썰매를 타던 옛개구쟁이들은 다들 뿔뿔이 헤여졌겠지?”
할아버지가 혼자말로 되뇌인다.
살벌한 도시생활속에서도 어쩌다 눈을 감으면 내고향 강에 함박눈이 쏟아지면 썰매를 타던 정경이 꿈결처럼 떠올라 부질없는 향수에 젖어보는듯 싶다. 고향마을 개구쟁이들과 강가에서 썰매를 타고 팽이를 칠때가 그립던 차라 도시사람들은 반가운 설움이 북받쳐 오른다는 이들이 많다.
도심속 썰매장에서 서로 썰매를 끌어주고 함께 눈우를 질주하며 가족끼리 소통하는 모습에 두고 온 고향의 썰매장이 문득 그리워진다.
동네친구들과 함께 눈우에서 뒹굴며 후텁지근하고 달콤한 땀냄새를 풍기던 아이들을 이제는 시골에서 찾아볼수가 없다. 겨울의 시골이 한산해졌다. 예전같으면 얼음썰매, 산썰매, 눈싸움, 팽이치기로 깊어가는 겨울을 즐겼다. 함박눈이 내리는 날에는 썰매 주위에서 동네 집지킴이 개들도 꼬리를 흔들면 썰매타기는 절정으로 치닫는다.
옛날 시골정취가 하나둘씩 사라지는 풍경이 안타깝다. 겨울농촌의 “전통문화”인 겨울썰매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시골아이들에게 겨울썰매는 짧은 겨울 해를 보내고 심심풀이를 달래주는 놀이였다. 썰매를 만드는 방법도 어렵지 않았다. 사람이 앉을만한 사각형 단단한 판대기를 준비한다. 통나무가 아니면 잘라서 붙이는데 철사를 끼울 나무에 못으로 야무지게 박아 나무토막과 철사줄로 썰매를 만들어 탔다. 간혹가다 버리는 스케이트 날을 댄 썰매를 타는 날이면 그날만큼은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어깨가 으쓱해졌다.
“야호!”
발바닥에 와닿은 눈의 부드러움과 귀에 익숙한 뽀드득소리가 정겨운 도심속 한가운데 자리잡은 썰매장이 우리 정서의 한 자투리에 억눌려있던 “토종겨울”을 끄집어낸다.
연변일보 리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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