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중국동포 한씨 장례식… “10년 전 한국 와 일만 했는데…”
27일 오전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로 사망한 중국동포 한모씨(37)의 영결식이 서울 성북구 고려대병원에서 열렸다. 이날 장례식장에는 중국에서 건너온 한씨의 어머니(76)와 언니(50) 등 가족과 몇몇 지인들만 보였다. 중국에서 사는 첫째 언니는 폐암 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 중이어서 참석하지 못했다.
“동생은 10년 전 한국에 온 뒤 참 열심히 살았어요. 중국의 고향에 식당을 차리는 게 꿈이었는데, 3개월간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하기도 했죠. ‘1년에 딱 12일 놀았다’는 말을 한 적도 있고요.”
숨진 한씨의 언니는 “막내 동생이 잔업과 특근만 하다 쉬고 싶어 떠난 여행길에서 참변을 당했다”고 말했다. 한씨는 안산의 전자제품 부품을 만드는 회사를 다니다 사직서를 쓰고 남자친구 이모씨(38)와 세월호를 타고 여행을 떠났다가 결국 주검이 돼 돌아왔다. 두 사람은 사귄 지 6개월 된 사이였지만 신혼여행 가는 부부로 언론에 소개됐다.
언니는 “동생이 최근 체력이 달려 청원휴가를 내려 했다”면서 “회사에선 어머니의 병환으로 1주일 쉰 것을 언급하며, ‘많이 놀았으니 하루만 내라’고 해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고 밝혔다.
한씨는 지난 17일 실종 사실이 확인되고 시신은 23일 발견됐다. 고인의 어머니는 딸이 사망한 사실을 24일에야 알았다. 가족들이 어머니의 건강을 염려해 시신을 수습한 뒤에야 딸의 사망 소식을 알렸기 때문이다.
한씨 가족들은 사고 수습 과정에서도 이주노동자가 소외되고 있다고 밝혔다. 사촌동생 고모씨(35)는 “우리는 이주민이다 보니 사고 처리와 관련된 얘기를 접하기 힘들고, 단원고 학부모 등 희생자 가족모임과도 연결되기 힘들다”며 “심지어 같은 이주민 유족들도 뭉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산이주민센터 측은 “유족들에 대한 대책이 지금 단원고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다른 분들은 소외돼 있다”며 “특히 이주민들은 장례식장도, 문제처리도 외롭게 혼자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므로 정부가 이런 분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고인의 어머니는 건강 악화 탓에 상하이로 돌아갔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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