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인력시장 조선족과 한국인사이 '경계선'생겨
조글로미디어(ZOGLO) 2014년9월22일 08시11분    조회:3274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르포] ‘또 하나의 국경’… 남구로역 앞길엔 ‘두만강’이 흐른다 기사의 사진
19일 새벽 서울 가리봉동 남구로역 앞 인력시장에서 일감을 찾던 중국동포(왼쪽)가 한국인 노동자들이 모여 있는 도림로 건너편 휴대전화 매장 쪽을 바라보고 있다. 이 도로는 인력시장의 중국동포와 한국인 노동자를 나누는 경계선이 됐다.

[르포] ‘또 하나의 국경’… 남구로역 앞길엔 ‘두만강’이 흐른다

두만강(豆滿江). 백두산을 출발해 동해로 흐르며 한반도와 중국의 경계를 이룬다. 조선족 중국동포들은 할아버지가 이 강을 건너 중국에 정착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두만강을 할아버지가 살았던 한국 땅과 내가 살고 있는 중국 땅의 상징적 경계로 여긴다. 어렵게 한국 비자를 받아 서울로 일하러 갈 때 “두만강을 다시 건넌다”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동포가 주로 정착하는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이곳에도 ‘두만강’이라 불리는 경계선이 있다. 19일 새벽 4시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앞은 일자리를 찾으려는 이들로 북적였다. 매일 이 시간에 인력시장이 열린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남구로역 앞 왕복 4차로인 ‘도림로’를 사이에 두고 두 무리로 나뉘어 있었다.

도림로 동쪽 하나은행 구로동지점 앞은 중국동포가, 서쪽 휴대전화 매장 앞은 한국인 일용직 노동자들이 자리를 잡았다. 양쪽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하나은행 앞은 눈치싸움이 치열했다. 쌀쌀해진 새벽 날씨에 잔뜩 몸을 웅크리고 있지만 어디선가 일꾼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들리면 재깍 반응했다.

새벽 3시30분부터 하나은행 앞에서 일거리를 찾던 원모(53)씨가 멀찌감치 떨어져 있던 동료들에게 눈짓을 보냈다. 동료들이 다가가자 중국어로 자신이 얻은 정보를 전했다. 다른 팀에서 3명 정도 추가 일꾼을 찾는데 누가 그 자리를 차지하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는 거였다. 순간 중국어와 한국어가 뒤섞이며 이들은 분주하게, 그러나 남이 눈치 채지 못하게 짐을 챙겼다.

반면 휴대전화 매장 앞은 비교적 여유가 있었다. 큰 업체는 주로 이쪽에서 한국인 노동자를 찾는다. 개인 사업장이나 영세한 업체가 찾아가는 하나은행 쪽보다 일당도 많다. 일자리를 찾은 사람, 허탕 친 사람이 다 떠나도 한국인 노동자는 몇몇이 꼭 남아 있다. 아침에 현장에서 급하게 한국인 인력을 찾는 전화가 걸려오곤 해서다. 한 인력사무소장은 “큰 기업일수록 중국동포보다 한국인을 원한다”며 “중국동포에게는 이 쪽이 부러움의 대상이자 원망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새벽 4시30분이면 인력시장 노동자들을 위해 구로구에서 운영하는 ‘밥차’가 도착하는데, 휴대전화 매장 앞에 선다. 그 시간에 아침을 챙겼을 리 없는 노동자들이 밥을 먹으러 몰려들지만 중국동포는 거의 없었다. 길 건너편에서 바라보기만 할 뿐 선뜻 도림로를 건너지 못했다. 그렇게 밥을 먹으러 갔다간 일을 놓치기 쉽기 때문이다.

중국동포 이모(61)씨는 “밥차 시간이 딱 우리가 일자리 찾아 현장으로 떠날 때”라며 “저 친구들(한국인 노동자)은 밥 먹고 있으면 대기업 같은 데서 데려가지만 우리는 그 시간을 놓치면 하루를 허탕친다”고 했다. 이씨는 “이쪽 사람(중국동포)이 저기(휴대전화 매장 앞)로 가면 중국동포 사이에서도 눈치를 준다. 그만큼 이 도로에 파인 골이 깊다. 우리는 (도림로를) 두만강이라 부른다”고 덧붙였다.

중국동포를 바라보는 한국인 노동자의 시선도 결코 곱지 않았다. 일자리 부족을 중국동포 탓으로 돌리며 원망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이모(57)씨는 “일용직 일이 많지 않다. 불법체류자들이 자기들끼리 차 몰고 다니면서 일을 다 채간다”고 했다. 김모(43)씨도 “중국동포는 한국에서 돈 벌어 돌아가면 아주 잘 산다더라”며 “난 한 달 내내 일해도 생활비 병원비 내면 남는 게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동포도 이런 시선을 잘 알고 있다. 중국동포 권모(61)씨는 휴대전화 매장 쪽을 바라보며 “저들과 우리 사이엔 건널 수 없는 강이 흐른다. 서로 ‘다른 나라 사람’이란 인식이 강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이 경계를 넘어서고 싶어 한다.

황모(61)씨는 2008년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그는 “서울에 온 중국동포가 아니라 한국인이 되려고 국적을 취득했다”고 했지만 여전히 하나은행 앞에서 일감을 찾고 있었다. 휴대전화 매장 쪽에는 그에게 일을 주려는 사람이 없어서다. 이날 결국 일감을 얻지 못한 황씨는 마지막 승합차가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며 “아무래도 난 저들 세계로 들어갈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5838
  • 10일, 주당위 선전부와 주공안국에서 공동으로 소집한 소식공개회의에서 전 주 공안부문은 공안분야 관련 신소사업을 일층 혁신하고 법에 의한 신소문제 해결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신소사업을 전개함에 있어 공안부문은 신소군중의 합법적권익을 수호하는것을 최종목적으로 보다 빠르고 편리하고 효과적으로 군중이 제기...
  • 2014-10-13
  •   한 초등학교에서 베트남 출신 다문화학생이 리코더를 불며 음악수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윤관석 "다문화학생, 올 처음 전체학생의 1% 돌파" 한국 다문화 가정 학생 6만7천여명…한국 전체 학생 줄지만 다문화 학생은 매년 증가 한국 초중고교 전체 학생수 가운데 다문화가정의 학생수가 올해 처...
  • 2014-10-13
  • 이방인 취급받고 다문화 정책에도 소외..서러운 재중동포 한국내 中동포 50만명 넘어.. 제도·인식개선 나서야   [이데일리 특별취재팀]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슬픔에 빠져 있던 올 4월. 재중동포 박모씨는 중국 랴오닝성 선양의 한국총영사관을 찾아 현지 근로자의 월급인 3000위안(약 50만원)을 기부했다....
  • 2014-10-10
  • “몇년간 골머리를 앓던 수도물 공급문제를 드디여 해결받게 되였습니다. 룡정시정부와 신소제보판공실 사업일군에게 감사드립니다.” 9월 29일, 그토록 고대하던 수도물 공급문제를 해결받은 룡정시 천도사회구역 최성국(73세)할아버지와 주민대표들은 룡정시신소제보판공실을 직접 찾아 사업일군에게 감사패를...
  • 2014-10-10
  • 실제성과로 민심 얻어 당의 군중로선 교양실천 활동을 전개하는 가운데서 우리 주는 표준을 초과한 공무차량과 판공실, 새건물 건축 등 문제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했다. 현재까지 전 주는 다른 부문에서 빌려온 차량 95대를 돌려주었고 4만 8000평방메터의 판공실 466칸을 비웠으며 새로 건축한 청사는 하나도 없었다. 주당...
  • 2014-10-10
  • “하남가두에서 백성들이 제기한 문제를 제때에 해결해줍니다…” “이 골목도 비가 오면 진흙탕이 되군 하였는데 가두에서 해당 부문과 적극 협상해 채색타일을 깔아준 덕에 다니기는 물론 환경도 매우 좋아졌어요.” 9월 16일,훈춘시 광천사회구역의 주민 방지융(65살)씨가 가두의 신속한 대응...
  • 2014-10-10
  •      산비탈에 널려있는 쓰레기들이 려행객의 눈살을 찌프리게 한다.      5일,황금주기간의 여유작한 시간을 리용해 가을철에 접어들어 더 아름답게 물들어가는 세상을 보면서 심신을 치유하려는 야망으로 야외로 나섰다. 취재차 오가며 가족에게 꼭 보여주고싶었던 아름다운 길, 마소선(马...
  • 2014-10-10
  • 10월 8일, 한 남성이 회색 “제다”표 승용차를 몰고 연길시 연하소학교 문앞까지 주행하다가 차량 회전시 속도가 너무 빠른 탓으로 길가에 세워둔 110순찰차량을 들이박았다.  당일 이 남성은 회색 “제다”표 승용차를 몰고 천지로 동쪽으로부터 서쪽으로 주행하다가 연하소학교 문앞에서 우회...
  • 2014-10-09
  • 청산리대첩 항일기념비앞에서 합창을 하고있는 성원들.      “동지들아 굳게 굳게 단결해~생사를 같이 하자~ 끝까지 굴함 없이~” 9월 29일, 우렁찬 노래소리가 단풍으로 물든 화룡시 룡성진 청산촌 산간에 울려퍼졌다. 올해 처음으로 되는 렬사기념일을 맞아 중국조선족혁명가요합창단의 30여명...
  • 2014-10-09
  • 일전부터 주내 려객들은 인터넷과 휴대폰앱을 통해 뻐스표를 구매할수 있게 됐다. 장사때문에 자주 뻐스를 리용하여 연길시와 장춘시를 오간다는 최씨(38세)는 “어떨때는 뻐스시간에 맞춰 뻐스역에 나가면 인차 떠나는 뻐스표를 사지 못할때가 있어 번마다 일찌감치 뻐스역을 찾아야 했습니다. 아니면 하루이틀전에 ...
  • 2014-10-09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