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피해자 가족에 죄송…시신훼손은 기억 안 나"
경찰, 추가범행·조력자 존재 여부 등 추궁
(수원=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 수원 팔달산 토막살인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14일 피의자 박춘봉(55·중국 국적)을 동거녀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혐의로 구속했다.
국과수는 피해여성이 벽에 부딪히면서 넘어져 사망했다는 박의 진술과 달리 목이 졸려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부검의 소견을 내놨다.
◇ 법원 "도주·증거인멸 우려" 구속영장 발부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서부경찰서는 살인과 사체손괴, 사체유기 등 혐의로 이날 오후 박을 구속했다.
박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수원지법 천지성 판사는 "도주가 우려되고 증거인멸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검찰이 청구한 영장에는 범행 시기, 수법, 경위 등이 '불상'으로 기재됐지만 법원은 박이 범행을 시인한데다 증거가 충분해 범죄 혐의가 소명됐다고 판단했다.
천 판사는 아울러 DNA 채취 등을 통한 박의 혐의 입증을 위해 박의 의복과 손톱, 가택 등에 대한 사전사후 압수영장도 함께 발부했다.
박은 앞서 이날 오후 1시 50분께 수원지법으로 향하기 위해 수원서부경찰서를 나서면서 "피해자 가족에게 죄송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러나 시신훼손 이유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정신이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범행 인정 여부와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도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 박, 우발적 범행 주장 위해 거짓진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날 오전 경찰에 "피해자 목 부위에서 졸린 흔적이 발견됐고 이는 목이 졸려 사망한 경우에 나타나는 일반적 현상"이라는 내용의 부검의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이러한 부검의 소견은 전날 박이 경찰에서 '말다툼을 하다가 밀었는데 벽에 부딪히면서 넘어져 숨졌다'는 진술과 배치된다.
따라서 경찰은 박이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하기 위해 거짓 진술한 것으로 보고 박을 상대로 정확한 범행 수법 등을 추궁하고 있다.
경찰은 전날 수원과 화성 경계의 한 야산에서 피해여성 김모(48·중국 국적)씨의 머리와 왼쪽 팔, 장기 대부분을 발견했고 최초 상반신이 발견된 팔달산 등산로에서 36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오른쪽 다리를 수습해 국과수에 의뢰, 이러한 감정 결과를 받았다.
경찰은 15일 오전부터 아직 찾지 못한 일부 시신에 대한 수색을 재개할 방침이다.
◇ 박, 불법체류 확인…경찰 "추가범행·조력자 없는 듯"
경찰은 박이 2008년 12월 2일 가명으로 여권을 위조해 입국한 불법체류자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추가범행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불법체류 기간 박의 행적을 캐고 있다.
김씨를 살해한 곳으로 조사된 박의 전 주거지인 수원 팔달구 매교동 주택에서도 감식을 벌여 이 사건 이외의 범행 정황을 찾고 있다.
또 박이 시신 유기장소 가운데 한곳으로 지목한 수원과 화성 경계 야산이 시신 훼손 장소인 수원 팔달구 교동 가계약 월세방에서 8㎞ 떨어져 도보로 2시간가량 소요되는 만큼 조력자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하고 있지만 아직 추가범행이나 조력자 정황은 나오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박의 얼굴이 공개돼 추가 피해자가 있을 경우 이에 관한 제보가 올 것으로 보고 있지만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를 보면 추가범행이나 조력자가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아울러 박에게서 자백을 끌어내는 데 역할을 한 프로파일러들을 이날 다시 투입해 사이코패스 여부 등을 포함한 박의 성향을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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