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최근 사진으로 찍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놓은 이 준수사항에는 위생과 친절을 강조하는 내용들의 맨 끝에 ‘중국말로 직원들과 대화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다짐’이 들어 있다. 중국동포 아니고선 종업원 구하기가 어렵다는 요즘, 무슨 영문일까.
이 식당에서 일하는 한 중국동포는 “평소 중국말도 많이 썼는데 지금은 못 쓰게 한다”고 했다. 다른 직원은 “급할 땐 나도 모르게 중국말이 튀어나오는데 요즘은 조심한다”고 했다. 지난 25일 이곳을 찾은 손님 김아무개(59)씨는 “한국에서 일하면 한국말을 써야지 중국말을 할 필요가 있느냐”고 했다. 대학생 박아무개씨는 “한국인 사장 입장에선 중국동포끼리 알아들을 수 없는 얘기를 하는 게 싫은 게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 식당 주인은 “직원 30명 가운데 8명이 중국동포인데 모두 한국말에 능통하다. 손님들 앞에서 직원들이 중국말로 떠들곤 해서 동의를 받아 올해 초 게시문을 붙였다. 어긴다고 불이익은 없다”고 했다.
다른 일부 식당들도 ‘고객이 싫어한다’는 이유로 중국말을 못 쓰게 한다. 서울 용산구에서 횟집을 하는 김아무개씨는 “서비스업인데 손님들 듣기에 안 좋을 수 있어 중국말을 쓰지 말도록 권한다”고 했다. 서울 서초구에서 고깃집을 하는 박아무개씨는 “강남지역이다 보니 종업원들이 중국말로 얘기하면 손님들이 가게 수준을 낮게 보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반면 중국동포 사회에선 ‘너무하다’는 반응이다. 유봉순 재한조선족연합회 회장은 “한국말에 서툰 사람도 있는데 직원들끼리도 중국말을 못 쓰게 하면 벙어리가 되라는 것이냐. 틈틈이 한국어를 공부하더라도 말문이 안 터질 때가 있다”고 했다. 국적회복동포희망연대 김용필 대표는 “손님들이 다 볼 수 있는 장소에 지침까지 걸어놓는 것은 과한 것 같다”고 했다.
황교익 맛칼럼니스트는 “식당들이 식재료부터 종업원까지 대부분 중국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우리 안의 또 다른 우월주의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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