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친형제처럼 의지하며 낯선 한국생활을 이겨내던 아이들인데….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광주의 한 저수지에 빠져 숨진 중국동포 학생 2명이 다녔던 다문화 대안학교인 새날학교 관계자는 21일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자신을 잘 챙겨주던 선배가 물에 빠지자 구하려다가 두 사람 모두 변을 당한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한국 국적인 김(18·고3)군은 3년 전 중국에서 건너와 부모와 지내며 새날학교에 다녔다.
특히 외동아들에, 후배들에게도 스스럼없이 장난을 잘 치던 A군은 지난 3월 한국에 들어와 자신을 의지하던 중국 동포 진(15·중3)군과 친형제처럼 가깝게 지냈다.
이들은 학교 기숙사에서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한국 정착 과정에서 어려운 점이나 고민 등을 서로 털어놓았다.
그러나 지난 21일 학교에서 저녁 식사를 마친 김군은 여느 때와 달리 말수가 적었고 오후 7시 30분께 진군에게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운동장 한 바퀴 돌고 들어오겠다"는 말을 하고 기숙사를 나갔다.
일부 통학 학생들이 하교를 마친 후인 오후 6시부터 기숙사생들에게 통금이 적용되는 데다가 오후 9시가 되면 사감들이 점검을 하기 때문이다.
진군은 통금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김군을 이상히 여겨 찾아 나섰다. 그리고 휴대전화 통화를 통해 "학교와 400m 가량 떨어진 저수지에 있다"는 말을 듣고 달려갔다.
진군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김군의 술에 취한 목소리를 듣고 걱정됐다. 지난해 9월 중국에서 입국해 학교 생활을 하던 자신을 친동생처럼 챙겨줬기 때문이다.
진군에게 김군은 숙식을 함께하고, 장난을 쳐도 항상 웃어주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발 벗고 나서준 선배였다.
저수지 둑길에 도착한 진군은 김군이 보이지 않자 또 다른 중국 동포 선배인 C(16·고1)군에게 전화를 걸어 "물가에 왔는데 형이 안 보인다. 빨리 와서 (찾는 것을) 도와달라"고 말했다.
드디어 진군은 뚝방길 오른쪽에 앉아 있던 김군을 목격했다. 김군 주변에는 소주병과 빈 맥주캔이 놓여 있었다.
진군이 대화를 시도하려고 한 순간 김군이 저수지로 들어갔다. 자신의 만류를 뿌리친 김군을 구하기 위해 진군도 수심 4m에 달하는 물 속으로 향했다.
서둘러 저수지로 간 C군과 우즈베키스탄 동포 학생 2명은 둑길 끝자락에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발견하고 안심했으나 갑자기 김군이 둑을 내려가 물에 들어가더니 몇 걸음 못 가 허우적대기 시작했다.
진군이 곧바로 따라 들어갔으나 둘 다 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했고 C군 등은 기숙사 사감에게 전화를 걸고 두 사람을 구하려고 물에 들어갔으나 보기보다 훨씬 깊은 수심때문에 구할 수 없었다.
아이들은 한 시간 가까이 지난 이날 오후 9시 40분께서야 물속을 수색하던 경찰과 소방대원들에 의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학교 관계자는 "김군은 숨진 당일 오전 가슴이 아프다며 병원에 다녀온 것을 제외하고는 교우관계 등에 별 문제가 없었고 B군의 전화도 바로 받았다"며 "김군과 진군의 장례 절차를 지원하는 한편 C군 등 사고를 목격한 학생들에 대해서도 심리상담 및 치료를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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