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뤼와 그의 아내 자오웨이웨이는 아기가 태어난 후 처음으로 해외로 휴가를 가게 됐다. 22개월이 된 아기와 함께 가는 해외여행에 신이 난 부부는 장인장모까지 초대해 가족 여행을 가기로 했다. 성공한 경영컨설턴트인 왕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바쁜 업무에서 벗어나 일주일 간 휴가를 냈다.
자오는 중국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말레이시아 동부 해변으로의 여행을 잔뜩 기대했다. 그녀는 떠나기 전 대학 친구와 함께 옷과 헤어핀을 사고, 아들 왕모헝의 여권을 발급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35세인 왕과 32세인 자오는 대학에서 만났다. 왕은 중국 북부의 오염이 심한 산업도시 한단 출신으로, 명문 칭화대에서 회계를 공부하기 위해 베이징에 왔다. 긍정적인 성격의 자오는 베이징 출신이며 수도경제무역대학을 다녔다. 친구들은 두 사람을 이상적인 커플로 여겼다.
중국에서 최근에 흔해진 신분 상승 스토리의 주인공인 왕은 2002년 대학 졸업 후 컨설팅업체 A.T. 커니에 입사했다. 그는 회사에서 영어 이름으로 ‘로리’를 사용했다. 이 회사에서 함께 일했던 한 동료는 그가 약간의 유머 감각을 지녔으며 내성적이고 매력적인 사람이었다고 묘사했다. 그는 “왕이 스스럼없이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왕의 링크드인 계정에 올라와 있는 사진은 당시 촬영된 것으로, 금속테 안경을 쓴 그가 체크무늬 셔츠를 입고 짧게 깎은 머리를 하고 있다. 그는 사진 찍는 것을 즐겼으며 사진 공유 사이트 ‘피카사’에 꽃, 중국 건축, 산을 찍은 사진을 올렸다. 그의 피카사 계정은 2004년 휴면 상태가 됐다.
왕은 어려운 상황에서 종종 감정적으로 대응하던 다른 하급 컨설턴트들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예전 동료는 “그는 그저 앞으로 나아갔고 허둥지둥하거나 의욕을 잃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2007년 왕은 자오와 함께 노스웨스턴 대학교 켈로그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하기 위해 회사를 떠났다. 그는 2008년 A.T. 커니로 돌아왔고 2년 후 BCG로 옮겨 소비재, 자동차, 에너지 산업을 전문으로 다뤘다.
자오는 치후 360 테크놀로지 및 여러 웹사이트에서 잠시 일하다가 2012년 5월 아들 모헝이 태어나자 일을 그만뒀다. 그녀의 대학 친구 쉬지에에 따르면 그녀는 엄마가 될 준비를 하기 위해 심리학 강좌에 등록하기도 했다.
이 가족은 베이징 중심 비즈니스 구역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아파트 건물 십여 채가 모여있는 ‘위안 양 티안디’ 컴플렉스에 정착했다.
모헝이 아직 1살이었을 때 두 사람은 컴플렉스에 위치한 베요 탁아소에 아이를 맡겼다. 인공 잔디와 수영 강습을 위한 색색의 장난감 집으로 장식된 곳이었다. 모헝은 가끔씩 작은 사장님처럼 으스대며 걸어다녀서 ‘모사장’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자오와 모헝은 휴가를 떠나기 10일 전 마지막으로 탁아소에 들렀다고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탁아소 교사가 말했다. 모헝은 튜브를 잃어버려 수영장에서 다른 사람의 부축을 받아야 했기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자오는 계속 모헝 옆에 있으면서 쿠키를 주거나 목을 축이도록 유아용 컵을 내밀었다.
3월 1일, 부부와 아기 그리고 자오의 부모가 코타키나발루로 가는 비행기로 환승하기 전 쿠알라룸푸르에 들렀다. 이들은 르 메르디앙 코타키나발루 리조트에 객실 2개를 빌려 4박을 했다. 객실은 왕이 이 호텔에 보유하고 있는 보너스 포인트로 결제됐다.
이름 밝히기를 거부한 자오 친구의 모친에 따르면 자오는 베이징에 있는 친구에게 모헝이 해변을 정말 좋아해서 휴가 연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예정대로 휴가를 끝냈다”고 그녀는 말했다.
자오는 휴가에서 돌아오면 대학 동기들과 함께 작은 동창 모임에 참석하기로 돼있었다. 오염이 특히 심한 날 베이징을 떠났던 자오는 친구들에게 다음과 같은 위챗 메시지를 보냈다. “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줘. 같이 베이징 공기를 마시자!”
그녀는 사진도 여러 개 올렸다. 몇몇 사진에서는 자오가 머리에 색색깔 리본을 매고 카메라를 향해 과장된 포즈를 취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3월 5일, 가족은 마지막 이틀을 묵기 위해 더 한적한 샹그릴라 라사 리아 리조트 코타키나발루로 이동했다. 자오의 부모가 방 하나에 묵었고 부부와 아기가 다른 방에 함께 묵었다. 두 방 발코니에서는 열대 우림이 보였다. 자오는 자기 아버지 자오원슈에(57)와 어머니 다이슐링(57)이 나무가 늘어선 길을 걷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3월 7일, 이들은 호텔에서 늦게 체크아웃을 하고 쿠알라룸푸르로 다시 날아가 말레이시아항공 370편을 탔다. 자오는 언제나 비행기 타는 것을 무서워했다고 쉬지에는 말했다.
그녀는 “비행기가 추락했다는 추측이 맞다면, 웨이웨이가 너무 큰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사고가 일어났을 때 그녀가 잠든 상태였다면 좋겠다”며 “우리 모두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서 비행기 추락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알고 있다. 그런 일이 나와 이렇게 가까운 사람들에게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비행기가 실종된 뒤, 탁아소는 모헝에 대한 시를 웹사이트에 올렸다. “우리는 믿을 수 없다. 재앙이 우리 바로 앞에, 슬픔이 이렇게 가까이에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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