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를 당한 서창권 노인이 김태선씨의 도움으로 약을 먹고 있다./자료사진
지난 2013년 12월 21일 새벽 6시 30분경, 밤새 눈이 내려 길은 미끄럽고 이른 새벽시간이라 사방이 캄캄한 시간, 동포 근로자 서창권씨(이하“서씨”라함)는 그날도 전날과 같이 인력소개소를 통해 경기도 평택시의 어느 건설현장에 도착해서 아침식사를 하기위해 현장 내에 있는 함바식당(이하“식당”이라 함)으로 동료근로자인 일행 4~5명이서 이동했다. 그 과정에,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하여 꼼짝을 못하고 고통에 신음하는 중, 현장 사무실 직원이 서씨를 차에 태우고 급히 병원으로 향했다. 검사를 해 보니 상병명이 타박상과 우측대퇴골이 골절되는 상태가 되었다.그런데 이상한 점은 병원 주치의사는 입원을 하라고 하는데, 현장소장이 달려오더니 별거 아니니 퇴원해서 집에 가서 쉬고 있으면 약을 타다 준다고 하면서, 몸을 움직이지도 못하는 서씨를 본인의 숙소로 데려다 주고는 그냥 그대로 방치해 두었다.
그리하여 지인들의 도움으로 동포들로 구성된 단체에 알려주는 바람에 그분들의 도움으로 산재(산업재해의 줄인 말)요양신청을 하였는데, 어찌된 일인지 불승인이 나고 말았다.몸은 낫지 않아 움직이지도 못하고 통증이 심해서 잠도 못자는 사람을 그대로 방치한 건설현장의 처사에도 울분이 솟았지만, 산재요양 불승인처분을 받고 보니 서씨의 낙심이이만저만이아니었다. 이 무렵 한가닥 희망의 빛이 찾아왔으니, 한국에서 산재단체 활동경력이 많은 단체 즉‘전국동포산업재해인협회’(이하“동포산재협회”라 함)가 흑룡강신문의 보도를 통해 사건을 접하고 해결에 관여하면서 상황이 변화되기 시작했다,
집에 방치된 서씨를 구출해 병원에 입원시킨 동포단체의 관계자들은 열의와 의욕은 누구보다 뜨거웠으나 산재에 대한 경험과 지식은 물론 관계되는 법률과 그와 관련된 법 규정이 부족했던 것이다. 반면에, 동포산재협회는 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산재법은 물론 산재진행 절차와 불승인에 대처하는 방법 등을 훤하게 익히 알고 있었다. 허나 최선을 다해 도와줄 것은 약속하면서도 불승인이 취소되게 해 준다는 확답만큼은 아끼는 눈치였다.그러면서도 불승인 처분에 대한 이의제기 절차인 심사청구서를 작성하면서 시시콜콜 하나하나씩을 서씨에게 따지듯이 물었다.그만큼 내용을 자세하게 알아야 만이 이의제기 내용을 그만큼 상세하고 충실하게 작성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한편 동포산재협회 관계자들은 병원비독촉을 하는 병원 담당 직원들을 달래고 안심을 시켰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는 와중에 2014년 5월 14일 드디어 심사청구의 결과물인 ‘심사결정서’가 도착되었는데, 서씨는“최초요양 불승인을 취소한다”라고 분명히 적혀있는 문서를 받아보게 되었다. 해당 근로복지공단(이하‘공단’) 지사인 경기도 평택지사가 내린 불승인처분에 대하여 상급기관인 공단 본부에서 취소한 것이다.
그 전부터 서씨는 동포산재협회 회장을 비롯한 협회관계자들과 함께 원 처분청인 평택지사를 방문하여, 분명히 잘못된 처분인 만큼 행정법(행정절차법 제25조 처분의 정정) 절차에 따라 스스로 취소하라는 근거가 있는 만큼 재해자의 고통을 줄여주고 행정행위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줄 것을 촉구 하였으나, 평택지사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고 이의제기를 하라고 안내를 하는 것으로 자신들이 할 일을 다 했다고 손을 털고 말았다.
이에 동포산재협회에서는 서씨와 머리를 맞대고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을 상대로 심사청구를 작성하여 접수시켰고 약 50일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에 불승인을 취소한다는 결정통지서를 손에 쥐게 되었다.동포산재협회 장 회장에 따르면 행정행위의 취소에는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그중 가장 이상적인 것이 불이익 처분을 받은 당사자의 신청에 의해 스스로 취소하는 것이고, 그 다음이 재결청인 상급기관에 이의 있음을 서면으로 제출하여 취소를 받는 것이며, 가장 미련한 방법이 법원에 행정소송을 당한 뒤 법원에서 취소하라는 판결을 받고 어쩔 수 없이 취소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서씨는 두 번째 과정인 상급기관에 의한 취소를 받은 것이므로 그나마 비교적 순탄하게 처리가 된 것이었다.
이리하여 서씨는 그동안의 병원비는 물론이고 마음고생을 한꺼번에 쓸려 내리게 되었다.병원비는 병원에서 공단에 청구하여 받을 것이므로 직접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뿐 아니라, 재해 다음날부터 계산해서 현재까지의 휴업급여도 모두 지급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으며, 나아가 앞으로도 완치될 때까지 편안한 마음으로 치료도 충분히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서씨는 “정말이지 이러한 기분은 뭐라고 표현하기가 힘들 정도로 그저 기쁘고 감격스럽다”면서, “그동안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에게 어떻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 지가 고민스럽다”면서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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