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자전거를 사고싶었지만 자전거를 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줄곧 사지 않았다. 왜냐하면 자전거를 사도 탈 여유가 없었고 탄다 해도 안전하게 탈 자신이 없었기때문이다. 이렇게 자전거타령만 몇년하다가 드디여 최근에야 자전거를 사기로 마음먹었다.
어쩌면 자전거가 그리운것은 점유욕보다도 동년시절 자전거에 담긴 추억이 그리운탓인지도 모른다. 어릴적 아빠 자전거앞에 앉아 학교 다니던 기억, 앞에는 내가 앉고 뒤에는 엄마가 앉아 함께 장보러 가던 기억, 나보다도 덩치가 더 큰 자전거에 매달려 비틀비틀 자전거련습을 하던 기억, 자전거 앞바구니에 수박을 담고 비틀비틀 거리며 집까지 오던 기억… 그때는 정말 행복이 무엇인줄도 모르고 자전거 하나에 취해 "오늘 자전거를 탔다. 무지무지 행복했다"라는 단촐한 수사로 일기장을 꽉 채웠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하니 모든것에 필요성이 강요되면서 나에게 있어 자전거는 하나의 교통도구로 변해버렸다. 나 또한 사회의 훌륭한 도구가 되기 위해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마음을 랭정하게 사납게 가꾸면서 지내왔다. 그러던 어느날, 점점 무기력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 옥죄이는 일상에서 벗어나고싶었고 피터팬이 나타나 어디론가 훌쩍 데려다줬으면 하는 망상에 빠져보기도 했다. 그러기를 몇달, 행복이 어디에 있을가 다시 더듬더듬 찾아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랭정하게 얼어붙은 마음에는 사회생활에 대한 불만, 스트레스와 피로만 잔뜩 쌓여있었다.
뒤늦게 전직할 기회가 생겨 휴식을 취하면서 계획에도 없던 자전거려행을 떠나게 되였다. 친구한테서 빌린 고급스럽지 못한 투박한 자전거를 타고 일단 출발은 했지만 혼자 떠나는 려행길이라 두려움부터 앞섰다. 하지만 자전거는 일단 올라타기만 하면 뒤걸음질을 못하고 줄곧 앞으로 달려야만 한다. 어디로 갈것인가? 방향은 자기 손에 달렸고 시시각각 평형을 유지해야 하고 잠간잠간 헛눈길은 팔수 있어도 정신줄을 놓아서는 안된다. 자칫하면 넘어질수도 있거니와 다른 사람과 부딪칠수 있기때문이다.
문득 자전거타기가 인생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몇만원짜리 자전거를 타고 누군가는 몇백원짜리 자전거를 타고 누군가는 찌그러지는 중고자전거를 탈수 있겠지만 안장에 올라앉는 순간 오로지 두발로 페달을 힘껏 밟으며 균형을 유지해야만 앞으로 나갈수 있다. 그리고 그 사람이 교수이든 거지이든 상관없이 오로지 자전거타기에 몰입해야만 비로소 안정감있게 앞으로 나갈수 있다는게 얼마나 우리에게 조건부 없는 우쭐함을 안겨주는 노릇인가. 균형이 흐트러지거나 지그재그라면 행복은 더이상 진행형이 아닌 과거형이 돼버리고만다. 지금 내가 타고있는 자전거는 균형을 잃지 않고있는지? 직업적역할, 사회적역할 내지 자신의 삶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잘 달리고있는지?
이처럼 우리에게 필요한것은 순간의 삶에 균형잡힌 자세로 최선을 다하는것이다. 왜냐하면 균형을 잡은후에는 얼마든지 자전거속도를 높일수 있고 얼굴을 스치는 시원한 바람을 즐기면서 세상을 향해 마음껏 달릴수 있기때문이다.
려행에서 돌아와 나는 바로 자전거가게로 갔다. 가게앞에 가지런히 놓여진 자전거를 보니 어쩐지 자전거가 마음의 여유를 찾아주는것 같았고 나의 친구로 변신한것 같았다. 나는 서슴없이 나의 친구를 데리고 길을 나섰다.
연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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