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어느 이른 아침 연길시 북산가두 단명사회구역의 한 주택가.
“어머니 계세요? 어디 아프신데 없으시죠?”
단명사회구역의 김봉윤(34살)씨는 매일 아침 동네에 혼자 사는 어르신들의 집을 돌며 안부를 묻는다. 남들보다 조금 일찍 출근해서 그가 하루도 빠짐없이 꼭 하는 일이다. “홀몸으로 계시던 어르신이 화장실에서 쓰러져 돌아가신 후 며칠이 지나 발견됐다”는 뉴스를 접한 후 생긴 습관이다. 행여 이런 일이 그의 주변에서도 일어날가 아침마다 동네를 돌며 어르신들의 안부를 확인한다.
말은 쉬워보이지만 실천하기에는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지만 그는 지난 몇년간 묵묵히 이 일을 해왔다. 동네 할머니들은 그에게 모두 “어머니”이다. 타고난 밝은 성격과 싹싹한 태도로 어른들을 대하니 길에서라도 그와 마주치면 어르신들은 그의 손을 잡고 한참을 놓지 않는다.
“특별히 저희가 내세울건 없다지만 주민들의 화합만큼은 우리 동네 최고의 자랑거리입니다”
김봉윤서기가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을 웃으며 건네는 한마디이다.
광고설계일을 쭉 해왔던 김봉윤씨는 스스로도 지금의 일터에서 주민들의 손과 발이 될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단다. 지난 2011년에 하던 일을 그만두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을 갖다가 우연히 북산가두에서 잡다한 일들을 도와주게 됐다. 그러다 유난히 부지런하고 약삭발랐던 그는 바로 북산가두 단명사회구역의 당조서기직을 맡으면서 동네 어르신들과의 인연을 꾸준하게 맺어가게 됐다. 그때만 해도 단명사회구역은 자금난에 허덕였고 주민들사이 이러저러한 모순도 많았기에 누구도 선뜻 서기직을 맡으려고 나서는이가 없었다. 게다가 옴니암니 따져야 되는 세심한 작업이다보니 대부분 사회구역의 서기는 녀성들이였다. 어찌보면 남자인 김봉윤씨에게는 이 일은 마냥 쉽지 만은 않은 선택이였다.
“하루 24시간동안 전화기가 꺼져있었던 적 단 한번도 없었어요. 때론 어렵다고 전화오는 주민들의 부름에 여기저기 다니다보면 한달 월급이 교통비로 쓰일때가 대부분이예요. 허허, 그래도 보람은 있다고 생각해요”
하는 일이 힘들더라도 의미가 있다고 말하는 그다.
한국출국열이 일면서 연길시도 여느 현, 시와 마찬가지로 시가지에 집을 마련하고 이사 온 사람들이 많다. 게다가 젊은이들은 다들 떠나가고 남아있는 이들은 대부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다. 그는 그들의 속사정을 잘 헤아려준다. 큰일 보다는 작아서 방치된 일, 귀찮아 내버려둔 일을 찾아 해결해주군 했다. “어느 집 할머니가 아프다더라”는 소문이 나면 가장 먼저 달려가 살피는 이도, 어르신들 사이에 다툼이 생길 때 가장 먼저 달려가는 이도 그였다. 겨울이면 문풍지를 해준다, 석탄을 날라준다... 챙겨야 할 일이 많다.
이웃끼리도 서먹서먹하게 지내는 동네분위기를 보아내고는 북치기, 민족무용시합 등 다양한 행사를 열어 주민들이 서로 얼굴 마주치는 기회를 많이 만들기도 했다.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서먹하던 분위기도 없어지고 건전한 공동체가 만들어졌어요”라며 무척이나 기뻐하는 그다.
“저한테는 주민들과 어울리는 이 일이 최고의 직업인것 같습니다...따지고 보면 월급 받고 하는 일이라 별거 아닙니다” 자기 속마음을 터놓으며 쑥쓰러운듯 말하는 김봉윤씨, 자신이 하는 일에 무척이나 자부심을 가지고있었다. 그속에서 사람사는 재미를 느끼기때문이다.
연변일보 글 사진 신연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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