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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다홍치마가 더 곱지 않을까?
맹영수
지난1년남짓한 기간에 친척, 친우 그리고 지인들의 부름을 받고 20번의 결혼식에 참가했다. 결혼식은 평생의 연분을 맺는것으로써 응당 즐거운 맘으로 축하하여 주고 술잔을 들어야 했다. 허나 번마다 그런 즐거운 기분만은 아니였다. 왠지 어떤 결혼식에 참가하고 귀로에 오르고 나면 소태나 씹은듯 씁쓰레한 기분이 드는것을 나로서도 어쩔수가 없었다. 사실 쭉 돌이켜보면 그동안 참가한 결혼식이 우리민족의 순수한 결혼식보다도 타민족을 배동한 결혼식이 적지 않았던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쌍방이 다 우리민족의 배우자인 결혼식이 근근히 12번뿐이였고 그 나머는 다 타민족배우자를 동반한 결혼식이였다.
지금은 글로벌 세상이고 네트워크 세상이다.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지척인 세상에서 꼭 그어떤 답안에 따라 인생을 그릴 필요가 없는 세상이다. 사실 요즘 세상엔 타민족 배우자와 결합하고도 인생을 행복하게 보낸 분들이 아주 많다. 아름다운 연분이란 모든것을 떠나서 수선 마음과 마음의 소통이고 심장과 심장의 마찰이라고 했다. 그래서 사랑에는 예로부터 국계마저 없다고 했다. 요즘 단일민족으로 소문높던 우리 이웃인 한국에서 마저도 급작스레 다문화가정들이 불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한 나라에서 타민족과의 결합은 그무슨 이의를 제기할것도 못되는 너무도 자연스러운것이다.
어찌보면 류행을 못따르는 내가 보수적일수도 협소한 민족주의 일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을 보면 그냥 먼산 보듯 덤덤히 축하잔을 들고 박수만 칠것도 아닌것 같다. 조선족 인구출생이 왕가물에 바닥을 들어내듯 바닥을 맴돌고 있는 현실이다. 자치주창립초기 60%이상을 차지하던 조선족비례가 지금 근근히 34%를 좀 웃돈다고 하는데 앞으로20, 30, 40년이 지나서 그때면 과연 우리의 민족비례는 어떻게 되고 그때에도 지금처럼 자치권리를 행사할수가 있겠는가? 솔직히 출생률이 줄어들면 학교가 줄어들고 학교가 줄어들면 우리 언어의 사용위기도 들이닥칠것이다. 우리는 “만족어”의 소실에서 우리의 앞날을 짚어봐야 한다. 이제 “연변보위전”은 시기상조가 아닌것 같다.
물론 나는 무턱대고 타민족과의 결합을 반대하지 않는다. 일터에서 정이 들어 결합되는것은 자연의 상식처럼 세상 누구도 어쩔수가 없는것이다. 그리고 세상에 자식 이기는 부모가 없다는것도 잘 알고있다. 자식이 진정으로 타민족과 정이 들어 결합을 원한다면 도시락을 싸들고 따라다니면서 반대할 필요가 없고 덕담으로 그들의 미래를 축복해 주어야 한다. 필경 타민족도 정이 들면 내집사람이라고 했으니깐.
그런데 가끔가다 보면 요즘 젊은이들은 향락주의에 물젖어 타민족과의 혼인을 추진하는것을 볼수가 있다. 언젠가 딸애 또래의 녀자애들과 물어봤더니 그들은 한결같이 타민족들은 감정을 중이 여기고 사랑에 충실하고 그리고 제노릇을 잘해 앞으로 살아가는데 평탄하리라고 믿는다고 하는것이였다. 그러면서 누구는 타민족과 결혼했는데 사례금으로 10만원을 가져왔고 집은 물론이고 승용차도 사줬다면서 부러움을 금치못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들은 또 조선족은 기껏해야 집이나 사주면 다고 좀더 부유하면 2만원좌우를 주면 다라는것이였다. 나이는 많지 않아도 벌써부터 엉뚱한 궁리를 썩 잘 하고있는 요즘 젊은 녀자애들이였다.
세상 모든것은 물질을 떠날수가 없다는 말이 있다. 혼인은 그냥 장국에 밥을 말아 먹는것이 아니다. 일정한 경제기초가 없으면 혼인은 늘 불안해지고 나중에는 파렬될수도 있다. 그만큼 혼인에서 물질을 따지는 녀자들을 무턱대고 질책할수도 없다. 같은 값이면 뽕도 따고 님도 보면 좋지 않은가. 그러나 세상에 날때부터 부자는 많지 않다고 그냥 부모와 대방에 의거해서 향락을 누리려는것은 어딘가 좀 얌치없는 행위인것 같다. 조금은 가난해도 서로 맘이 통해 고락을 함께 하면서 가정을 다져간다면 그런 혼인이야말로 바위섬처럼 한결 더 견고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솔직히 요즘 우리 조선족남자들도 많이 변하고 또 우수하게 변하고있다. 지금은 예전처럼 결혼하면 남편이라고 다리를 토시고 앉아 담배나 태우며 큰소리나 치는 그런 남자들이 많이 줄어든 상태다. 정신이 부쩍든 우리 조선족남자들도 이제는 녀자가 귀한줄 알고 결혼하면 가정에서 중임을 떠메려고 아득바득 노력하고있다. 물론 그 표현방식에서는 아직도 어딘가 조금 서툰데도 있지만 노력한다는 그 표현만 봐도 얼마나 보기 좋은가? 그런데도 계속 편견을 버리지 못하고 타민족에게 더 눈길을 돌린다면 우리 조선족남자들에겐 얼마나 서운한 일인가? 락엽귀근이라는 말이 있다. 젊었을 때는 몰라도 사람은 나이들수록 자기의 조상과 고향을 그리게 된다고 했다. 그리고 황차 앞으로 일은 누구도 모른다고 했다. 그만큼 현실에만 치우치지 말고 좀더 넓은 안광으로 혼인을 선택하면 좋지 않을까?
누군가 지금은 일사천리세상이라고 했다. 관념이 무너지고 전통이 깨지면서 모든것에 나래가 돋쳐 비약이 일어나고있다. 열린세상에서 극구 전통만 고집한다는것은 곰이 옥수수를 따듯 아둔한 생각일수도 있다. 벽돌을 높이 쌓아야 빌등이 일어서듯 인간의 욕망은 언제나 높은 “리윤”을 추구하기 마련이다. 어쩌면 열린 세상에선 혼인도 일종 “상품”이나 다름없다. 이제 글로벌세상에서 다문화는 막을수 없는 추세이다. 그만큼 비관과 불평보다는 현실을 적시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바른 마음자세를 갖도록 해야 한다.
생활은 오색찬연하다. 거기엔 “주식”이 있어야 할뿐만아니라 술과 음료도 있어야 하고 춤과 노래도 있어야 한다. 사랑도 마찬가지이다. 사랑이란 단순한 섹스가 아니라 하나의 예술이고 하나의 기교이다. 요즘 녀자들은 보드빌딩맨이나 비즈니스맨을 원하기앞서 자상하고 따뜻한 남자들을 원하고있다. 벙어리속은 낳은 에미도 모른다고 이제 우리의 남자들도 쑥스럼을 벗어나 시대에 맞게 사랑을 어필할줄 알고 행동에로 옮길줄 아는 그런 젠틀맨으로 되여야 한다. 그리하여 더는 세속적이고 고질적인 약점으로 해서 자기의 녀자를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는 일은 없어야 할것이다.
새납엔 북장단이 잘어울리고 더덕무침엔 고추장이 한결 어울린다고 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말이 통하고 피줄이 같고 례절이나 음식…등 생활습관이 비슷한 제 민족끼리의 결혼수가 늘어나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일것이다.
그리하여 봄이 오면 진달래가 피듯 선조의 피땀으로 걸어진 이 땅에서 우리민족의 뿌리가 세세대대로 탄탄하게 뻗어가면 얼마나 좋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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