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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문화상 응모글 9] 선인장의 웃음
조글로미디어(ZOGLO) 2016년2월26일 10시56분    조회:1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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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의 웃음
김화


“그동안 수고했다. 참 예쁘구나!”

색갈이 선명하고 깔끔한 세개의 봉오리가 자기를 보라는듯 의기양양하게 행복한 웃음을 보내고있다. 그동안 거의 방치하다시피 돌보지도 않았는데 선인장은 잘 견뎌내고 고운 모습을 보여주고있다. 너무 예뻐 허리를 굽혀 입을 바짝 대고 칭찬을 해주었다. 날씨가 유난히 추웠건만 그 어려운 환경을 잘 견뎌내고 꽃을 피운 선인장이 대견하고 기특하여 칭찬을 많이 해주었다.

우리 집에는 몇개의 화분이 있다. 키도 생김새도 다르다. 꽃이 피는것도 있고 잎만 무성한것도 있다.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식물마다 특성이 조금씩 달라서 실내에 놓을 때도 놓아야 할 자리가 다르다고 한다. 거실, 침실, 화장실 등 놓는 장소에 따라 다른 화분을 놓으라고 권한다. 그러나 어디다 놓던지 생명이 없는 건축재료로 지어진 아파트 실내에 살아있는 싱싱한 화분을 두는것은 우선 실내 분위기를 생동감있게 해준다. 또 계절에 관계없이 가끔 예쁜 꽃도 볼수 있어 정서적으로도 참 좋다. 아침에 일어나 처음 볼 때는 문안인사를 하는것 같고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반겨 맞아주는것 같다. 그런데 그중에 별로 관심을 끌지 못하는 화분이 있다. 바로 선인장이다.

선인장도 여러 종류가 있다. 우리 집에 있는것중 하나는 고슴도치처럼 몸에 사나운 가시를 달고있다. 어쩌다 잘못하여 손가락이 닿기라도 하면 그 작은 가시가 찔러 아프고 여간해서 그 가시가 빠지지도 않는다. 새파란 잎이 있는것도 아니고 가지가 뻗은것도 아니다. 모양도 별로 예쁘지 못하여 실내에 들여놓지 않은채 한쪽에 방치해 두고있었다. 다른 식물처럼 물을 자주 줄 필요도 없고 시든 잎이나 죽은 가지도 없으니 다듬어줄 필요도 없다. 주인을 전혀 귀찮게하지 않고 저 혼자 지낸다. 그런데 그것을 버리지 않고 그대로 놓아둔것은 가끔 2-3년만에 한번씩 꽃을 피우기때문이다. 그 꽃잎은 색갈이 진홍색과 노랑색이 약간 섞인것으로 아주 선명하고 깔끔하다. 그 특별한 꽃을 보리라 기대하고 베란다 한쪽에 놓아두었던것인데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꽃이 피는 식물은 해볕을 적당이 받을수 있는 곳에 두어야하므로 베란다에 두면 겨울에 실내보다 춥긴 해도 볕을 자주 받을수 있다. 지난해 실내에 다 들여놓을 수 없어 거실밖 베란다에 두었던 몇개의 화분은 잎이 얼어 떨어지거나 몸살을 앓았다. 그러나 선인장은 잘 견뎌낸것이다. 겉으로 봐서는 죽었는지 아직 살아있는지도 분간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날씨가 따뜻해지니까 꽃대가 나오더니 드디여 꽃이 피었다. 모양이 다른 또 하나의 선인장도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있으니 또 기대가 된다. 인터넷검색창을 찾아보니 지금 꽃을 피운 선인장의 이름은 ‘금호’라 하고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있는것은 ‘금강환’이라 했다. 이제 그들에게도 이름표를 달아주어야겠다.

꽃이 세송이 피였는데 하나는 좀 일찍 피더니 다른 봉오리가 입을 열자 시들기 시작했다. 선인장의 꽃은 너무 쉽게 빨리 져버려서 아쉽다. 어렵게 피였으니 좀 오래 견뎌 주면 얼마나 좋을가! 겨우 2-3일 견디다 떨어지는 선인장 꽃, 그러나 얼마나 그 내면에서 진통을 겪었을가?  그 겨울 혹한을 견뎌내느라고 얼마나 고생했을가? 혹시 목이 마르지는 않았을가? 한참 바라보다가

“참 예쁘다. 그런데 미안하다. 금호야!”

정말 고마워서 인사를 하고 응접실에서 잘 보이는 쪽으로 옮겨놓았다. 식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식물도 인간의 말을 알아듣는다던데 이 선인장도 내 말을 듣고 기뻐했을가?

주인이 관심을 가지거나 말거나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자기 일을 해낸 선인장 꽃을 보면서 우리 인간들을 생각해보았다. 세상 사람들중에는 작은 일을 하면서도 남에게 인정받기 위하여 여러가지 방법으로 소문을 내는 사람이 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면서도 칭찬을 받으려는 사람도 있다. 다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는 생색을 내고 혼자 다하는것처럼 잘난체하면서 행동은 따르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런가 하면 커다란 선행을 하고서도 그 일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질가봐 조심하는 사람도 있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이 있다. 남이 알아주거나 말거나 자기의 할일을 묵묵히 하는 사람, 다른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소문내지 않고 조용히 자원하여 하는 사람, 이런 사람이 많은 사회는 분명 살기 좋은 사회가 될것이다. 
조금 힘들고 어려워도 인내하며 자기 소임을 다하는 사람은 저 선인장같이 반드시 아름다운 꽃을 피울 때가 있을것이다. 어려운 고비를 잘 넘기고 좀더 인내와 끈기로 인생을 열심히 산다면 행복한 웃음이 번지게 되려니싶다.

<청년생활>잡지 2016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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