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시설 지구촌어린이마을 3년
부모 모두 외국인… 대부분 맞벌이, 정부지원 없어 자녀들 안전 사각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지구촌어린이마을 아이들이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지구촌어린이마을은 어린이집에 갈 형편이 안 되는 다문화가정 어린이 80여 명의 보금자리 역할을 하고 있다. 오른쪽이 김해성 지구촌사랑 나눔 이사장.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좁은 방안에 하루 종일 갇혀 있던 아이들이 이곳에 와서 ‘정말 좋다’고 말하면, 기쁘면서도 가슴이 아픕니다.”
올해로 개원 3년째를 맞은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지구촌어린이마을(지구촌마을). 다문화가정 어린이 80여 명이 다니고 있지만 인가를 받을 수 없어 ‘어린이집’ 대신 어린이마을이란 명칭을 쓴다.
지구촌마을을 설립한 김해성 지구촌사랑나눔 이사장(55)은 그래도 요즘 행복하다. 공사가 한창인 건물 3층을 기자에게 보여주며 “두 개 층만으로는 아이들을 더 받기 어려웠는데 한시름 덜었다”고 웃었다. 한국유니세프위원회의 지원 덕에 건물을 더 넓게 쓸 수 있게 됐고 옥상에는 아이들이 꿈에 그리던 실내놀이터가 생겼다. 그동안은 놀 곳이 없어 아스팔트 찻길을 따라 단체 산책을 나가는 것이 전부였다.
25년 전부터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에 관심을 가졌던 김 이사장은 이 아이들의 열악한 환경을 보고 지구촌마을을 만들었다. 대부분 맞벌이를 하는 부모들은 음식을 조금 두고 문을 잠근 뒤 일하러 갔고 아이들은 좁은 방에서 두려움에 떨며 부모를 하루 종일 기다렸다. 이런 현실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
정부가 다문화 정책을 도입한 지 10년이 됐지만 지원 대상이 한정돼 있다. 지구촌마을을 찾는 사람들은 한국계 중국 국적 동포끼리 결혼했거나 합법적으로 입국했더라도 외국인 근로자끼리 결혼해 아이들을 낳은 경우다. 월 50만 원 이상 드는 일반 어린이집은 엄두를 못 내고 아이가 한국말이 서툴러 적응을 못하는 일도 많기 때문. 이런 처지에 놓인 아이들은 최소 수천 명으로 추산된다.
지구촌마을 아이들은 한국어와 중국어 모두 할 수 있다. 중국동포 교사들은 2개 국어를 번갈아 쓰면서 아이들을 가르친다. 김 이사장은 “몇 년 후 아이들이 중국에 돌아가더라도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언어교육에 힘쓴다”고 말했다.
지구촌마을이 정부에서 지원받는 돈은 ‘0’이다. 그런데도 김 이사장은 ‘외국인 불법 체류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이유로 몇몇 시민단체의 항의를 받고 있다. 그는 오히려 되물었다. “단일민족이라는 환상 때문에 이미 현실이 된 다문화사회를 외면하시겠습니까. 유럽 인종 테러 같은 재앙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 아이들에겐 교육이 꼭 필요합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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