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대형 마트나 쇼핑몰이 많아졌다지만 옛 사람들은 필요한 게 있을 때 어디로 갔을가? 바로 3일이나 5일 만에 한번씩 열리는 장터였다.
들어가는 길목에 펼쳐놓은 좌판들, 형형색색의 물건들, 커다란 솥에서 부글부글 끓여낸 국밥을 후후 불어먹는 손님들, “내 물건 사시오!” 웨치는 목소리들…이 모두가 ‘저자거리’라고도 불렸던 우리 옛 장터의 풍경이다.
우리 옛 장터에는 없는 게 없었다.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물건들은 물론 맛있는 먹을거리도, 예쁜 장신구도, 나아가 옛날에는 아주 중요한 재산이였던 소와 송아지도 바로 이 장터에서 사고팔았다. 또한 옛 장터에는 마트나 쇼핑몰에서는 살 수 없는 게 있었다. 바로 사람들간의 따뜻한 정이다. 옛 장터에는 싸게 달라고 조르는 손님들, 못이기는 척 덤을 퍼주는 상인들 모두에게 행복한 거래가 이루어졌던 곳이다.
아직도 장터는 지역의 옛 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는 력사의 한 장소이지만, 세월 속에선 한해 두해 몰라보게 달라지고 있다. 인구의 감소, 교통의 발달, 마트 형성 등 문명의 발달과 함께 장터도 점차 그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헌데 사라지는 현실을 막진 못하지만 옛 장터의 정취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되살려보겠다는 이들이 나타났다. 지난 18일 옛이야기가 흐르는 곳, 우리의 멋과 맛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연성각에서 특별한 장터가 열린다고 해 그곳을 찾았다.
‘사고팔고, 놀고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연변에서의 첫 플리마켓(자유시장)이라는 명명과 함께 며칠 전부터 위챗을 뜨겁게 달구었던 ‘어장’이 드디여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어장 하면 낚시터를 떠올리는 것이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그 뜻을 파헤쳐보면 자못 기발한 발상임을 알 수 있었다. ‘어장’ 최초 기획자인 박혜영씨는 “어디로 튈지 모를 장, 어디서 벌릴지 모를 장, 그리하여 ‘어장’”이라는 이름을 짓게 됐다고 소개한다.
한편 많은 사람들이 ‘어장’의 발상에 대해 궁금해하기도 했다. 이에 박혜영씨는 “외국에서 온 친구가 여긴 뭐 재밌는 게 없나 묻는데 딱히 알려줄 만한 게 없었다. 가슴이 먹먹했다.”라며 “나름 연변에 오래 살았는데 이곳의 특색을 알릴 수 있는 뭔가가 없어 아쉬움이 남았었다.”고 솔직하게 답변했다.
이날 ‘어장’은 다양한 물품과 각양각색의 사람들 속에서 평소와는 다른 기운을 느낄 수가 있었다. 무엇보다 지갑이 얇아도 두 손은 무거워질 수 있는 게 최고의 장점이였다. 또한 전자지갑의 보편화로 점차 그 용도를 잃어가는 지페의 모습도 이곳에서 만큼은 어딜 가나 볼 수 있었다. 초록의 싱그러움 속에서 오고가는 정, 쉼과 휴식 그리고 생기발랄함과 감성까지 공존하는 이곳은 특별한 문화적 공간으로 다가왔다.
요즘 현대화된 대형 마트를 살펴보면 고객 서비스에 최선의 노력을, 신선한 물건들로 고객을 부른다. 입을 벌리지 않아도 간단한 확인절차만 끝나면 인차 그곳을 떠날 수 있다. 하지만 여기 어장은 조금 다르다. 24명 상인 모두 각자의 ‘스토리'를 갖추었다. 엄마가 발표한 책 한권을 들고 나온 딸, 려행중에 장만한 빈티지 옷과 함께 소통의 장을 기대하는 주부…‘이야기가 있는 장터’가 어장이며 어장에서의 이야기는 입과 입을 통해 ‘소문’이 되였다. 사람냄새가 솔솔 풍기는 이곳은 인터넷 판매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가게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인들에게는 협소하지만 자기만의 정신세계를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장소였다. 어쩌면 그들에게 ‘어장'은 삶의 돌파구이자 출발점일지도 모른다.
“아기자기하고 편안하며 가정적인 분위기라서 자유롭게 즐길 수 있었다.”, “단지 돈을 버는 목적이 아닌 이 분위기를 즐기고 싶었고 색다른 곳에서 손님맞이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교감과 소통 속에서 서로의 인생을 엿볼 수 있고 그 가운데서 생활의 질도 제고될 것이라고 본다.” 이는 ‘어장’에 참여한 상인들이 말하는 이곳에서 얻은 것이다.
시민들의 반응도 기대 이상이였다. 어장을 둘러보던 한해성씨는 “연변에 새로운 문화를 보급한 것이라고 본다. 첫시작이 힘들겠지만 꾸준히 지속되다 보면 언젠가 잊혀져가는 옛 장터 못지 않은 분위기를 살려낼 것”이라며 이런 공간이 있음으로 하여 많은 사람들의 생활이 더욱 생기와 활기로 넘칠 것이라고 말했다.
어제의 장터가 생활장터라면 오늘의 장터는 문화장터이고 문화가 숨쉬는 장터였다. 사는 것도 즐겁지만 무언가 보고 채워지는 감성돋는 시간이였다. 시골장터의 정취와 추억을 느끼고 문화가 함께 하는 시장이였으며 모두가 어울리 수 있는 곳이였다. 또한 소비자와 상인들이 문화적인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제공하고 다양한 문화인들간의 교류를 위한 시장이였다.
연변일보/민미령 황련화 기자
관련사진 보기/연성각에서 펼쳐진 1일장터 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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