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자전거 타고 결혼하던 날
조글로미디어(ZOGLO) 2017년9월20일 15시00분    조회:1652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40)

◇김삼철(룡정)

자전거를 타고 결혼식을 올린 신랑 김삼철과 신부 임혜란의 1965년 6월 30일 약혼기념사진

지금도 내가 결혼하던 그 어설펐던 날을 생각하면 허구픈 웃음부터 나온다. 50여년 전이니깐 물론 지금과는 비할 수 없겠지만 열한명 식구에 로력이란 남성로력 나 혼자에 어머니와 아주머니 뿐이고 회갑이 언녕 지난 할아버지를 비롯한 어린 조카들이여서 가정생활이란 형편없이 쪼들렸다.

맏형님은 룡정고중에서 교원으로 사업했는데 한달 로임이 53원, 그 돈으로 대학교에 다니는 둘째형님의 숙사비, 식비, 학잡비와 어린 조카들의 학잡비를 지출하고 나면 20원도 남지 않았고 그것마저 몽땅 생산대에 식량대로 들여놓아야 했다.

식구가 많고 로력이 적은 우리 집은 해마다 가을 탈곡이 끝나도 식량값이 부족하다 보니 식구에 따른 식량을 제때에 탈 수가 없었다. 그럼 맏형님은 또 학교 공회 호조비를 꾸어서 생산대에 들여놓아야 했다. 이렇게 형님의 로임도 늘 꾼 돈을 제하다 나니 우리 집 생활은 몹시 어려웠다.

그런 가정에서 장가를 가는 나에게는 모든 것이 어려웠다. 신랑 옷을 한벌 만들려 해도 돈이 문제였다. 그 때는 못사는 시절이였지만 그래도 대부분 집들에서는 결혼하는 신랑 옷만은 곤색 사지로 한벌씩 하였지만 우리 집은 사정이 여의치 않아 좋은 사지천 옷은 꿈도 못 꾸었다.

나는 맏형님이 하자는 대로 바지는 곤색 골덴천으로 하고 웃옷은 남색 반사지천으로 만들었다. 아래웃옷이 각기 다른 천에 색갈까지 다르다 나니 정말 꼴불견이였다. 그래도 나는 좋았다. 신은 구두는 근본 생각도 안했고 도문시 고무공장에서 생산한 공농패 곤색 정구화를 샀다. 모자도 눅거리로 하나 샀는데 어느 하나 맵시 있고 보기 좋은 것이란 없었다. 그래도 나는 서운한 말 한마디 없이 맏형님께 감사를 표시했다.

당시 나는 연길현(지금 룡정시) 광신향(지금 지신향) 광신촌에서 공청단지부서기 공작을 하였기에 나라의 정세를 알고 가정형편을 알기에 아무런 의견 없이 현실에 만족하며 결혼일자를 기다렸다. 신부측도 가정생활이 곤난하고 또 신부도 유신소학교 공청단서기여서 우리는 결혼전에 토론하여 자전거를 타고 결혼하기로 결정하였다. 결혼날자는 1966년 9월 4일, 당시는 문화대혁명 초기여서 곳곳에서 ‘네가지 낡은 것을 타파’하고 ‘네가지 새것을 수립하는’ 바람이 거세차게 불어쳤다.

나는 결혼 전날 오후에 룡정시내에 가서 사전에 지인을 통해 빌려쓰기로 한 상해제 ‘영구’패 2.8자전거 한대와 천진제 ‘비둘기’패 2.6자전거 한대를 수레에 실어왔다. 모두 산 지 며칠 안되여 새 자전거나 다름없었다. 그 때는 ‘영구’패자전거와 ‘비둘기’패 자전거는 표제로 살 때라 지금의 ‘오디’패 승용차보다 더 귀하였다. 그런 자전거를 나는 돈 1전 쓰지 않고 빌려왔으니 당시 나의 관계망도 괜찮은 셈이였다.

결혼하는 날 아침, 나는 식전에 큰 도랑에 가서 키다리풀들을 몇지게 베여다가 퇴비장에서 록비를 만들었다. 당시 농촌에서는 생산대마다 토지비옥도를 높이기 위해 농호마다에 농가비료 임무를 하달하였는데 집집마다 돼지, 닭, 오리 등 가축을 사양하며 농가비료 만들기에 열을 올리였던 것이다. 오전 9시가 되자 나는 ‘2.8’자전거 뒤에 있는 짐받이에 고무바퀴밀차 손잡이를 단단히 동여매고 그 우에 함 트렁크와 신부가 타고 올 ‘2.6’자전거를 싣고 7리 밖에 있는 유신촌 신부네 집을 향해 자전거 페달을 힘있게 내디디였다.

그래도 신부가 있는 유신촌과 내가 살고 있는 광신촌은 모두 연길-룡정으로 통하는 국도를 끼고 있어 흙길이라도 넓고 평평하여 자전거 타기에는 아주 좋았다. 신랑측 우시군들은 뻐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신부집에 도착하여 ‘함’을 드리곤 신랑상은 받지 않고 점심만 먹었다. 함이라야 트렁크 안에는 모주석저작과 모주석어록, 신부 옷 몇가지 밖에 없었다.

나는 오후 정각 한시에 신부와 같이 자전거를 타고 귀로에 올랐다. 신부측의 혼례이불과 트렁크는 고무바퀴밀차에 실었다. 신부측의 생빈들은 뻐스를 타고 왔다.

신부도 새각시상을 받지 않았으며 축의금과 축의례물에 해당하는 모든 것을 사절하였다. 당시 항간에서는 청년남녀들이 결혼하게 되면 모두들 ‘누구누구의 결혼을 축하합니다’라는 글발을 새긴 큼직한 체경들을 증정하였는데 나는 그런 것도 받지 않는다고 결혼전에 친구와 지인들에게 통보하였던 것이다. 그래도 결혼식에 참가한 하객들에게는 소박한 음식상을 차려 접대하였다. 저녁에도 조선족들이 즐겨하는 신랑신부 결혼축하 오락만회를 그만두고 로천에서 영화《상감령》을 방영하여 결혼식에 참가한 하객들과 당지군중들을 즐겁게 하였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 때 ‘너무했구나’ 하는 감도 없지 않지만 후회는 없다. 그렇지만 결혼사진 한장 찍지 않은 것은 너무도 력사를 존중하지 않은 경솔한 판단이였다는 것을 오늘 따라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모주석마크를 가슴에 달고 모주석어록책을 호주머니에 넣고 모주석저작을 함속에 넣고 결혼하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 오늘 따라 가슴 설레인다. 밭고랑을 타고 세계를 내다보며 혁명하던 그 시대를 생각하면 가슴 벅차다. 비록 나는 지금처럼 호화로운 승용차를 타지 못하고 두바퀴자전거를 타고 결혼하였지만 가고 오는 차량이 희소한 큰길에서 신랑, 신부 단둘이 어깨 나란히 자전거를 타고 싱글벙글 웃으며 행복을 꿈꾸며 결혼하던 그 날이 더없이 소중하고 그립다. 당년에 자전거 타고 결혼했던 우리 부부는 지나온 반세기가 넘는 세월의 풍운 속에서 한치의 드팀도 없이 손잡고 걸어왔다. 여생의 석양길은 더욱 아름다울 것이라 믿어마지 않는다.

길림신문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209
  • 은지와 준승이 엄마의 육아이야기       1.책이랑 놀자   책은 놀이이며 취미라고 하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 거릴것이다.그도 그럴것이 책이라 하면 우선 공부,학교,성적을 먼저 떠올리는 분들이 대부분이니 말이다.하지만 은지와 준승이 엄마는 책읽기 시간은 무한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아름...
  • 2017-09-21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41) ◇리종광(장춘) 필자 리종광씨가 소속 로인협회의 한 활동에서 2013년에 남긴 사진 나의 일생에서 아름다운 추억은 많고 많아도 그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잊을 수 없는 추억은 금주기계공업학교를 졸업하던 제5회 졸업식이다. 나는 후에 대학도 다녔고 대학의 졸업식도...
  • 2017-09-20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40) ◇김삼철(룡정) 자전거를 타고 결혼식을 올린 신랑 김삼철과 신부 임혜란의 1965년 6월 30일 약혼기념사진 지금도 내가 결혼하던 그 어설펐던 날을 생각하면 허구픈 웃음부터 나온다. 50여년 전이니깐 물론 지금과는 비할 수 없겠지만 열한명 식구에 로력이란 남성로력 나...
  • 2017-09-20
  • 중공화린무역회사지부위원회 리덕봉 서기를 비롯한 당원들은 9월 18일, 연길시 민안사회구역에 있는 화단유보도에 채색벽돌을 깔았다. 이날 민안사회구역의 리미화 서기를 비롯한 로당원들도 화단보수에 동참, 하루동안 벽돌을 나르고 모래를 나르느라 땀벌창이 되였지만 누구하나 얼굴 찡그리는 사람이 없었다.   중...
  • 2017-09-19
  • "이번 홍수로 다리와 도로가 끊겨 어떻게 곡식을 실어나를가 걱정이 태산같았는데... AMP총동문회 덕분에 시름을 조금 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9월 15일,연변대학 과학기술학원  AMP총동문회(회장 림룡춘)에서는 수재지역인 안도현 명월진 청구촌과 봉암촌을 찾아가 다리와 도로 보수에 보탬이...
  • 2017-09-18
  •   모든 것을 공유하고픈 마음, 이것이 요즘 청춘들의 트랜드다. “오늘 모멘트 봤어요? 훙보(红包)받은 캡쳐사진으로 도배된거?” 스마트폰을 갖춘 젊은 청년이라면 칠석날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 말을 들어보았을 확률이&nbs...
  • 2017-09-14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39) ◇박철원(연길) 지금으로부터 61년 전인 1956년의 고소 졸업장 1956년 7월에 소학교문을 나서며 받은 고소 졸업장을 보노라니 어느덧 60년 세월이 흘러 코 빨던 철부지가 할아버지로 되였구려. 내가 다니던 소학교는 흑룡강성 녕안현 록도(鹿道)라는 자그마한 철도역 마을...
  • 2017-09-13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38) ◇양봉송(훈춘) 학생 유려화의 안내로 북경 이화원 명승지를 유람하며 남긴 기념사진 지난해 교사절은 통신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더불어 그 어느 해보다 제자들의 축하메시지가 많이 날아왔고 그 어느 해보다 정성어린 축하초대가 많았다. 여기에는 훈춘시제1실험소학교에...
  • 2017-09-13
  •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지요”   어린이집에서 끝나기 바쁘게 손주가 저한테 달려와서 하는 얘기가 오늘 애들 앞에서 우리 말로 노래를 불렀다네요. 우리말로 노래를 했다니 참 너무 뿌듯하고 대견스럽더군요.   저의 외손자는 중국 북경에서 태어나 현재 6살까지 쭈...
  • 2017-09-07
  • “한세기를 걸친 우리 가문 이민이야기” 김영금《중국조선족백년실록》취재팀 내 고향 오도구 내가 살던 고향은 오도구라고 부르는데 훈춘으로부터 다섯번째 골안이라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란다. 우리 선조가 이 산골로 이주해온게 할아버지(김문삼, 金文三)가 여덟살 때이다. 당시 증조할아버지(김예빈, 金艺斌...
  • 2017-08-30
  • 할빈조2중 제1회 '옛추억 찾기'동문회 여름캠프 진행   (흑룡강신문=하얼빈)최정자, 김철진 기자 = 할빈시조선족제2중학교(이하 할빈조2중이라고 략칭함) 2017년 제1회 '옛추억 찾기'동문회 여름캠프(校友夏令营)가 지난 27일 저녁 오상시 영성자향에 자리잡고 있는 '도향왕국 테마락원(稻香王国主题...
  • 2017-08-30
  • 월드옥타 중국차세대들을 대표해, 연길지회 차세대위원회에서는 도문시 월청진 마패촌을 찾아    8월26일, 월드옥타 연길지회 차세대위원회에서는 중국차세대들을  대표하여 기부금을 소지하고 월청진 마패촌으로 향했다.   주지하다싶이 작년(2016년)에도 연변자치주지대는 극심한 홍수피해를 받았다...
  • 2017-08-27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33 ◇윤희남(룡정)     필자 윤희남 “똑, 똑, 똑.” 노크소리에 문을 여는 10대 소년.   “누구를 찾으세요?” “음, 엄마 친구인데 너는 아마 모를 거야.” “울 엄마는 지금 병원에 입원하셨는데요.” “그래,...
  • 2017-08-22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32) ◇조만선(리삼민 대필) (대련) 조만선로인(중간) 부부와 함께 있는 리삼민(왼쪽)씨 1960년 6월, 나는 료녕성 신빈현 위자욕공사 당위 부서기로 사업했다. 당시 공사 서기는 시당교에서 학습하고 사장은 평정산저수지 공사장에서 사업하다 보니 전 공사의 사업은 그 때...
  • 2017-08-22
  • 하마래 강보금할머니와 그 일가의 이야기1,2,3  제3편 행복편-개혁개방 〈100년의 숨결 두만강과 함께〉구성:       머리말       제1편 정착편-이주       제2편 분투편-변강건설       제3편 행복...
  • 2017-08-21
  • 할빈시조선족청년친목회 제7기 기바꿈대회 진행   (흑룡강신문=하얼빈)류대식 기자=할빈시조선족청년친목회(이하 친목회) 제7기 기바꿈대회 및 신회원 입회식이 지난 19일 할빈시 송북구에 자리잡고 있는 할빈즉흥음악학교에서 진행됐다. 흑룡강성교육학원, 흑룡강신문사, 흑룡강조선민족출판사, 흑룡강조선어방송국, 할...
  • 2017-08-21
  • 수재지역에 대한 사회단체의 애심릴레이는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 18일,연변무역협회의 임직원 15명은  남룡수 회장의 인솔하에 올해 홍수피해를 비교적 심하게 입은 안도현을 방문해 회원들이 사랑의 마음이 담긴 입쌀과 파이프, 양발 등 수재복구에 가장 필요한 물품을 수재민들에게 전했다.  ...
  • 2017-08-21
  • 길림조중 김길수당위서기 조선족기업가협회에 금기 증정   8월18일 길림조중 개학식 및 2017대학입시 표창대회에서 길림시조선족기업가협회는 길림조중에 조학금 3만원을 전달했다. 길림지구 민족교육의 요람으로 68년의 유구한 력사를 자랑하는 길림조중은 수많은 민족...
  • 2017-08-21
  • 하마래 강보금할머니와 그 일가의 이야기 1,2,3, 제2편 분투편-변강건설 〈100년의 숨결 두만강과 함께〉구성: 머리말 제1편 정착편 - 이주 제2편 분투편 - 변강건설 제3편 행복편 - 개혁개방 ...........................................................................................................................
  • 2017-08-21
  •  연주현씨대종회 방연단 환영식 및 중국연주현씨종친회 제11회 장학금 수여식 연길서     8월19일, 어른을 존경하고 후대 양성에 최선을 다하고있는 중국 연변 연주현씨종친회(회장 현세욱) 에서는 연길 개원호텔에서 ‘연주현씨대종회 방연단 환영식 및 중국연주현씨종친회 제11...
  • 2017-08-20
‹처음  이전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