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일본생활수기2] 잃어버린 꿈을 다시 찾고싶다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2월5일 15시31분    조회:1117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내가 일본에 와서부터 자주 듣는 말이 있다.

 

 “넌 일본에 살아서 참 좋겠다.”

 일본에 살면서 얼마나 많이 외로운데, 서러울때는 또 얼마나 많았는데…그러나 끝내는 무거운 미소로 묵인하고 만다.

 “그래, 나 너무 좋아. 찢어지게 가난하던 촌년이 일본에 와서 출세했으니 좋구말구...” 애써 담담한척 해보지만 씁쓸하기 그지없다.

 20살때의 유난히도 매섭고 춥던 겨울날, 멀쩡히 다니던 대학교를 때려치우고 뜬금없이 일본에 가겠다는 선전포고를 했다. 아닌밤중에 홍두깨 내밀듯한 내 제언에 당황한 부모님들은 극구 말렸지만 나의 옹고집을 꺽기에는 역부족이였다. 결국 부모님들도 두손두발 다 들고 눈물로 배웅해주셨다.

 “내 언젠가는 꼭 성공해서 엄마, 아버지의 자랑스런 딸이 되겠슴다. 그러니깐 보고 싶어도 꾸욱 참고 기다리쇼.” 그 언젠가가 도대체 언제가 될지도 모르면서 하늘 땅 무서운줄 모르고 날뛰던 말괄량이 소녀는 당당히 국경을 넘어왔다.

그리하여 많은 사람들의 질투어린 부러움을 받게 된 물설고 낯설은 땅에서의 이방인생활은 시작되였던것이다.

처음에는 모든것이 새롭고 신기하여 설레이기도 하고 들뜬 마음에 괜히 신났다. 앞으로 펼쳐질 날들에 대한 기대와 희망에 부푼 가슴은 뜨거운 열정으로 한껏 벅차 있었다.

사람들은 나에게 묻는다.

“넌 뭐하러 일본에 왔니?”

“저는 꿈을 위해 일본에 왔습니다. 꼭 꿈을 이루어서 부모님께 효도할겁니다.” 나의 모습이 기특해서일까? 아니면 지나친 당돌함에 어이가 없어서일까? 웃어버리면서도 따뜻한 응원을 잊지 않으시는 고마운 분들이 감사하다.

어린시절의 나는 꿈을 이루는것이야말로 성공이라고 굳게 확신하고 있었다.

꿈에 대한 믿음과 신념이 확고한 열혈소녀, “꿈”이란 생각만으로도 피가 막 뜨거워나고 온몸에 전류가 찌릿찌릿 흐를만큼 흔치 않게 꿈에 미친 아이, 그런 나에게 간혹 “꿈은 허황된 거야. 아무리 노력해도 도저히 이루어지지 않는게 꿈이야. 그러니 한낱 환상에 불과한 꿈에 아까운 시간 랑비하지 말고 젊었을때 돈이나 팍팍 벌어라. 지금 세상은 돈만 있으면 뭐든지 다 되니깐.” 라고 하며 초를 치는 어른들도 있었다.

그때마다 절대로 당신들처럼 돈에 령혼을 파는 속물은 안될거라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세상이 아무리 척박하고 피폐할지언정 꿋꿋이 나의 길을 가겠노라 호언장담했다.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그때의 나는 정말로 멋진 아이였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말이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일본에 온지도 어언 7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녀자의 삶에서 가장 아름답다는20대, 꽃보다도 예쁜 그 시절을 고스란히 이곳에서 지내왔다. 나의 일생에 있어서 수도없이 흔들리면서 잡초처럼 피워온 20대는 무엇보다도 빛나고 눈부실거라고 자부한다.

오랜시간 공들여 쌓아올린 학업의 성과, 순풍에 돛단격으로 이루어낸 취직에 번듯한 직장, 평온한 생활에 호의호식하는 나는 그동안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긴 하였어도 나름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받기에 충분할만큼 괜찮은 삶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배부른 타령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욕심이 지나친걸까? 여전히 만족하지 못할뿐더러 오히려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것마냥 늘 허전하고 채워지지 않는 공허감에 사로잡혀 괴로웁다.

셀수 없는 날을 별 하나 보이지 않는 밤하늘이 새하얘질 때까지 우두커니 지새는가 하면 때로는 독한 술로 정신을 마비시키고는 쓰러지듯이 온통 시간에 자신을 맡겨 버린채 다시 돌아올 래일을 억지로 밀어내려고 안깐힘을 쓰기도 한다.

처절하다 못해 안타까울 정도로 추한 몸부림에 어쩌면 다가오던 시간마저 깜짝 놀라서 도망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날은 마침 유별나게 까탈스러운 상사한테 잘못 걸려서 눈물이 쏙 빠지도록 야단맞은 참담한 하루였다. 답답하고 속상한 마음에 숨이 막힐 지경이였으나 겨우 버티고 퇴근을 했지만 바로 집으로 가기에는 내심 내키지 않고 그렇다 하여 누군가를 만나기에는 창피하고 부끄러운 몰골인지라 그냥 발길이 닿는대로 정처없이 걷고 또 걸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서 우연히 도착한 한적한 골목거리의 화단앞, 잠시 넋놓고 앉아 있는데 문득 바람에 실려오는 노래소리에 정신을 차려보니 조금 떨어진 곳에서 웬 가녀린 녀자애가 자기 몸뚱아리만한 기타를 품에 안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일본에는 길거리에서 공연을 하는 청소년들이 꽤 많아서 평소에도 자주 목격하는 광경인데도 그날따라 유독 시선이 끌리는것은 기분탓이였을까?

귀속을 파고드는 감미로운 노래소리와 부드러운 기타선률이 의욕을 상실하고 싸늘하게 얼어붙은 나의 마음을 살살 어루만지듯이 감싸기 시작한다. 달콤한 멜로디에 심취하여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노라니 얼마나 흘렀는지 들고있던 기타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으며 짐을 정리하기 시작하는 그녀, 밀려오는 아쉬움에 차마 자리를 뜨지 못하는 나를 향해 찡긋 웃어 보이는 모습은 눈이 부실 정도로 반짝이고 있었다.

마치 지난온 소녀시절의 나처럼 말이다. 세상의 어떤 미사려구로도 묘사가 안되는 무작정 행복해보이는 그녀앞에 한없이 초라해짐을 느낀 나는 이내 몸을 돌려 발길을 다그쳤다. 한때는 나도 똑같이 웃을줄 알았었는데 그리고 행복했었는데...

2017년 재일조선족 노래자랑 대회에서

꿈을 위해 한사코 가족의 만류도 뿌리치고 용감하게 이국타향살이에 몸을 담그었건만 꿈만을 바라보기엔 잔혹한 현실, 그렇다고 감히 꿈을 놓기엔 불타는 청춘이 가여워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방황하는 사이 시간은 훌쩍 지나 어느새 30대 나이에 다달았고 꿈에 모든걸 걸고 열정을 먹고 살던 아이는 그토록 혐오하던 현실에 안주하는 흔한 어른이 되여버렸다.

집 ,차, 명품에 대한 추구만이 보편적이 되어버린 요즘, 시대의 발전에 발맞추어 가느라 나 역시 현대판 물질지상주의의 멋없는 청년이 되여 버렸던것이다.

도시의 화려한 생활에 매료되어 주체할수 없는 욕심으로 지독한 욕망의 신과 악수하며 “나는 장녀니깐 돈을 많이 벌어야 돼. 나는 누나니깐 돈을 많이 벌어야 돼. 그래야만이 부모님이 좀 더 늙기전에 호강시켜 드릴수 있고 동생한테도 보탬이 되는 거야.”라는 식으로 끊임없이 자기정당화를 해왔다.

사실 집안에 페를 끼치지 않는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할만큼 사고뭉치인 주제에 말이다. 그렇게 현실과 리상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느라 무관심하고 홀대했던 탓에 꿈이란 녀석은 말도 없이 나의 삶에서 슬그머니 가출해 버렸고 살아보니 꿈을 잃은 젊은이의 삶은 무기력함과 황폐함의 극치였다. 그런 나를 놔두고 시간은 무서우리만치 덤덤히 잘도 흘러가고 있었다.

세상에 흔들림없이 피어나는 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들 시도때도 없이 흔들리기만 하고 자기 위치에서 리탈해버린다면 피기도전에 시들어버리는것 또한 꽃의 운명이 아닐까?

날이 갈수록 넉넉해지는 생활은 오히려 나의 마음을 점점 더 가난하게 만들었으며 돌이킬수 없는 시간속에 남겨진건 욕망이 잡아먹은 꿈의 잔해와 서글픈 후회뿐이다.

여태껏 아무렇지 않은듯 견뎌왔던 모든 고통과 압박감이 울음으로 터져 나왔다. 차가워진 얼굴을 적시며 뜨겁게 흘러 내리는 눈물은 나에게 그동안 외면했었던 소중한 꿈을 다시 한번 정성껏 키워보라고 타이른다.

더 이상은 갈등과 혼란속에 머물지 말고 좀 더 구체적이며 이제까지와는 달리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탈바꿈한 꿈으로 인해 거창하지는 않더라도 력동적인 삶을 살아보라고 부추긴다.

먼길을 에돌아 정착한 이곳에서 비로소 여태 내가 얼마나 현명하지 못하게 살아왔는지 알았으며 꿈을 잃은 자의 가장 큰 비애는 숨쉬는 매 순간이 단지 살아가기 위해 사는것이라는걸 깨달았다. 왜냐면 지금 내가 소유하고있는 모든것들은 결코 나를 행복하게 할수 없을뿐더러 다만 허기진 배를 채우려 허겁지겁 닥치는대로 주어 먹다보니 체하는 통에 되려 커다란 아픔을 겪고 있는 꼴이 되기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라도 미련없이 못난 과거를 미련없이 내려놓고 쓸데없는 유혹을 과감히 떨쳐 버린다면 다시 예전처럼 웃을수 있지 않을까? 비록 속세에 찌들어 아주 많이 헝클어진 삶일지라도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살고싶은 절박함에 떠밀려 서랍에 고이 모셔두었던 필을 꺼내든다. 그리고 새하얀 노트에 가슴속 깊숙히 묻어둔 낯뜨거우리만치 파란만장했던 볼품없는 지난 날들의 이야기들을 끄적끄적 써내려간다. 진한 잉크에 묻어 기록되는 나의 풋풋한 이야기들이 멋진 내삶의 꿈을 찾아 다시 달려갈것이다.

/재일조선족 석춘화

원고기획 길림신문 일본특파원 리홍매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209
  • 두 팀 선수들의 합영. 6월 25일, 연변주 왕청현제2중학교로인협회의 12명 회원들은 유서깊은 왕청진 춘화촌을 찾아 이 촌 로년협회를 참관하고 게이트볼친선경기를 진행하였다. 이날 게이트볼경기장은 만남의 장, 기쁨의 장, 교류의 장, 단합의 장으로 들끓었다. 게이트볼경기 한 장면 춘화촌로년협회 최동빈, 연은옥회장의...
  • 2013-06-26
  • 그리고 2005년 7월18일 약 8개월 후, 한국에서 화상을 입은 어린이들을 돕는 라는 단체와 장로님이 연결을 주선했습니다. 이 단체의 도움으로 KBS 병원24시에 방영되면서 각계 각층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다시 한국으로 치료받으러 가게 되였습니다. 한국 가자마자 금방 수술 받으려고 했는데 그간 여러차례의 수술로 앓고있...
  • 2013-06-25
  • “저의 이름은 장미꽃입니다. 저의 이름은 초불입니다. 저의 이름은 즐거운 인생입니다.” 아름다운 념원이나 취향에 따라 지은 각자의 닉네임을 서로서로 발표하는 주지체장애인협회 까페 회원들의 소통의 장면이다. 평소 컴퓨터로 사이버공간에 자작 글이나 작품을 발표하고 건강상식, 컴퓨터지식을 전수하고 ...
  • 2013-06-25
  • 21일, 안휘성 안경시 종양현 선모건축로무회사 일군 역미쌍의 가족이 주총공회에 “대중을 위해 직책을 다하고 농민공을 위해 열성껏 봉사한다”란 글귀가 씌여진 축기(锦旗)를 전달했다. 역미쌍은 지난해 10월 2일 중국철로 22국집단이 연길시에서 도맡아 시공한 모 도로건설공사장에서 일을 하다가 허리를 크게...
  • 2013-06-24
  • 올해 78세에 나는 왕청현정법후대관심사업위원회 상무부주임 최룡섭로인은 대경에서 사업하고있는 둘째 아들 최창길(47세)씨와 함께 당의 생일을 맞으며 왕청현후대관심사업위원회에 만원을 기부하기로 하였다. 6월 21일 아침, 최룡섭부주임(오른쪽사람)은 현후대관심사업위원회 김춘섭주임에게 현금 만원을 전달했다. 경제...
  • 2013-06-24
  • 세분 스승님께 올리는 글을 랑독하고있는 김범순씨. 일전, 목단강진달래식당에서 있은 일이다. 이날 김범순씨의 70돐 생신축제가 이 식당에서 있었는데 첫순서로 3명의 로교원들을 특별상에 모셨다. 지난세기 5-60년대에 목단강시 사도촌소학교, 사도중학교, 목단강고중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온 김범순씨는 항상 친부모처럼...
  • 2013-06-20
  • 한 중국동포로인 이름모를 경찰을 표창해달라 신문사를 찾아 박동기로인 6월 5일, 서울의 날씨는 꽤 사람을 못살게 구는 더운 날씨였다. 이날 지하철 대림역 1번 출구에 위치한 《길림신문》한국지사에 한 중국조선족로인이 찾아와 새벽에 만났던 이름모를 한 경찰을 표창해달라고 청들었다. 구부정한 허리에 얼굴에 잔주름...
  • 2013-06-20
  • “장애인 돕기날”을 맞아 화룡시 투도지체장애자협회에서 4명의 장애인 학생에게 각각 300원씩 사랑의 성금을 발급했다. 알아본데 의하면 투도지체장애인협회에서는 해마다 이맘때면 “사랑나누기”활동을 벌려 불우장애인 또는 장애인가족에 협회의 따뜻한 사랑의 마음을 전달한다고 한다. / 연변일...
  • 2013-06-20
  • 지원자성립의식에서 한결같이 선서하고 기발을 수여받는 꼬마지원자들   하남가두 백산사회구역 김련화 당총지서기가 활동의 발기문을 선독 / 꼬마지원자가 친구들을 대표해 앞으로 지원자활동에서 선두역할을 할것을 다짐       사회구역주민들이 지원한 물품을 "사랑마트"에 정연하게 진렬해놓고 행...
  • 2013-06-19
‹처음  이전 56 57 58 59 60 61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