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 자오즈민, 안병훈, 아버지 안재형(왼쪽부터 순서대로)/사진=CJ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안병훈(25ㆍCJ)은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남녀골프 대표팀 선수들 가운데 가장 이색적인 스토리를 갖고 있다. 그는 ‘한ㆍ중 핑퐁커플’인 안재형(51), 자오즈민(53) 부부의 외동아들이다.
아버지 안재형은 1988년 서울 올림픽 탁구 남자복식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중국 탁구대표팀에 속했던 어머니 자오즈민은 같은 대회 여자복식에서 은메달, 여자단식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들 부부는 1987년 세계선수권에서의 인연을 이어 서울 올림픽 이듬해이자 한ㆍ중 수교 3년 전인 1989년 10월 스웨덴에서 웨딩마치를 울렸다. 당시는 냉전 시대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두 사람의 결혼은 ‘국가와 이념을 초월한 결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두 사람은 영화 같은 러브스토리 끝에 안병훈을 낳았다. 안병훈은 부모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각종 스포츠를 쉽게 접했다. 운동 능력도 타고났다. 안병훈은 골프를 취미로 즐기던 아버지를 따라 7살 때부터 골프를 시작했다. 안재형은 골프에 소질을 보이는 아들을 골프 선수로 키우기로 했다. 안병훈은 2007년부터 미국에서 아버지와 함께 골프에 집중했다. 그는 골프에 전념한지 2년 만인 2009년 US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랐다. 안병훈(17세11개월)은 뉴질랜드 동포 대니 리(18세1개월)가 보유하고 있던 당시 최연소 우승 기록을 경신했다.
물론 탄탄대로였던 것만은 아니었다. 2011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진출에 실패한 안병훈은 2012년부터 유럽프로골프(EPGA) 투어의 2부 무대에서 뛰었다. 3년간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마침내 지난해 1부인 EPGA 투어에 입성했다. 안병훈은 그 해 5월 아시아인 최초로 EPGA 메이저대회인 BMW PGA 챔피언십을 제패했다. 안병훈은 같은 해 상금랭킹 7위에 오르며 아시아 선수 최초로 EPGA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그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신한동해오픈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 남자골프의 미래로 우뚝 섰다.
안병훈은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세계랭킹 31위에 오르며 112년 만에 부활한 올림픽 골프에 태극마크를 달고 나서게 됐다.
신장 187㎝, 체중 87㎏인 안병훈의 이번 시즌 EPGA 투어 드라이버 비거리는 평균 292.91야드다. PGA 투어에선 300.3야드의 기록을 냈다. PGA 챔피언십 개막을 앞두고 27일(한국시간) 펼쳐진 장타 콘테스트에선 비거리 347야드를 기록하며 로리 매킬로이(345야드)를 제치고 ‘장타왕’에 등극했다. 파워 넘치는 스윙을 자랑하는 안병훈은 퍼트의 정확성도 남달라 앞날이 더 기대되고 있는 선수다.
안병훈은 지난 5월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나선 EPGA 투어 BMW PGA 챔피언십을 앞두고 “부모님은 올림픽에서 각각 동메달, 은메달을 땄다. 나는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세계랭킹 1~4위에 올라 있는 제이슨 데이(29ㆍ호주), 더스틴 존슨(32), 조던 스피스(23ㆍ이상 미국), 로리 매킬로이(27ㆍ북아일랜드)는 모두 지카 바이러스 전염을 우려하며 리우행을 자진 포기했다. 세계랭킹순 상위 2명에서 최대 4명까지만 출전할 수 있는 국가별 쿼터제도 세계랭킹 상위랭커들의 발목을 잡았다. 메이저대회 출전 자격의 기준이 되는 세계랭킹 50위 이내 선수 중 무려 33명은 이번 올림픽에 나설 수 없다. 안병훈에게 금빛 메달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한국스포츠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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