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베이징 지방정부가 부부 중 한 명이라도 독자일 경우 자녀를 2명 가질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베이징은 중국인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산아제한 완화를 5번째로 실시한 지역이 됐다.
이 조치는 베이징에 사는 수많은 가족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 베이징 시민에게는 이번 조치가 새로운 딜레마를 의미했다. 배우자를 찾을 때 형제자매가 있는 사람들은 제외해야 할까?
탄유단(25)은 자녀가 4명인 한 시골 가정의 셋째 딸이다. 그녀는 “두 번째 아이를 가질 수 있는 합법적 방법이 마련됐지만 내가 아이 둘을 가지고 싶다면 외동아들인 남자와 결혼하거나 소수민족과 결혼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내가 데이트할 수 있는 사람이 50% 넘게 줄어든다”고 말했다.
형제, 자매가 있는 중국인들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신빙성 있는 수치는 없다. 하지만 2010년 인구 조사에 따르면, 3분의1에 가까운 중국 여성들이 1명이 넘는 자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은 탄유단처럼 시골 지역 사람들이다. 시골에서는 1980년대 이후 첫째 자녀가 딸인 경우 두 번째 자녀를 가질 수 있도록 허용됐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방민 예외 조항은 유지되지만 베이징에서 대학을 다닌 뒤로 베이징 후커우(호적)를 얻은 탄유단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도시 후커우, 특히 베이징과 같은 도시의 후커우는 많은 사람들이 탐낸다. 더 나은 보건서비스, 교육, 기타 사회 서비스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탄유단이 배우자를 찾으려 하자 오히려 도시 후커우 때문에 상황이 곤란해졌다.
“상대방이 외아들인지 아닌지 신경쓰고 싶지 않다. 그 대신, 얼마나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을지에 집중하고 싶다. 지금 나에게 형제가 있는 남자친구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헤어져야 하는가?”라고 탄유단은 말했다.
“다행히도 나는 싱글이라 조건에 맞는 사람을 찾아볼 기회가 있다. 하지만 상대방의 성격, 능력, 경제 상황, 외모 등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외아들인 사람을 찾으려면) 잠재적 파트너의 풀이 급격히 작아진다.”
그녀는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불법적인 것을 포함)을 고려했다.
합법적인 방법은 독자, 소수민족, 상이군인, 장애인과 결혼해 자녀 2명을 낳는 것이다. 한 남자와 결혼해 자녀 1명을 가진 다음 아직 자녀가 없는 다른 남자와 재혼하는 방법, 유학 생활 중 두 번째 자녀를 낳는 방법도 있다. 첫 번째 자녀가 장애인일 경우에도 합법적으로 두 번째 자녀를 낳을 수 있다.
또는 자녀 둘을 낳은 뒤 지방정부에 ‘자녀양육비’를 지불할 수도 있다. 한자녀 정책을 어기고 자녀를 갖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범죄는 아니며 벌금이 부과되는 위법 행위다. 자녀양육비는 사실상 벌금이라고 볼 수 있다. 규칙을 어기고 두 번째 자녀를 갖는 경우 당국에 지불하는 자녀양육비는 부부의 연간 가처분 소득의 3~6배에 달한다. 정확한 액수는 부부의 소득을 합한 것, 해당 지역 평균 소득 등을 고려해 당국이 결정한다.
유명 영화감독 장이머우 감독은 최근 자녀가 여러 명 있다고 고백한 후 중국 동부 우시 시 당국에 120만 달러를 지불해 화제가 됐다.
벌금을 감당할 수 있는가에 대해 “나는 장이머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방법이 있을까?
“해외에 가서 다른 나라 국적을 따면 중국 내에서 적용되는 규칙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내가 바라는 바가 아니다.”
지방정부들을 한자녀 정책 개혁과 관련한 중앙정부의 지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20곳 이상의 지방정부가 2014년 새 규칙을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탄유단과 같은 상황인지는 불분명하다. 물론 탄유단을 비롯한 많은 중국 젊은이들은 벌금을 내지 않는다 해도 두 번째 자녀를 가짐으로써 드는 비용을 치르고 싶은지에 대해서 확신하지 못한다. 그러나 중국이 빠르게 도시화되면서 자녀가 여러 명인 가정에서 자란 사람들은 배우자를 찾을 때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인구 통계학자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한자녀 정책을 폐지해야 할 또 한 가지 이유다.
월스트리트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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