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원문학상 시상식 및 공모작품 출간식이 4월 30일 서울 대림 전가복 식당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설원문학상 공모는 베스트셀러 고량주 설원주를 유통하고 있는 ㈜가인국제무역 이용섭 사장이 후원을 하고 재한동포문인협회와 동북아신문이 주관해서 작년 10월부터 진행해온 문학공모사업이다. 이동렬 회장은 7개월 동안 해내외 작품들을 받아 동북아신문 종이신문과 인터넷에 편집해 올렸고 최종으로 동포문학 5호 “설원문학상 공모작품집”을 편집해서 내놓았다.
도서출판바닷바람 발행인, 재한동포문인협회 이동렬 회장
이동렬회장은 인사말에서 이번 문학상의 수상기준을 "디아스포라문학의 범주내에서 진실하고 뼈저린 감정 전달이 되였고 지속적인 작품발표를 해왔으며 문인협회를 위해 공헌을 한 작가와 작품들로 제정하였다"고 소갰했다.
소설부문 대상에는 류재순의 “하얀 무지개”가, 수필부문의 대상에는 박남선의 “휴대폰 속의 딸”이, 시부문 대상에는 허창렬의 “ 밥 한끼/ 밥 한 그릇”이 당선되었다. 이외 고송숙의 “엄마의 손”이 수필부문 최우수상으로, 송연옥의 “벚꽃 필 무렵이면”, 최세만의 “술”, 오기수의 “성에꽃 어머니꽃”이 수필부문 우수상으로 당선되었고 김재연의 “곰취”, 최미영의 “갱년기”, 마앤의 “초겨울”이 시부문의 우수상으로 당선되었다.
수필, 시부문 우수상 수상자
수필부문 최우수상 수상자 고송숙
수필부문 대상 수상자 박남선 (왼쪽 두번째)
시부문 대상 수상자 허창렬(왼쪽), 소설부문 대상 수상자 류재순(중간)
수상자 단체사진
수필과 소설부문의 심사위원을 담당한 신상성(문학박사, 소설가, 서울디지털대학 초대총장)의 심사평을 들어본다면, 이번 최종본선에 올라온 작품들은 금년도 재한동포회의 문학수준을 다시 한 번 업그레이드 하게 해준 수준작들이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과 탄탄한 문장력이 돋보여 이들에겐 어떤 재료를 제공해 주어도 맛있는 요리를 해내는 셰프 같다.
소설 대상을 받은 류재순의 “하얀 무지개”는 여주인공 ‘예금’이라는 한 여인의 불행한 일생을 사건성과 세부적 리얼리즘으로 성공한 소설이다. 세린하가 흐르는 고향을 배경으로 한 1인칭 객관적 시점으로 화자 ‘나’의 렌즈가 예금이의 뒤를 좇는다. 영화장면 같이 탁월한 문장력과 탄력성 있는 속도감으로 전개하였다.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연상시켜 주는 주제이다. 첫 남편의 배신과 세 딸들과 재산다툼 갈등 사이에 유일한 사랑이었던 애인(시인)마저 췌장암으로 죽자 결국 자살로 마감한 ‘한 여인의 비극적 일생’을 보여준 것이다라고 높게 평가하였다.
시와 소설부문 심사평을 해주신 신상성 소설가
수필부문의 대상을 수상한 박남선의 ‘휴대폰 속의 딸’에서는 기러기 아빠가 휴대폰 위챗을 통해 외동딸의 성장과정을 간절하게 보여주었고, 최우수상 작품 ‘엄마의 손’ (고송숙)은 임종의 순간에 엄마의 눈물을 닦아주는 모습에 독자들의 가슴을 크게 흔들어주었다. 장춘공항에서 용정까지 항공료와 맞먹는 택시값을 주고 달려가 엄마의 마지막 눈을 감겨주었다. ‘벚꽃 필 무렵이면’ (송연옥)은 암에 걸려 사투 중에 아버지도 돌아가시는 등 고통이지만 끝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는 설득력이 돋보였고 ‘엄마의 뜨락, 아버지의 울타리’는 제목부터 아늑한 상징성을 부여하여 수필로서 갖추어야 할 촘촘한 감수성이 잘 녹아든 아지자기함이 돋보였다고 심사평을 했다.
시부문 심사평을 해주신 이상규 시인 (소정한중문화예술교류협회 이사장)
시부문의 심사위원 이상규 시인(소정한중문화예술교류협회 회장)의 심사평을 들어본다면, 설원문학상 공모에 참가한 시작품들은 작년의 동포문학 4호보다 수준이 급증했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중론이다. 대부분 전통시 형식에 현대시의 이런 저런 기법을 녹여서 팩트를 아주 강하게 보여준 것이 특징이다.
김재연의 시 ‘곰취’는 밥상 위에 산을 데리고 오는 상상력이 놀랍다. 비유와 의인, 상징의 수법으로 자연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듯이 그려냈다. 최미영의 ‘갱년기’는 갱년기를 겪어보지 않은 여자라면 도저히 쓸 수 없는 팩트가 있다. “갱년기가 인생의 새로운 시작”이라는 착안점이 좋았다. 마앤의 ‘초겨울’과 ‘겨울’은 자연 속에서 애써 인생의 철리를 찾고 있는 고뇌를 그리고 있다. 중국어로 써서 번역을 했지만 비교적 깔끔하다.
시 대상을 고르는데 심사위원들의 고민이 많았다. 결국에는 허창렬의 시 “밥 한끼”와 “밥 한그릇”을 선정했다. 시어들이 너무 짧아 시의 내적 함의를 담아내는데 한계를 보인다는 점이 아쉬웠으나, 또 나름대로 잎이나 곁가지를 달지 않고 단단하게 여문 시구를 구사했다는 점을 높이 샀다. 디아스포라를 겪는 아픔이 멍멍하게 안겨온다. 밥 한끼를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심경을 모른다. 너무 강한 팩트를 남기는 시이다. 앞으로 더 치열한 시인이 될 수 있음을 엿볼 수 있어 안위가 됐다. 격려를 보낸다고 전했다.
수상소감 발표하는 류재순선생님 (소설부문 대상 수상)
소설부문 대상 수상자인 류재순 선생님은 “뜻밖에 소설 대상이란 것을 받고 보니 무한한 감격과 미안함을 느낀다. 그것은 제가 세상의 그 어떤 대단한 상보다도 우리 재한동포문인협회에서 주최하는 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재한동포문인들은 디아스포라 즉 집떠난 사람들의 아픔과 질고와 그 분투를 우리 민족문학사의 한 페이지에 남겨야 할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중국작가협회나 연변작가협회, 한국문인협회에서는 대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 재한동포 작가들은 고달픈 삶의 현장의 제일선에서 일을 하며 짬짬이 틈을 내 밤세워 글을 쓴다. 그 분들께 경의를 표한다”고 감격스런 수상소감을 발표했다.
수필부문 대상자 박남선 (오른쪽)
수필부문 대상 수상자인 박남선 선생님은 “제게는 외동딸이 한 명 있습니다. 저는 딸이 열두 살때 서울로 파견근무를 나와서 올해로 8년째 서울에서 장기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딸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가기까지 중요한 기간을 함께 생활하지 못했습니다. 사춘기를 어떻게 보냈는지, 어떤 친구를 곁에 두고 있는지, 공부는 어떻게 하는지, 무슨 일을 하고 싶어하는지 멀리 있는 아빠로서는 자세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늘 걱정하고 늘 궁금하고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어떤 식으로든 표현을 하고 싶은데 그 방법이 뭘까 생각하다가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지난번 썼던 ‘고향나무’란 글을 보시고 공감해주신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이번에는 고향마을에 두고 온 딸을 휴대폰을 통해 그린 작품입니다. 저와 같은 많은 기러기아빠들의 아픔을 보듬어주고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어드릴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천하의 부모님들께 한 말씀 드린다면 ‘사랑하면 내려놓아라’ 우리 아이들은 충분히 강하고 능력이 있습니다. 사사건건 간섭하는게 아니라 스스로 인생을 잘 헤쳐나갈 수 있다고 다독여주고 용기를 주고 굳게 믿어주는게 부모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한 아버지의 진솔한 마음을 그대로 표현했다.
이외에 림금철의 시집 ‘고독 그리고 그리움’이 제2회 디아스포라 문학 작품집을 수상하였고 신현산의 ‘신현산서예집’ 증정의식이 있었으며 도서출판 바닷바람에서 출간한 초오보밍의 ‘마지막 물고기 사냥 부락’ 증정의식이 있었다.
제2회 디아스포라 문학 작품집 시집 “고독 그리고 그리움”의 림금철 (중간)
신현산 서예 증정의식 (신현산, 오른쪽)
(주)가인국제무역 변현진 이사 (왼쪽)
초오보밍 “마지막 물고기 사냥 부락” 증정의식
2부에서는 동포가수 최지은, 이희야, 박하나, 중국 국가1급 배우 이옥희 등 가수의 노래로 축제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열창중인 박하나
(주)가인국제무역 대표 이용섭은 “중국과 한국은 오랜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며 함께 발전해왔다. 다양한 문화는 자주 만나 소통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교류해야 발전할 수 있다. 문화예술은 더욱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행사는 다양한 문화예술이 만나 융합이 되고 또 나름대로 독특한 민족성을 나타내며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마련해 주는 장이 될 것이다. 이런 행사는 재한동포사회의 이미지개선에도 아주 적극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설원문학상 수상작은 도서출판 바닷바람에서 출간된 동포문학 5호 “설원문학상 공모작품집”으로 만나볼 수 있다.
시부문 대상 허창렬의 시 “밥 한끼”와 “밥 한그릇”
밥 한끼
내 늘그막에
얼마나 큰
금덩이 안고 살려고
이 밥 한끼
게걸스레 삼키고
목이 콰악 메이는가?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쓰고 파라
소처럼 벌어
만 사람에게 따뜻한
밥 한끼라도
사고만 싶어라
내 늘그막에
얼마나 큰 금덩이
안고 살려고
이 밥 한끼에
목이 자꾸 메이는가?
사람이 사람을
미워하고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하는 계절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사람답게 살고 싶어라…
밥 한 그릇
이 밥 한그릇이 그래
무엇이라고
두 손으로 가슴 허벼
그리움 달래가며
삽질하고 망치질 하고서
땀으로 눈물로
마주 앉아야 하는가
이 밥만큼이나 하얗게 살다
하얗게 색이 바랠
우리네 인생
밥 한끼가 철학이고
밥 한끼가 결국 예술인 것을
날마다 양심이라는
맹물에 아버지의
유언 말아
후룩 후룩 삼키고 나면
밥이 나를
삼키는 것인지
내가 세상을 삼키는 것인지
가슴이 갑갑하도록
아리숭하다
글 곽미란 사진제공: 윤효덕, 류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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