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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좀 더 화제성 있는 배우였다면 제 작품의 빛이 더 발할 수 있었을 텐데,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요즘 들어요. 예전 선배 배우들이 연기를 하면 할 수록 어렵다고 했을 때 그냥 흘려 보냈는데, 제 자신을 알아가기 시작하면서 그 말이 와닿더라고요. 한계를 깨부수는 작업을 계속 해오고는 있지만, 가끔은 ‘이것 밖에 안 되나’란 생각도 들거든요. 그럼에도 절 선택해준 사람들에게 책임을 다하고 싶어서, 이를 악물고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이렇게 솔직한 배우가 또 있을까. 배우 엄지원은 머릿속을 가득 채운 고민을 쏟아냈다. 쉽게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이었다.
“17년을 했는데도 연기가 참 어려워요. ‘언제쯤 잘할 수 있을까’ 늘 고민하고 있어요.”
엄지원은 최근 진행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신작 <기묘한 가족>, MBC <봄이 오나 봄>을 이끄는 무게감을 고백했다. 유쾌한 웃음 속에 가려진 그의 진지한 고민들을 살펴봤다.
■“예뻐보이고 싶은 마음, 100% 못 내려놨나봐요”
그는 <기묘한 가족>에서 개성 강한 임신부 ‘남주’를 연기했다. 일명 ‘뽀글머리’에 일바지 차림, 기미 가득한 얼굴로 웃음을 전달하고자 애를 썼다.
“망가진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했어요. 그저 ‘남주’란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게 즐거웠거든요. 물론 완벽하게 만족하진 않지만요.”
여배우로선 파격 변신 아니냐고 물으니, 고개를 내저으며 의외의 대답을 내놨다.
“연기란 창피한 것도 잊고 자신을 깨는 작업인데, 돌아보면 전 그동안 스스로 깨지 못한 것들이 있었어요. 10년 전이었다면 ‘남주’란 역도 부끄러워서 하지 못할 면이 많았죠. 그러다 문득 제가 연기를 하면서도 예뻐보이고 싶어하는 마음을 아직 100%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조금이라도 포장하려는 게 아닌가 싶어 고민도 됐고요.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고 싶은데, 아직은 지키고 싶은 게 있었나봐요. 더 노력해야겠죠.”
그런 고민 탓일까. 이번 캐릭터는 야심차게 준비했단다.
“영화 의상팀과도 상의하고, 시안이나 이미지에 맞는 의상을 직접 공수하기도 했어요. 소장품 중에 맞는 의상이 있으면 함께 쓰기도 하고요. 동시에 제 안에 있는 가장 ‘마이너’한 성향을 끌어내려고 엄청 노력했죠.”
이 작품으로 소중한 동료도 얻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이수경에겐 특히나 더 진한 애정을 표현했다.
“이수경은 겉과 속이 거의 같은 사람이에요. 개인적으로 그런 성향을 좋아하는데, 이수경은 나이만큼 순수하면서도 나이보다 성숙한 면까지 갖췄더라고요. 둘 다 말이 많은 편이 아니고 억지로 친해지려 하지 않았는데도, 자연스럽게 가까워졌죠. 가만히 있어도 서로 통하는 게 정말 많았거든요. 배우로서도 가능성이 넘치는 친구예요. 한국 영화를 이끌 좋은 여배우 중 하나가 될 거로 믿습니다.”
■“연기를 계속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요?”
<봄이 오나 봄>에서는 이유리와 영혼이 계속 뒤바뀌는 설정을 소화하고 있다. 1인2역을 해야 하는 부담은 처음보다 많이 줄어들었다고.
“초반엔 정말 힘들었어요. 제가 해석한 캐릭터와 이유리가 해석한 캐릭터가 완전 다르고, 실제 성향도 서로 달랐거든요. 이유리는 에너지가 많고 동적인데 반해, 전 정적인 편이죠. 또 드라마가 감정 전화를 빨리 해야하는 콘셉트라 촬영이 끝나면 기가 싹 빨릴 정도였어요. 그래서 서로 대화를 많이 나눴어요. 다행히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고, 서로 표현하는 걸 지켜보면 연기적으로도 많은 걸 배우는 것 같아요. 우리끼리 농담 삼아 ‘이 작품이 끝나면 연기가 많이 늘어 있겠다’고 말할 정도로요. 하하.”
늘 후회 없이 찍으려 노력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는 게 인생이잖아요? 하루하루 감사하고 행복하게 살아야만 하죠. 후회없이 인생을 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매 작품 긍정적으로 임하려 다독이고 있어요.”
배우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냐고 물었다.
“그런 순간은 정말 많았어요. 연기를 꽤 오래 해왔지만, 여전히 제가 사랑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요. 워낙 어릴 때부터 연예계로 들어와 남들보다 미성숙한 면도 있지만, 매번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그 인물로 살면서 배운 것들이 제안에 차곡차곡 쌓여서 점점 성장해나가고 있다고 믿어요. 또 다양한 캐릭터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인간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는 것도 굉장히 감사해하는 부분이고요. 가끔은 ‘내가 연기를 계속해도 되나?’란 생각도 들지만, 그럼에도 연기를 계속 놓지 못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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