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얼굴을 맞대고 오붓이 저녁식사를 한지가 언제였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저마다 야근이다, 회식이다 하면서 가족과 마주앉아 식사를 한지 오래다.
땅거미 지는 저녁, 고향 시골집에서 어머니가 차려주던 둥근 밥상이 그립다. 왁자지껄 하루일을 이야기로 주고받고 서로 음식을 권하며 먹었던 저녁밥상. 부지깽이도 일을 거든다는 농사철이면 어머니는 입쌀에 감자를 섞어 앉히고 저녁밥을 지었다. 일하고 돌아온 어른들을 위한 밥상, 시원한 오이랭국에 터밭에서 따온 싱싱한 채소가 전부였다.
둥근 밥상앞에 온 식구가 둘러앉아 서로의 얼굴을 반찬으로 삼았던 시절은 성찬이 아니여도 밥맛은 꿀맛이였다. 저녁식사가 끝나고 숭늉물로 입가심을 마친 할아버지가 조무래기들을 노란바탕에 원앙새 한쌍이 수놓아진 둥근 밥상으로 부른다.
“어험, 내 가방끈은 짧아도 한마디 해야겠다…”
부모에게 효도해야 되느니, 어려서부터 사람은 성실해야 되느니… 할아버지의 밥상머리교육은 하루도 빠짐없었다. 그렇게 그 시절 밥상은 살아있는 인성교육을 실천하는 소중한 자리였다. 그 시절 그 밥상은 어느 고물장수에게 팔려가 다른 몸으로 둔갑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밥상은 어떨가? 대가족 개념은 사라지고 자녀 한둘을 두거나 1인 가족도 많아졌다. 게다가 요즘 많은 엄마들은 10년후의 아이들 장래만 생각하는것같다. 아이들이 학원에서 영어를 배우고 미술을 배우는게 우선이라 밥상에 앉을 시간이 거의 없다.집밥을 먹더라도 바쁜 사람이 각자 먹는것이 당연하고 오래간만에 가족이 함께 한 밥상에도서도 아이들은 부모의 이야기를 잔소리로 받아들이거나 스마트폰에 빠져있다.
가족이 함께 머리를 맞대는 밥상은 가정의 심장이라 말하고 싶다. 가족 구성원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해법을 함께 찾는 공간, 밥상머리는 인성교육의 산실이 아닐가? 밥상에 도란도란 모여서 그동안 잊고 지냈던 가족의 의미와 삶의 가치를 재조명해볼 필요를 느낀다. 물 말아 한술 뜨는 소소한 밥상이라도 둘러앉아 함께 먹는 노력을 그칠수 없는 리유가 여기에 있다.
모든것이 빠르고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세상에서 방향없이 무언가에 쫓겨 허둥지둥하는 삶이 아니라 잠깐 모든것을 내려 놓고 생각하고 기다리는 여유, 느긋함, 배려, 겸손, 공감 등 종종 잊고 살지만 놓쳐서는 안될 중요한 가치들을 보물찾기하듯 밥상우에 풀어봄이 어떨가?
연변일보 20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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