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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 들어서서 벌써 결혼식 참가만 여섯번째이다. 어쨌든 올해만 여섯번의 결혼식을 다녀오면서 결혼에 대한 “환상과 현실의 이면”도 여섯번을 더 생각하게 되였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평생 딱 한번 가지게 되는 통과의례인 결혼식. 그만큼 누구에게나 특별하고 의미있는 시간이 되는것만은 분명하겠지만 나 나름대로의 시각으로 바라본,인파로 북적이는 식장에서 가슴이 저며질 정도로 진한 감동과 감사로 그득한 결혼식을 보기가 참 드물다.
가까운 사람들의 결혼식에 뭘 입고 가야 할지 며칠을 고민하다가 고른 불편한 옷을 입고 겨우겨우 식장에 도착. 사회자의 떠들썩한 사회는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지만 마지막 단체사진을 찍기 위해 자리를 보전하고있다가 식사를 하기 위해서는 또 겨우겨우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음식을 허겁지겁 먹고는 식장을 빠져나오기가 일쑤였다.
귀한 시간을 내서 왔지만 방명록에 서명하자마자 바로 식장을 빠져나가는 이도 많다. 나 또한 가끔은 그 부류에 속할때가 있다. 흘끔 신랑 신부를 보고는 낯 모르는 사람들과 섞여 식사를 하면서 앉아있기가 무엇해 그냥 살금살금 도망치듯 식장을 빠져 나간다.
두시간도 채 되지 않는 시간동안에 진행되는 이 과정들이 내가 다녀온 여섯번의 결혼식에서 반복되였다. 그날 그 결혼식이 누구 결혼식이였더라, 헷갈리기까지 한다. 문득 천편일률적인 형식의 결혼식은 마치 매우 재미없는 연극같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식의 장본인들은 이 결혼식을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을 들여 준비했을가. 결혼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린 뺄건 다 빼고 꼭 필요한것만 했다고 이야기한다.그런데 뺄건 뭐고 꼭 필요한건 또 뭔지 잘 분간이 안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몇달이라는 시간과 엄청난 결혼비용이 필요한건지. 례물이며 혼수는 그렇다치고 식장에서 먹는 밥값에 놀라고 드레스 대여비에 놀라고 사진값에 놀라고 장식된 꽃값에 또 한번 놀란다.
혼인은 두사람의 약속이고 사랑의 결실이라지만 이것이 사회안에서 하나의 제도가 되면서 수학문제를 풀듯 똑같은 방정식에 대입된다. 그 당연한 방정식들은 결혼식에 드는 비용으로 산출되여 량가의 어깨를 무겁게 지지누르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요즘은 작은 결혼식, 두사람만의 특별한 결혼식도 심심치않게 모습을 드러낸다. 혼인신고를 마치고 나온 걸음에 두사람만의 세리머니로 결혼식을 대체하거나 지인들과 조촐한 결혼식을 올리는 이들도 많다.
어릴때 엄마 손잡고 따라갔던 막내 삼촌의 결혼식은 지금 생각해보면 참 촌스러운 흑백사진 같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진지하고 경건하게 결혼식을 지켜봐 주었던 하객들과 지금처럼 화려한 음식은 아니지만 뜨끈한 국물에 오가는 목 따가운 술 한잔으로 기쁜 마음을 나누었던 밥상우의 경치가 왠지 모르게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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