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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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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가평]작은 풀의 숨소리를 듣다 댓글:  조회:268  추천:0  2019-07-18
작은 풀의 숨소리를 듣다 조원   그녀를 처음 만났던 건 2000년이였으니까 내 나이가 삼십의 문턱을 바라는 어중간한 때였다. 계절은 겨울도 봄도 아닌 스산한, 역시 어중간한 사이 봄이였다. 불확실한 계절에는 불안과 오기, 정열과 초조, 좌절과 반란이 엉겨있듯이 그녀의 글쓰기와 나의 글쓰기도 사이의 그런 지점에 있었다.  그녀는 조그마하게 웃으며 첫인사를 건넸다. 문학지 프로필 사진에서 보아왔던 당돌할 것 같은 이미지와는 다르게 그녀의 입가와 눈꼬리에 매달려있는 미소에는 서늘함을 감춘 수줍음이 있었다. 손바닥으로 드러난 이마를 쓸어올리면서 짐짓 어색함을 강조하는 그녀의 몸짓에서 문학지에서 읽은 그녀의 단편소설 에 비쳐진 도발, 예리하고 간결한 문체를 떠올릴 수 있어 다행이였다. 나는 북경의 모 생활정보지의 편집으로 취직되면서 그녀가 내 선배가 될 거라는 정보를 입수한 터라 그녀에 대한 신상을 파악해두는 게 아무래도 좋을 듯해서 꼼꼼히 그녀의 소설들을 해독했었으니까.  편집실의 그녀의 컴퓨터 오른쪽 귀퉁이에는 쉘 실버스타인의 시 의 시구가 고집스런 필체로 꾹꾹 눌러쓴 메모지로 부착되여있었다.    “당신이 새라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 / 그래야 벌레를 잡아먹을 수 있을 테니까 / 만일 당신이 새라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라 // 하지만 만일 당신이 벌레라면 아주 늦게 일어나야 하겠지.”   하지만 나는 새가 될 거냐고 벌레가 될 거냐고 물은 적은 없었다. 사무책상이 거의 붙을 정도의 협소한 편집실에 나란히 앉아 일을 하다 보면 곁눈으로 그녀가 일하는 도중에도 메모지를 뚫어져라 보는 모습이 들어오군 하였다. 그 때가 그녀의 첫 장편소설 를 쓰던 무렵이였다. 나는 그 때 장편이라면 꿈도 꾸지 못하고 있었던 때라 그녀의 용기와 무모함에 조금은 걱정을 하기도 했었다. 그러면서 은근한 질투 섞인 부러움도 있었다. 이미 씌여진 소설부분을 프린트해서 뽑아낸 서류 같은 두툼한 A4용지는 그녀의 배낭 비슷한 가방에 넣어져 있었다. 출퇴근 시내뻐스 안에서도 가끔씩 꺼내서 보군 하였다. 그리고 노트에 뭔가를 자꾸 메모를 하였다. 그녀의 말로는 락서라고 하는데 얼핏 보기에는 락서가 아닌 꼼꼼한 가계부처럼 보이기도 하였다. 내가 먼저 소설 의 초고를 보고 싶다고 졸랐는지 아니면 그녀가 봐달라고 했는지는 기억이 흐릿하지만 어쨌든 나는 의 첫 독자였다. 프린트 용지들에는 간간이 삭제표시가 되여있었으며 보충될 부분은 잘 익은 검정 깨알 같은 아집스런 글체가 빼곡하게 적혀있어 전체 면의 여백을 다 채우고 있었다. 솔직히 그녀의 소설을 읽는 재미보다 그녀가 고민했던 흔적들을 추적해나가는 설레임이 더 큰 자리를 차지했다. 읽었으면 촌평이라도 있어야겠는데 맨정신으로는 말이 되지 않았다. 어찌어찌되다가 만들어진 술자리에서 문체가 서늘하다고 했던 것 같다. ‘듯’, ‘처럼’, ‘와 같이’ 등의 표현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그 리유가 뭐냐고 따지고 물었다. 내가 묻는 말에 그녀는 오히려 흡족해하는 것 같았다. 세상이 다 그렇게 비슷비슷하게 생겨도 똑같지 않다, 이것이 저것이 될 수 없다, 이것은 오직 이거 하나 뿐이다 등등의 말을 한 것 같았다. 그 날 나와 그녀는 독한 이과두二锅头술을 일인당 한병씩은 한 것 같았다. 블랙아웃이 될 정도였으니까. 사이사이 끊어졌다 이어졌다 하는 기억의 필림을 재구성해본다면 그녀가 쓰기를 접어야 하나 하는 고민을 말했던 건 확실하다. 70후 작가 위혜卫慧의 를 봐버린 게 후회된다고 했었다. 그러니까 가 우연찮게도 와 겹치게 되는 부분이 있어서 모방작의 비난을 받을 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였다. 소설 가 서서히 마무리가 될 무렵에 그녀가 를 읽게 되였으니. 그녀의 추천으로 를 그녀에게서 얻어 읽고는 괜찮다, 뭐 이름난 작가의 목소리만 목소리냐, 이름난 작가와 동일사유를 갖고 있다는 데 축하한다 등등의 말을 했던 것 같다. 그러니까 그녀의 말 그대로 비슷비슷한 것은 있지만 같은 것은 없다고 내가 주장을 하게 된 꼴이였다.  그 뒤로 나는 항주로 직장을 바꾸면서 글과 멀어졌고 그녀와도 소식이 끊겼다. 문단소식도 거의 끊고 살았었는데 한번의 고향행에서 《연변문학》에서 그녀의 가 련재되는 것을 알게 되였다. 끝내는 해냈구나 하면서 기뻐해주었다. 뿐만 아니라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었다. 지인들을 동원하면 련락이 가능했지만 굳이 그러고는 싶지 않았다.  2007년 《도라지》 문학행사에서 그녀를 만났다. 반가웠고 또 반가웠다. 그 사이에 나와 그녀의 신상에는 소설에나 나올 법한 스토리들이 전개되고 있었다. 나는 상처丧萋의 상처를 이겨내려고 글을 쓰고 있었으며 그녀는 남편과 함께 산에 들어가 산다고 했다. 산, 너무 큰 이름이였다. 물욕에서 비켜서서 산에 있는 나물과 고양이, 쥐, 도토리, 뱀, 꽃 그리고 산사의 목탁소리와 향불의 연기, 호미와 흙, 차잔과 독서… 그녀의 일상이였다. ‘박초란답다’고 그녀에게 말했다. “박초란다운 게 뭐죠?” 그녀가 어둠 속에서 송화강 얼음물을 바라며 해맑은 웃음으로 되물었다. “아무도 아닌, 오직 박초란만 할 수 있는 일.” 나는 근사한 말을 골라보려고 뜸 들이다가 고작 이렇게 웅얼댈수 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북경 왕징에 있었던 단층의 그녀의 판자집 숙소의 방에 걸려있던 달마의 그림과 향로에서 피여오르는 파란 연기를 떠올렸다. 가끔씩 해질 무렵 어스름 속에서 흐르던 그녀가 불던 하모니카의 운률도. 그 뒤로 문학행사에서 자주 만나 그녀의 얼굴을 보게 되였으며 문학지에서 그녀의 소설을 자주 접하게 되였다. 《연변문학》 목록에서 그녀의 소설 제목을 보고 나서 전화를 넣었었다. 이 제목 왜 뺏어가냐고? 내 거를. 하면서 유쾌한 실랑이도 있었다. 그때 막 제목으로 소설을 시작하려고 했던 중이였으니 뿔 난 건 사실이였다. 그러니까 그녀가 려행중, 기차에서 배포되는 팜플렛에서 에 꽂혀버렸다고 했다. 물론 그녀 덕분에 나의 는 요절의 불운이 있었지만 그녀가 내 목소리를 대신해줬다면서 를 재독하는 희열이 있었다.  문학은 그녀의 전부가 아니였다. 문학은 그녀의 아집스런 사상체계중의 자그마한 뙤창일 뿐이였다. 문학이라는 자그마한 창으로 그녀의 몸 속에서 흐르는 청정한 고요의 의식은 숨소리처럼 나즈막하게 흘러나온다. 세상을 껴안는 그녀의 가슴에서 자라는 청초한 작은 풀잎에는 이슬이 눈물처럼 투명하게 맺혀있는 듯하다. 꾸준하게 좋은 소설들을 선보이면서 2011년에 그녀는 첫 소설집 《너구리를 조심해》를 출간하면서 장편을 기획중이라고 하였다. 2년뒤 《도라지》잡지에 장편 련재를 시작하게 된다는 희소식도 듣게 되였다. 나는 국외 체류중이여서 메일로 련재글을 읽어보는 특혜를 누려보기도 하였다. 동료작가의 작품을 읽고 나서 “잘 읽었습니다. 잘 썼습니다.” 간결한 인사말이 두려워져 련재중인 장편소설 파일도 고심 끝에 구독요청을 보냈다. 그녀도 그녀가 쓰는 소설의 제목처럼 두려워하고 있었다. 동료작가들의 시선을. 그러면서도 아무려나 소설마다 두려움 속에서 진행되고 아쉬움 속에서 끝을 내는 거니까 매일 먹는 밥 만큼이나 익숙한 존재로 생각하자고 그녀가 말했다. 두려움과 아쉬움의 그 사이에 놓여있는 즐거운 고독을 그녀는 요령껏 씹으면서 진행중이다.  그녀가 메모했던 노트장은 북경 어느 산 속의 부엌 아궁이에서 재가 되여 버려졌다. 지금의 그녀는 북경 교외의 아빠트 베란다에 보리수 한그루를 들여다놓고 보리수와 눈을 마추치면서 속삭인다. “살아간다는 것은 그 어느 하나에도 련련하질 않는 게 아닐가”고.  작은 풀의 숨소리가 들려온다. 출처:2017 제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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