륙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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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 안도현
2019년 08월 19일 09시 59분  조회:769  추천:0  작성자: 륙도하

여름 풍경

매미 / 안도현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다

매미는 아는 것이다
사랑이란 이렇게
한사코 너의 옆에
뜨겁게 우는 것임을

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매미는 우는 것이다

7월의 한 가운데, 본격적인 여름에 들어와 있다. 앞으로 한 달 남짓이 가장 무더운 여름날들이 될 것이다. 작년 여름 전대미문의 극심한 무더위가 우리를 힘들게 했던 탓인지 올해는 아직은 견딜 만하다고들 한다. 그래도 여름은 장마와 무더위의 계절이다. 기후 패턴이 바뀌어 장마철에도 비가 별로 내리지 않는 지역이 있지만, 통상적으로 우리나라의 여름은 연간 강수량의 절반가량이 집중적으로 내리는 계절이다. 7월 하순에 장마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무더위가 몰려온다. 각급 학교는 방학을 한다. 많은 도시 사람들은 시원한 강과 바다와 산과 숲으로 피서를 간다. 그러나 농촌이나 산업현장에서는 구슬땀을 흘리면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도 많다. 모든 것은 때가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여름 풍경을 기억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매미소리이다. 와가리, 닐니리매미, 매얌매미, 귓속매미, 찐매미, 쓰름매미.... 제대로 된 이름을 모르던 우리들은 매미의 울음소리를 그대로 이름으로 지어 불렀다. 지금 도시에서는 한 두 종류의 매미소리만 들을 수 있는데, 산이 많은 나의 고향에서는 적어도 여섯 종류의 매미가 있었다. 매미는 여름의 상징이었다. 무더위를 피해 개울에서 발가벗고 헤엄치던 일도 있었고, 원두막에서 참외와 수박을 먹으면서 더위를 식히기도 했다. 어느 정도 자랐을 때는 어른들과 함께 콩밭을 매며 땀을 비 오듯이 흘린 일도 있고, 밤이면 모닥불 피워놓은 마당에 멍석을 깔아놓고 누워 쏟아져 내릴 듯이 출렁이며 흐르는 은하수와 찬란하게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보면서 꿈을 키우기도 했다.

여름은 풍성한 열매의 계절이다. 여름은 ‘열매’의 방언이기도 하다. 이른 봄에 꽃을 피운 버찌, 앵두, 살구, 자두, 복숭아, 알로에 등 여름 과일은 벌써 익었고, 수박, 참외, 오이, 가지, 호박 등 열매채소와 잎채소가 무럭무럭 자라며 익어가고 있다. 가을에 익어 수확하게 되는 벼와 각종 과일도 여름에 충분하게 자라 살이 올라야 한다. 여름에는 일조량과 강우량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무더위와 장마 때문에 사람들이 살아가기에는 불편함이 많지만 여름이 없으면 풍성한 먹거리를 얻을 수 없다. 이 여름 우리도 몸과 마음이 지치지 않도록 적절한 활동과 휴식의 균형을 이루면서 건강하게 보내야 할 것이다.

김준태 님의 <고향의 여름>은 여름 풍경을 멋진 추상화로 환상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김성호 님은 <여름환상곡>에서 여름 풍경을 여러 가지 악기 소리로 노래하고, 아동문학가 권오삼 님의 <여름>은 의성어와 의태어를 알맞게 써서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볼 수 있는 여름 풍경을 잘 그려내고 있다. 권오범 님의 <여름>은 모든 것이 바쁜 여름을 재미있게 풍자하고 있다. 정일근 님의 <여름편지>는 그리움을 남기고 떠나는 여름 풍경을 연상케 한다.

고향의 여름 / 김준태

새들이
하늘을
한 점씩 물고
날아오른다

개똥벌레가
젖은 흙에 떨어진 시간을
몇 알갱이씩 짊어지고 기어가고
꽃들이 땅의 젖꼭지를 빨며 핀다

하얀 모래들이
속삭이는 강 언덕

어머니의 손을 잡은 소년이
흰 구름 속으로 걸어 들어가 노래한다

여름환상곡 / 김성호

반짝반짝 빛나는 개울의 물빛은
플룻의 소리를 내고
앞산 언덕배기 숲에 숨어
그리움을 토해내는 뻐꾸기 소리는
호른을 연주하고
신작로 가에 열병해 있는
미루나무에 숨어서
여름의 한가운데를 노래하는
매미는 바이올린 주자다
토담 너머로 할머니를 부르시는
할아버지의 목소리는
낡은 오보에 대신이고
방학책 들고 신나게 달려 나오는
초등생들의 가벼운 발걸음은
경쾌한 피아노 소리를 연주한다.

여름 / 권오삼

해는 활활
매미는 맴맴
참새는 짹짹
까치는 깍깍
나뭇잎은 팔랑팔랑
개미는 뻘뻘
꿀벌은 붕붕
모두 모두 바쁘데
구름만 느릿느릿

여름 / 권오범

모든 것이 바쁘다
해는 화끈하게 삶고 싶고
장마는 구름에 물 적셔와
세상 물바다 만들고 싶고

그 등쌀 아랑곳없이 살아남아
기어이 대를 이으라고
바람이 초목들 위해 동분서주하느라
후덥지근하게 지쳐버린 중복허리

사람도 덩달아 수고로워야 한다
햇볕 피하랴 비 피하랴
시들고 물손받은 먹을거리들
어떡하든 살려내랴

선풍기 냉장고 에어컨
부채라고 해서 마음놓고 쉴 새 있겠는가
누워 빈둥대지 말고 하다못해 모기라도 쫓아야지
하루살이들 이별파티 때문에 가로등마저도

여름편지 / 정일근

여름은 부산 우체국 신호등 앞에 서 있다
바다로 가는 푸른 신호를 기다리며
중앙동 플라타너스 잎새 위에 여름 편지를 쓴다
지난 여름은 찬란하였다
추억은 소금에 절여 싱싱하게 되살아나고
먼 바다 더 먼 섬들이 푸른 잎맥을 타고 떠오른다
그리운 바다는 오늘도 만조이리라
그리운 사람들은 만조 바다에 섬을 띄우고
밤이 오면 별빛 더욱 푸르리라
여름은 부산 우체국 신호등을 건너 바다로 가고 있다
나는 바다로 돌아가 사유하리라
주머니 속에 넣어둔 섬들을 풀어주며
그리운 그대에게 파도 소리를 담아 편지를 쓰리라
이름 부르면 더욱 빛나는 7월의 바다가
그대 손금 위에 떠오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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