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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캐년(3편)
2012년 12월 20일 08시 53분  조회:4337  추천:1  작성자: 훈이
       
《오, 신이여!》

 이튿날 아침 조식 후 버스는 한 참 달려 마침내 미국의 관광 1번지에 도착했다. 그랜드캐년 관광은 주로 그랜드캐년 남쪽에 있는 노스림(North Rim)을 이용한다. 이곳엔 호텔, 레스토랑, 병원, 우체국 과 아이맥스 영화관이 있다. 11월이 막가는 겨울 날씨인데다가 고지대여서 몹시 추웠고 바람도 매서웠다. 가이드는 11월이 지나면 그랜드캐년엔 눈이 많이 내려 관광이 중지되는데 관광 중지를 며칠 앞두고 그랜드캐년을 찾은 우리 일행 모두가 행운을 안은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랜드캐년의 날씨가 변덕이 많으니 일광이 있을 때 먼저 그랜드캐년을 구경하고 나중에 아이맥스 영화를 구경하기로 했다. 협곡은 보통 산에 올라가서 굽어본다. 사방을 둘러보니 낮은 소나무가 눈 속에 서 있는 평지였다. 산이라곤 보이지 않았다. 산도 없는 곳에 협곡이라니? 이런 의문을 달고 가이드 뒤를 따라 전망대에 이르고 보니 헉! 숨이 막혔다. 여성분들은 여성 고유의 감탄사인 《어마나!》를 연발했고. 아내는 너무 아찔해 현기증이 인다고 했다. 무섭다고 했다. 아마 자연의 위대함에 경탄하기에 앞서 자연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해 온 모양이다.그랜드캐년을 본 첫 느낌은 한마디로 감탄과 경탄 그 자체였다. 
 평지가 갑자기 사라지고 발밑엔 밑도 끝도 보이지 않는 협곡이 길게 드러누워 있었다. 갑자기 밑도 끝도 알 수 없는 낭떠러지를 만난 격이었다. 결국 우리가 서 있는 곳은 평지가 아니라 산 정상인 셈이다. 내내 해발고가 높은 고지대 사막을 경과했다는 점을 잊었던 것이다. 나는 중국의 운남성 곤명시에서 고지대 설산으로 유명한 옥룡산으로 가던 길에 끝이 내려다보이지 않는 협곡을 보고 경탄한 적이 있다. 그 때 협곡은 좁고도 깊은 협곡이었지만 눈앞에 펼쳐진 협곡은 너무나 깊고 넓어 협곡이라기보다 이 산에서 저 산을 바라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1540년, 스페인에서 파견된 탐험가이면서 정복자였던 프란시스코 코로나도의 부하였던 가시아 로페즈 데 까르데나스(Garcia Lopez de Cardenas)가 25명의 대원들과 함께 인디언들이 큰 강이라고 부르는 곳을 탐험하기 위해 가다가 상상을 초월하는 대자연의 경이로운 경관을 보고 너무 놀란 나머지 모두 약속이나 한 듯 무릎을 꿇고 《오, 신이여!》를 연발했다고 한다. 그들 중 대장인 까르데나스가그랜드캐년의 웅장한 경관에 경탄하면서 스페인어로 거대하다는 뜻으로 《그란데(Grande)》라고 한 것이 대협곡의 이름으로 되었다고 한다. 

 

 
그랜드캐년, 말 그대로 대협곡이었다. 태고의 신비인 그랜드캐년은 지구의 역사와 함께 한 곳! 콜로라도 강이 콜로라도 고원을 가로질러 흐르는 곳에 형성된 대협곡의 길이는 길이 447km, 너비 6~30km, 깊이는 1500m로 세계에서 가장 깊은 협곡. 깎아지른 절벽, 다채로운 색상의 단층, 높이 솟은 바위산과 형형색색의 기암괴석, 도도히 흘러가는 콜로라도 강이 어우러져 장엄한 파노라마를 연출하고 있는 그랜드캐년은 1919년 미국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1979년 유네스코 자연유산에 등록되었다고 안내문에 적혀있었다. 우리 관광 팀에 합류한 한국 서울에서 왔다는 한 분이 그 안내문을 보면서 그랜드캐년 길이는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보다 길고 2000미터를 넘는 해발고도 제주도의 한나산보다 높다고 했다.

 그랜드캐년을 마주하면 숨 막힐 것 같은 감탄과 함께 장엄한 자연 앞에 인간이라는 존재가 너무 작고 하찮게 느껴지기 때문에 무기력함 혹은 허망함 을 느낀다고 한다. 이런 느낌을 갖는 순간은 위대한 세월과 자연 앞에 잠시 인간의 오만을 접고 겸허함을 느끼는 순간이고 초라한 자신을 비로소 발견하는 순간일 것이다. 나는 대자연이 빚은 위대한 걸작 앞에서 경탄보다도 얼빠진 모습으로 한참이나 말없어 대협곡을 내려다보았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인 그랜드캐년은 자연의 위대함과 신비로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언젠가 영국 BBC가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죽기 전 가봐야 할 곳이라는 주제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 그랜드캐년이었다고 한 것이 실감이 가는 순간이다. 이곳을 와본 사람들의 느낌을 모아보면 그랜드캐년은 《도무지 글로나 사진으로, 또는 그림으로 그 아름다움과 장엄함을 표현할 길이 없는 대 자연의 경이로움! 세계 자연의 불가사의 중에서도 최고의 신의 작품! 반드시 눈으로 확인하고 가슴으로 느껴야 하는 곳, 사시사철 색깔이 모두 달라지는 곳, 진한 아름다움의 극치와 감동을 주는 곳, 시간과 장소에 따라서 느끼는 감동이 다른 곳!》이다.

 지각 융기와 장구한 세월을 거처 거듭 된 물의 침식과 결빙으로 인한 풍화작용으로 암반이 파여 나가며 형성된 그랜드캐년에서 지구 45억년 역사 중 20억년 지구 역사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20억 년 전 화산의 폭발 시 검은 색의 마그마가 이 지역 일대를 평평하게 만들었다가 오랜 세월, 지각의 변동과 함께 이 지역 일대가 바다 밑에 잠기는 지각 변동 후 침몰과 융기 현상이 반복되었다. 지각의 변동 중 갑자기 동쪽이 불쑥 솟았는데 그것이 해발 4,345m인 지금의 럭키산맥이다. 그 산맥에 빙하시대가 도래하고 그 빙하와 눈들이 녹아 높은 곳에서 낮은 지형으로 흐르면서 7개의 강줄기들을 만들고 그 강들이 다시 하나의 큰 강줄기로 모여 콜로라도 강을 이루게 된다. 이 강이 수억 년 흐르면서 평평했던 평지를 깎고 깎아 침식시켜 전형적인 브이 (V) 자 계곡을 만들고 이 계곡이 오랜 세월동안의 바람과 비의 영향으로 부드러운 곡선으로 변하면서 오늘날의 그랜드캐년이 약 600만 년 전에 형성 되었다고 한다. 석회암과 사암으로 구성된 단층에선 고대 조개의 화석과 바다 상어 뼈 화석이 발견되었고 계곡 바닥을 흐르는 콜로라도 강변 습지에서 수령 700여년이 된다는 바다 거북이가 서식하고 있어 이 지역이 먼 옛날 바다 밑이었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어 지질학자들은 그랜드캐년을 《지질학 교과서》라고 한다. 육안으로는 그냥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황량한 사막의 계곡 같으나 1,600여종의 식물과 250종 이상의 조개류, 78종의 포유류, 18종의 도마뱀, 8 종의 방울뱀, 전갈 등이 서식하고 있어 생태학자들 또한 그랜드캐년을 생태계의 보고로 인정하고 있다. 그랜드캐년이 관광객들을 또 한 번 놀라게 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관광 수입이다. 가이드 소개에 따르면 그랜드캐년으로 벌어들이는 관광 수입은 년 간 60억 달러에 달한다. 실로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어머 어마한 숫자다. 

 
 전설에는 거인이 그랜드캐년을 만들었다고 나온다. 그 거인이 미국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전설 속에 나오는 폴 버년이다. 폴 버년은 항상 베이브라고 하는 색깔이 푸른 황소를 데리고 다니는데 둘의 발자국이 미네소타에 천개 호수를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다. 폴 버년은 도끼로 단 한 번에 나무 81그루를 찍어 넘기는 괴력의 소유자다. 그는 도끼로 강 곬을 파고 미시시피 강에서 럭키산맥까지 나무를 죄다 제거해 대평원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랜드캐년도 폴 버년이 도끼로 깎아 만든 것이란다. 놀랍게도 전설의 거인이 1976년 조선반도 공동경비구역에서 발생한 《도끼사건에서 다시 등장한다. 《도끼사건》은 조선인민군과 유엔군 공동경비구역 내에 있는 나무를 제거하는 도중 주한 미군과 조선인민군 사이에 발생한 충돌사건이다. 《도끼사건》으로 미군 장교 두 명이 숨지자 이에 응징으로 미군이 실시한 작전명이바로 《폴 버년이다. 폴 버년이 미국인들에게 얼마나 익숙한 전설속의 인물인가를 보여주는 일례다.

 전설은 어디까지나 전설이고세계 최대의 장관, 자연의 불가사이라고 하는  그랜드캐년을 만든 것이 바로 콜로라도 강이다. 수억 년 동안 콜로라도 강의 급류에 깎이고 고원이 융기하는 대변화를 겪은 끝에 탄생한 것이 그랜드캐년이다.

 망원경으로 그랜드캐년을 내려다보니 골이 너무 깊어 하루 52만 톤의 황토를 싣고 흐르면서 그랜드캐년을 탄생시켰다는 콜로리다 강이 가느다란 실개천으로 보였다. 기재에 의하면 1540스페인 탐험가들이 황금을 찾아서사막일대를 헤매다가 강을 발견하고 스페인어로 붉은 색깔을 띤 강이란 뜻으로 콜로라도》라고 외쳤는데 그것이 강 이름으로 되었다고 한다. 콜로리다 강 이름 어원에 대해 한국인들에게는 한국인다운 유머가 있다. 가이드가 들려준 유머다. 

 조선의 세종대왕이 언젠가 미국방문길에 올랐단다. 수많은 대신들을 대동하고 모하비사막을 횡단하는데 너무 목이말라서 수행하던 내시를 보고 저기 강물이 보이는데 빨리가서바가지오라고 명을 내렸다. 내시가 강물을 떠오려고 바가지를 찾으니 아뿔싸! 밤새 카지노만 놀다가 떠날 때 호텔에 바가지를 두고 왔던 것이다. 내시가 사시나무 듯이 세종대왕 앞에 넙죽 엎드려 죽여주옵소서! 하니 워낙 어질고 선한 임금인지라 세종대왕 왈,《바가지가 없으면 입으로 마시지 말라는 뜻인즉 그러니 코로라도 마셔야 하지 않겠냐.》 했다고하여 강의 이름을 《코로라도》라고했다는 유머. 이밖에 또 하나의 유머가 있다. 그랜드캐년으로 가는 도중 그냥 졸던 한 할머니가 잠이 덜 깬 상태에서 그랜드캐년에 도착해 가이드 보고 묻는 말!

《올 때 버스에서 자꾸 <그 년도 개년>이라고 했는데 그 개년 어디 있나?》  

 위대한 자연의 장관에 잔뜩 기죽은 인간들의 기분을 다소 전환시키기에는 유머가 적격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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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1 ]

1   작성자 : 비젼
날자:2013-06-10 10:49:24
글을 잘 읽었습니다. north rim 이아닌 south rim 에 주로 관광객이 많이 갑니다.
모든 시설이 사우스림에 있습니다..하야튼 여러 글들 매우 좋습니다,,,,
Total :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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