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 관광은 대체로 세계 정치 1번지 워싱턴, 현대 "로마"로 불리는 뉴욕, 세계 3대 명폭의 하나인 나이아가라폭포를 둘러보는 관광이다. 미국 동부 관광에서 나이아가라폭포로 가는 코스가 둘이 있다. 뉴욕에서 곧추 가는 코스와 워싱턴에서 펜실베니아주를 경유해 가는 코스이다. 7년전 필자는 안해와 함께 뉴욕 코스를 탔는데 경유지에서 인상에 남는 곳은 코닝 유리박물관(Corning Museum of Glass) 뿐이였다. 코닝 유리공장은 세계적인 대기업인데 본부를 인구가 만명뿐인 자그마한 도시 코닝시에 두고 있다. 유리로 된 예술작품 4만 5천여점이 전시되여 있는 유리박물관은 나이아가라폭포로 가는 관광객들이 휴식삼아 쇼핑삼아 들러 유리 력사를 보고 가는 곳이다. 아들딸까지 동행한 이번 미국 동부관광은 워싱턴부터 시작되였기에 펜실베니아주를 경유하게 되였다.
펜실베니아주는 크게 각광을 받고 있는 워싱턴, 뉴욕의 그림자에 가려 별로 알려지지 않은 주이다. 미국 관광에서 널리 알려진 명소만 찾는 중국인 경우엔 아예 생소한 곳이다. 보통 관광객들은 사전에 관광 목적지 관련 자료는 잘 챙기지만 경유지에 대해선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필자도 역시 그런 부류에 속했는데 펜실베니아주를 경유하면서 경유지가 때론 목적지보다 더 대단한 명소일수도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경유지에서 읽은 미국 독립 력사
펜실베니아주 경내에 들어서면 끝없이 펼쳐진 농장지역이 줄곧 시야를 채운다. 평원을 지나 완만한 구릉이 이어지는 지역에 들어서면 만발한 들꽃이 반겨주는데 들꽃중 필자가 좋아하는 민들레꽃이 가장 많았다. 그 누가 보든말든 소문없이 피여 대지를 장식하는 민들레꽃이 하도 좋아 필자는 우리 민족 녀성의 희생정신을 구가한 텔레비전예술영화 제명을 "민들레꽃"이라고 달기까지 했다. 꽃의 향연에 취해 가노라면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로 운을 뗸 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진다. 농장지역을 종일 달려 하루밤 묵어갈 도시에 들어서니 오래된 건물이 많이 보여 퇴락하고 있는 도시같은 느낌을 준다. 그런데 가이드가 이 도시가 바로 미국이 탄생한 도시 필라델피아라고 선언하듯 말한다. 필라델피아, 책에서나 읽었던 력사의 도시! 이 도시는 독립된 미국의 력사가 시작된 곳이다. 천혜의 관광지 나이아가라폭로로 가는 길에 미국의 독립 력사를 읽고 가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행운이 아닐수 없다.
한때 세계를 호령하던 대영제국의 런던 다음으로 큰 도시였던 필라델피아에서 1776년 7월 4일 무슨 사변이 일어났는지 우선 짚고 넘어간다. 필라델피아 인디펜던스 홀(Independence Hall)에서 열린 대륙회의에서 170년동안 영국 식민지였던 13개 주의 대표들이 영국으로부터 자유와 자치권을 얻기 위해 독립선언문을 채택하고 미국 독립을 선언했다. 이어 7월 8일 "온 나라의 국민들에게 자유를 선언하노라"라는 성서의 문구가 새겨진 자유의 종(Liberty Ball)이 독립선언문의 공표를 축하해 처음으로 고고성을 울렸다. "법과 정의의 상징"으로 불리는 자유의 종은 미국 독립의 상징이다. 또한 미국에서 처음 "자유"를 알렸던 종이었기에 자유의 상징으로 되고 있다. 이해 최초의 미국 국기인 성조기가 게양되었는데 성조기는 이름이 로스(Ross)라는 가정주부가 손수 만들었다고 한다.
영국의 식민지 정책에 저항하는 중심지가 된 필라델피아는 독립전쟁이 시작되면서 새로운 국가 미국의 수도로 되였다. 1790년 워싱턴 DC로 천도하기 전까지 미국의 수도였던 필라델피아는 19세기에 이르러 미국의 금융, 문화, 상업, 산업의 중심지로 떠오른 뉴욕의 그림자에 묻히게 되여 색이 바래기 시작했다.
미국 독립 력사에서 미국 독립의 "아버지"로 불리는 초대 대통령 워싱턴과 어께를 견줄 위인 한 분을 빼놓을수 없다. 벤저민 프랭클린! 미국 지폐 100달러에 찍힌 바로 그 분이다. 가이드는 그가 미국 지폐에서 지금까지 가장 고액 지폐인 100달러에 찍힌 이유가 1달러 지폐에 찍힌 워싱턴보다 100배 더 위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보다 더 위대한 분이 왜 대통령 한번 못해 봤는가고 한 관광객이 물으니 가이드는 독립선언문을 작성할 때 벤저민 프랭클린은 이미 70세를 훌쩍 넘긴 고령이였고 또 본인이 굳이 대통령 자리를 사양했다고 설명했다.
프랭클린은 미국 독립선언문 작성에 참여했고 또 생명의 위험도 무릅쓰고 신생 미합중국 대사로 프랑스에 가서 프랑스의 지원과 참전을 이끌어냈으며 미국의 첫 헌법 제정에도 큰 기여를 했다. 18세기 미국 신대륙의 력사와 정신을 상징하는 인물로 칭송을 받는 프랭클린은 뛰어난 사업가이자 과학자, 정치가, 외교관, 문필가였다. 그는 또한 발명가이기도 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피뢰침은 그가 발명한 것이다. 부자이고 또한 위대한 인물이였지만 프랭클린은 항상 검소했다. 지금도 그가 스무살에 생활 지침으로 정한 13가지 "덕목"은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좌우명으로 되고 있다. 그 "덕목"을 다시 새겨본다.
1, 절제-배부르도록 먹지 말자. 취하도록 마시지 말자.
2. 침묵-자타에 이익이 없는 말은 하지 말자. 쓸데없는 말은 하지말자.
3. 질서-모든 물건은 제자리에 두자. 일은 모두 때를 정해서 하자.
4. 결단-해야 할 일이 있다면 반드시 하겠다고 결심하자. 결심한 것은 반드시 실행하자.
5. 절약-나나 남에게 유익하지 않은 일에는 돈을 쓰지 말자. 쓸데없는 낭비는 금하자.
6. 근면-시간을 낭비하지 말자. 언제나 유용한 일을 하자. 무익한 행동은 금하자.
7. 진실-사람을 속이지 말자. 순수하고 공정하게 생각하자. 언행을 일치시키자.
8. 정의-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하지 말자. 남에게 응당 줘야하는 이익은 꼭 주자.
9. 중용-극단을 피하자. 상대가 나쁘더라도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말자.
10. 청결-신체, 의복 등 습관상 모든 것에 청결을 유지하자.
11. 침착-사소한 일, 일상적인 일 뿐만 아니라 불가피한 일을 당해도 흔들리지 말자.
12. 순결-감각이 둔해지고 몸이 쇠약해지고 부부의 평화와 평판에 해가 될 일을 하지 말자.
13. 겸손-예수와 소크라테스를 본받자.
한 력사학자는 "프랭클린이 위대한 리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혁신이다"고 했다. 말을 바꾸어 말하면 프랭클린은 인생의 목적을 인격 완성에 두고 산 분이였다. 우리 민족의 "선비정신"을 새삼스럽게 떠올리게 되는 대목이다.
펜실베니아주엔 독립의 력사가 태동친 필라델피아외에 미국 통일 력사에서 가장 유명한 격전지인 게티tm버그가 있다. 1863년 7월 게티버그에서 련방군과 남부 련합군이 가장 치렬한 격전을 벌였는데 3일간 전투에서 사망자, 부상자, 포로, 실종자가 51.000여명에 달했고 남부 련합군은 이 격전을 계기로 패배를 거듭했다. 이 격전지는 미국 남북 전쟁의 전환점을 긋은 곳이자 링컨 대통령이 유명 연설을 한 곳이기도 하다. 링컨 대통령은 전사자를 추모하는 연설에서 "우리 민족은 하나님의 은혜로 새로운 자유를 갖게 될 것이며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지상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펜실베니아주를 막 벗어나면서 스마트폰으로 이것저것 검색하던 중 놀랍게도 우리가 하룻밤 묵어간 필라델피아 인근지역이 세계 명작 "대지"의 저자 펄벅의 고향임을 알게되였다. 청나라 말기를 배경으로 중국인의 애환을 그린 "대지"로 "퓰리처상"과 미국 여작가로 사상 처음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펄벅의 출생지가 지식사전에는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힐스보로로 기재돼 있다. 지도를 보니 웨스트버지니아주가 북부로 펜실베니아주와 인접해 있다. 그러니 두 주가 명작가 출생지를 자기네 주라고 주장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여행길에서 세계 명작을 낳은 위대한 작가를 떠올리게 되었으니 작가로선 감개무량하다.
나이아가라폭포로 가는 경유지에서 미국의 력사를 읽었으니 이젠 전설을 들을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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