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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제5편)
2013년 05월 13일 17시 47분  조회:3900  추천:0  작성자: 훈이
       
《악마의 섬》 

 금문교 유람선 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미국 서부 해안에서 가장 먼저 등대를 앉혔다는 펠리컨 섬이다. 이 섬의 이름은 큰 바다 새 일종인 일명 《사다 새》라고 하는 펠리컨(Pelican)이 많이 서식했다는데서 지어졌는데 흉악범들만 수용한 알카트래즈 형무소가 자리 잡으면서 초대 형무소 소장의 이름을 따서 알카트래즈 섬으로 이름이 바뀐다. 펠리컨 말이 나오니 언젠가 책에서 본 이야기가 떠오른다.

 미국 캘리포니아 해변 한 바닷가에 수천마리의 펠리컨들이 서식한다. 펠리컨들은 자유로이 날아다니며 먹이를 잡아먹고 번식도 하면서 나름대로의 평화를 누리던 중에 사람들이 들어와서 어촌을 형성한다. 사람들은 물고기들을 잡아 통조림으로 만들면서 내장을 빼내 주변 강가에 버린다. 펠리컨들은 버린 내장을 받아먹으면서 사냥이라는 생존 법칙을 차츰차츰 잊어간다. 그러나 사람들이 물고기 내장으로 요리를 만들어 먹기 시작하자 펠리컨들은 먹이가 없게 된다. 사람들이 언젠가는 물고기 내장을 던져주려니 해서 마을 주변에서 기다리기만 하던 펠리컨들은 결국에는 굶주림에 시달리다가 몰살한다. 사냥이라는 생존 법칙을 잊은 펠리컨의 종말이다. 이 이야기가 바로 환경보호자들이 자주 거론하는 《펠리컨 비극》이다. 인간의 침입으로 기인된 이 비극이 시사해주는 바가 많다. 유람선을 따라오는 갈매기만 보이고 펠리컨이 한 마리도 보이지 않으니 이 비극의 발생지가 바로 펠리컨 섬이 아닐 가 싶은 생각이 든다. 갑자기 부두에서 일광욕을 즐기던 물개가 떠올랐다. 부둣가에서 서식하는 물개들도 언젠가는 펠리컨 비극을 맞지 않을 가 근심이 앞선다.

 유람선이 알카트래즈 감옥이 있는 섬 주위를 한 바퀴 돌았다. 소개에 따르면 이 섬의 원주민은 인디언이었는데 미국이 캘리포니아를 합병한 뒤 골드러시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이 섬에 미국 서부 해안의 첫 등대가 세워진다. 1898년 스페인과의 전쟁 중 400여명의 포로들을 수감하면서 미국의 감옥 역사가 여기서 시작을 고한다. 등대섬이 1909년에는 미 육군 형무소로 탈바꿈했는데 1920년대 후반부터 마피아 등 조직폭력배에 의해 미국의 강력범죄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자 미국 정부는 강력범죄자들을 장기 수감할 장소로 알카트레즈 섬으로 택했다. 이때로부터 군사 감옥으로 이용되었던 알카트레즈 감옥이 마피아 두목 알카포네를 비롯한 수많은 흉악범들을 수감하는 연방 형무소로 되었다. 알카포네는 1930 년대 암흑가를 지배한 미국 마피아의 대부로 한때는 《밤의 대통령》으로 군림했다. 1927년 한 해 총 수입이 1억 달러에 달해 《세계 최고의 시민》으로 기네스북에까지 올랐던 그는 1939 년 7 년간의 옥살이를 마치고 가석방 되었다. 출소 당시 그는 이미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폐인이 되어 있었다. 1947 년 알카포네는  플로리다의 한적한 어느 해변에서 숨진 채로 발견되었다. 사망 당시의 병명은 매독과 폐렴 합병증이었다. 

 형무소가 폐쇄되기 전 20여 년간 도합 34명 죄수가 탈출을 시도했으나 죄다 성공하지 못했다. 탈옥자들은 다시 체포됐거나 사살되었는데 그 중 죄수 세 명만 요행 형무소를 빠져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탈옥자들이 섬과 거리가 불과 1마일도 안 되는 뭍에 올랐다는 기록이 지금까지 없다. 3명의 탈옥자들은 해변 가에 신발만 남겨 놓은 채 종적을 감췄다. 탈옥에 성공해 멕시코 어딘가에 숨어 산다는 일설이 있지만 섬 주위의 물살이 빠르고 수온이 찬데다가 섬 주변에 상어들이 자주 출몰하기에 탈옥자들이 거센 파도가 이는 바다의 제물로 되지 않았으면 상어의 먹이 감이 되었다는 것이 거의 정설로 되고 있다. 악명 높은 섬으로 이름난 이 섬을 《악마의 섬》이라고도 부른다. 《악마의 섬》이라고 이름 지은 사람은 이 섬 이름을 바꾼 초대 형무소장 알카트레즈다. 그는 《악마의 섬》이라고 이름을 지은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고 한다.

 《이 곳은 잔인하다. 차가운 바닷물과 거센 파도 때문에 탈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 아니다. 손만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거리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가 보이고 금문교 위를 달리는 자동차와 샌프란시스코 만을 한가롭게 떠다니는 요트가 그림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감방 뙤창 너머로 보이는 광경을 보면서 수감자들은 조용히 속삭인다. <삶은 가까이 있지만 자유는 멀리 있다>고.》

 일반 상식으로도 천혜의 비경에, 그것도 낭만의 항구에 살풍경인 흉악범을 수감하는 형무소를 앉혔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될 수 없는 일이다. 수감자들에게 가장 혹독한 고문보다 더 잔인한 형벌로 천혜의 비경을 보여준 것이다. 참으로 악마적인 발상이다. 수감자들에게는 천혜의 비경 그 자체가 악몽이었고 지옥이었을 것이다. 형무소에서 발생한 죄수에 대한 비인간적 취급, 자살, 자해 등 비화가 언론에 공개된 후 1963년 케니디 대통령 지시에 의해 형무소가 폐쇄되고 섬이 다시 항구의 명물로 이미지를 바꾸게 된 것은 샌프란시스코의 행운이다. 

 이 섬은 마이클 베이 감독, 숀 코네리와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영화《더록(The Rock)》으로 유명해졌다. 영화 《더록》 스토리가 펼쳐지는 주 무대가 바로 알카트래즈 형무소다. 가장 멋진 액션 영화로 각광받는 이 영화는 중국에서도 상영되어 큰 인기를 누렸다. 지금 섬에는 등대와 형무소 내 죄수들이 수감되었던 감방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데 섬을 관광하려면 최소 일주일전 예약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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