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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편 밤중의 총소리
2014년 02월 08일 10시 20분  조회:1933  추천:1  작성자: 훈이
 
 
 나의 동년이야기는 전설과도 같았다. 이건 모두 할머니가 들려준 이야기들이다.
 1933년 어느 날 밤, 갑자기 총소리가 울렸다.
 “웬 일이여?”
 동네사람들이 골목으로 뛰쳐나왔다.
 “몰라 마을을 털러 온다더니…”
 “며칠 전 촌장집에 기별이 왔는데 돈을 갖춰 놓으라고, 주지 않으면 귀를 떼간다나…”
 “그럼 우린 어쩌나?”
 “어쩌긴 무조건 피해야지.”
 그래서 사람들은 허겁지겁 논밭으로 몰려갔다.
 이 때 잠결에서 놀라 깨어난 어머니는 한 살난 나를 업는다는게 베개를 업었다고 한다. 그러고는 동네사람들은 따라 논밭으로 내뛰었다.
 그떄 우리가 살던 마을은 봉림동, 연길에서 서남쪽으로 약 20리가량 떨어지 조그만 산간 마을이었다.
 논밭으로 몰려간 동네사람들은 모두 물위에 반드시 누었다. 벼 포기가 두어뼘 자란 논벌은 사람이 누우면 인체가 보일랑 말랑해서 어둠이 깃들면 일시 피신하기는 알맞춤하였다.
 베개를 업고간 어머니는 논판에 가서야 애기가 아닌 것을 발견하고 마을로 되돌아 오려고 했으나 그 때는 벌써 늦었다.  그 때 나는 따뜻한 아랫목에서 단잠에 골아빠져 있었다 한다.
 이 날 우리 가문에는 큰 불행이 뚝 떨어졌다. 사랑방에 누어있던 나의 아버지가 너무도 요란한 총소리에 견딜 수가 없어서 우리집 뒤 배자를 뛰어넘다가 유탄에 허벅다리를 맞은 것이다.
 그 해 용정 대성중학교를 졸업한 아버지는 팔도 경찰서 순사로 가라는걸 거절하고 고향에 돌아와 벼 재배 실험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대성중학교에서 민족독립사상의 영향을 받은 아버지는 일제의 개다리질을 하기 싫었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남들이 다 피신하는데도 내게 무슨 죄가 있느냐는 뱃심으로 논밭에 나가지 않고 누워있다가 총소리가 너무 요란하니 견딜 수가 없어 뒤늦게야 배자를 뛰어넘다가 그만 봉변을 당한 것이었다.
이 때 한 아줌마가 아버지가 쓰러진 곳을 지나갔다.
 “아줌마 날 좀 살려주오.”
 아버지가 애원했으나 그 아줌마는 자기도 한 목숨 구하려고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가버렸다. 그 때 누가 총 맞은 아버지 허벅다리를 꾹 동여매주었더라면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습격자들이 돌아간 뒤 아버지는 소수레에 실려 연길병원 쪽으로 가던 중 시내물을 건너다가 물을 찾았다. 총상을 입고 피 흘리는 사람한테 물을 먹여서는 안된다는걸 모르는 동네사람들은 물을 퍼주었다. 그 바람에 아버지는 출혈과다로 운명하고 말았다. 스물여섯 살 아까운 나이에 아버지는 불행하게도 저 세상에 가시고 나는 하룻밤 사이에 아버지를 잃은 신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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