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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와 고양이 동거 설
2015년 07월 01일 18시 58분  조회:3806  추천:2  작성자: 훈이
 

제가 아침마다 수영하러 가는 길에 빈터가 하나 있습니다. 부동산 회사에서 매립이 안된 땅인지 아니면 도시개발계획에 들어가지 않은 땅인지 이사 온지 몇 해 동안 그냥 빈터로 방치되여 있는 땅입니다. 그 빈터는 어느 때부터인지 몸 단련 삼아 나와 연을 날리는 곳으로 되였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빈터에서 연을 날리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납득이 안 가는게 있는데 늙은이나 젊은이나 남자나 녀자를 막론하고 날리는 연이 죄다 독수리입니다. 연 날리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아침이면 하늘엔 크고 작은 독수리가 십여 마리가 유유히 하늘에서 날아 예고 있습니다. 독수리가 진짜가 아니고 가짜이지만 그 주변엔 뭇새들은 물론 도시에서 늘상 보는 비둘기마저 얼씬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하루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비둘기 떼가 독수리 주변에서 자유로이 날아예고 있었습니다. 자연계에선 있을 수 없는 광경입니다. 듣는바에 의하면 독수리 한 마리가 하늘에서 선회하면 독수리 시야범위에 든 그 구역의 하늘엔 나는 새가 없고 땅에는 노니는 짐승이 없다고 합니다. 이젠 비둘기도 독수리가 자연계의 맹수인 진짜 독수리가 아니고 사람들 손에 쥐여진 끈에 의해 조정되는 연이란것을 안 모양입니다.
그 광경을 보니 어릴 때 논밭에 세워진 허수아비가 생각났습니다. 구멍난 낡은 밀짚모자를 눌러쓰고 두 팔을 한 일자로 벌린 채 사람들이 그려준 그 표정 그대로 밤이고 낮이고 그냥 서 있는 허수아비. 첨엔 새들이 사람인줄 알고 범접을 못하다가 후에는 아예 허수아비 머리에 앉아 깃을 다듬고 있었습니다. 허수아비는 어디까지나 말 그대로 허수아비에 불과합니다.
연으로 된 독수리나 허수아비는 가짜이기에 그렇다 치더라도 진짜 천적이 루루천년 자기 먹이로 되여온 사냥물을 무서워하는 광경은 충격적이였습니다. 지금 아파트 단지에서 애완동물을 기르는 집들이 많습니다. 애완동물에는 고양이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어느 하루 아침, 저는 애완동물로 기르는 고양이가 쥐를 무서워 주인의 품에 안기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였습니다. 별로 큰 쥐도 아닌데 고양이가 가는 앞을 가로질러 갔는데 고양이가 아예 질겁해서 주인의 몸에 달라붙는것이였습니다. 고양이가 쥐를 무서워하는걸 첨 보았다고 하니 친구중 한 사람이 하는 말이 그게 바로 뉴스 감이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이렇습니다.
“지금 고양이가 쥐를 잡아먹었다면 뉴스 감이 아니지. 뉴스 감은 그것도 특종은 쥐가 고양이를 잡아먹었다는 거야.”
쥐가 고양이를 잡아먹었다는 이야기는 정경유착과 부정부패를 비꼰 정치유머에서 나옵니다. 그 유머는 이러합니다. 하루는 쥐 세 마리가 모여서 자기가 어떻게 고양이를 다루었다는 자랑을 늘여놓았습니다. 처음 입을 연 쥐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어제 식구들을 데리고 산책을 나갔는데 공원에서 고양이를 만났지. 내가 아주 당당하게 안녕 하고 인사하니 그 녀석도 안녕하고 인사를 받지 않나.”
이 말을 다른 한 쥐가 주둥이를 닦으며 받았습니다.
“나 지금 바로 그 녀석이 청한 연회에 가서 대접받고 오는 길이야. 그 녀석 대접이 이만저만이 아니더군 그래.”
세 번째 쥐가 하품을 연신 해대며 말했습니다.
“아 졸려, 난 어제 밤 그 녀석하고 온 밤을 샜어. 그 녀석이 어찌나 들볶아 대는지 어제 밤 한 잠도 못 잤어. 나 지금 또 그 녀석한테 가야 해. 아마 그 녀석 덜 만족했나봐.”
바로 이 유머에서 나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금전과 권력의 결탁으로 행해지는 부정부패를 이르는 말에 “고양이와 쥐의 동거”란 말이 있습니다. 쥐에게는 고양이는 예로부터 천적입니다. 그런 천적이 천적 노릇을 못하고 오히려 자기가 잡아야 할 상대와 결탁하고 놀아난다는 이 유머는 시사해주는 바가 참으로 많습니다.
하늘을 유유히 날아 예지만 어디까지나 가짜인 독수리, 또 새를 쫓지 못하고 그냥 멍청히 자리만 지키고 있는 허수아비, 진짜 고양이는 고양이되 오히려 쥐를 무서워하는 고양이, 이런 현상과 류사한것들을 우리 인간생활에서도 흔히 찾아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슴 아픈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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