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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방거자
2012년 07월 08일 08시 57분  조회:3263  추천:10  작성자: 김혁


. 칼럼 .

락방거자 (落榜擧子)
 

 김 혁 
 
1
 
매양 초여름이면 가장 힘들게 "홍역"을 치르는이들이 있는데 바로 고등입학시험에 응전하고 그 결과를 조갈들게 기다리는 입시생들이다,
분전하여 시험을 치른다음에는 또 시험결과를 기다리기까지가 그야말로 일편단심 몽룡을 바라는 춘향의 기다림처럼 일일이 여삼추(一日如三秋)일것이다. 수험생 한사람만이 아니고 온 가족들이 눈과 귀가 동시에 한군데로 쏠리면서 그야말로 식불감(食不甘) 침불안(寢不安)이요, 바늘 방석에 앉은 심정이 되는게 상례이다.
이제 드디여 그 홍역도 끝나고 곧 새로운 출발을 맞게 될턴데 바라던 좋은 대학에 합격한 이들은 날듯이 기쁘겠지만 불행하게 락방하고 만 학생들은 격심한 허탈감에 몸부림치게 된다.
그렇다면 합격만이 행복의 보장이고 불합격은 불행의 시작일가?
 
2
 
옛날 과거에 응하는 자를 일컫어 거자(擧子)라 하였고 락방한 자는 말그대로 락방거자(落榜擧子)라 불렀다.
청나라 소설가이며 유명한 고전 "료재지이”의 저자 포송령"은 "거자칠변(擧者七變)이라는 글에서 수험생들의 심경에 대해 “발표를 기다리는 중에는 안절 부절 못하는 목줄 매인 ‘잔나비 꼴’이요, 락방을 하고 나면 독 버섯 먹은 ‘파리 꼴’이라”고 적고 있다,
그 역시 여섯번이나 과거에 락방의 고배를 마신적있기에 락방한 자들의 아픔을 극명하게 알고 있는것이였다.
하지만 고금중외의 이름 쟁쟁한 인물들중에는 락방거자가 이외로 적지 않다. 또한 그들은 락방의 아픔을 딛고 세계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인물의 반렬에 올랐다.
포송령의 "거자칠변"을 보고 대학자 림어당이 "락자칠변"(落者七變)이란 글을 남겨 일곱가지 군상으로 나누고 있는데 그들로 보면-
학창시절 수학이외의 과목은 몽땅 락제점에다 대학 시험에서도 락제점이였던 "아인슈타인" 같은 만재(晩才)
시험에 제출한 론문을 채점관의 리해부족으로 락방 되였으나 후에 그 론문이 세상에 발표되여 지식인들을 깜작 놀라게 했던 폴 발레리같은 은재(隱才)-
시험만 치르면 락방을 했으나 뒤날 자신의 적성을 살려 세계적인 시인이 된 하이네같은 반재(反才)
시험에 락방한후 일찌감치 사업으로 대 성공을 거둔 중국의 대재벌 석숭(石崇)과 같은 상재(商才)
소학교 때부터 늘 퇴학이나 당했던 "피카소"같은 예재(藝才)
거듭되는 락방에 호구지책으로 아이들을 가르키며 연명해가다 농민운동에 앞장서 봉기군 수령으로 되였던 홍수전등과같은 역재(逆才).
그리고 이도 저도 아무런 싹수가 없는 빈재(貧才)등으로 나누고 있다.
 
3
 
우리들의 초중학교 교과서에는 오경재(吳敬梓)의 “범진이 과거에 급제하다(範進)”는 고사가 있다.
한평생 과거보기를 일삼다가 늙으막에야 급제하였다는 소식을 들으나 기쁜 나머지 곧 미쳐버리는 선비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나면 누구나 그 옛날 과거제도의 페해에 소름이 돋을것이다.
그만큼 옛날 천군만마가 외나무다리를 건너려 다투는것에 비유할 만큼 과거제도라는 한 나무에 목을 매다는 인간들이 많았다.


오늘도 나는 정말 바보이며 아무것도 할수 없는 무능한 존재인가 하는 심한 자괴감에 함몰되여 자학하는 락방생들을 우리 주변에서 자주 찾아볼수 있다.
늘 회자(膾炙)되는 말이지만 대학을 가는 길만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고 인간의 성공과 행복이 결코 성적순이 아니다. 시험이라는것은 다만 주어진 시간안에서의 승부일 뿐이다. 단 한번의 입시승부를 진정한 삶의 승패를 가르는 시금석으로 볼 수 없는것이다.
"력발산 항우( 項羽 )도 락상할 때가 있다."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기운이 센 천하의 항우라도 보잘것 없는 돌부리에 걸려서 쓰러질 경우가 있다는 말이니, 아무리 자신만만한 사람이라도 실패할 때가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올랐다고 기고만장 하거나 떨어졌다고 락심천만 할 리유가 없다,
이럴때일수록 현황을 역지사지로 풀어 내면 된다고 본다.
짓누르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지 말고 곰곰히 따져 생각하면서 자신만의 진로를 선택함이 중요하다. 락방과 불합격이 미덕은 아니지만 패덕 또한 아니라는 걸 알아둘 필요가 있다.
합격을 하고도 목표의 꽃을 피우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락방을 기폭제 역할로 삼아 끝끝내 결실을 보는 사람도 있으니 안방에 들어박혀 절치부심(切齒腐心)하지 말고 자중자애속에 눈을 들어 보다 높이 그리고 보다 넓게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꿈이 살아있고 부단한 노력이 있는한 인생에는 결단코 두번다시 실패란 있을수 없나니...
 
연변일보 "종합신문" 2007년 08월 
 


김혁 문학블로그:http://blog.naver.com/khk6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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