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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언과 노벨문학상 (2)
2012년 12월 05일 08시 52분  조회:3919  추천:9  작성자: 김혁

막언과 노벨문학상 (2)
 
막언의 대표작 해설


 

 
연변인민방송국 “문학살롱”

게스트: 김혁 (소설가, 연변작가협회 소설분과 주임)
 
사회: 신금철
편집: 남철

 
첫 방송  2012.  12.  5   16:00FM
재방송   2012.  12.  6   08:00AM
재방송   2012.  12.  6   08:00FM
  

  
- 신: 안녕하십니까? 문학살롱진행을 맡은 신금철입니다.
지난주 이 시간에 저희들은 연변작가협회 소설창작위원회 주임이신 소설가 김혁선생을 모시고 “막언과 노벨문학상” 시리즈의 첫 번째 시간으로 막언작가의 프로필, 문학창작의 길, 그리고 그의 대표작인 “붉은 수수”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 시간으로 막언의 장편소설들을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난주의 첫 방송을 통해 우리는 중국공민으로는 첫 사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막언에 대해 초보적으로 알아보았습니다. 그럼 오늘은 막언의 장편소설들에 대해 소개를 부탁드리겠는데요, 어떤 장편소설들이 있습니까?
 
= 김: 막언의 장편소설은 모두 11부인데 거개가 력작이라 말할수 있지요.
오늘은 그중에서도 대표작격인  "풍유비둔 (丰乳肥臀)", “생사피로 (生死疲劳)”, "박달나무 형벌 (檀香刑)", "개구리"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신: “풍유비둔”의 한자어 해석대로 하면 풍만한 젖가슴과 엉덩이라는 뜻인데요, 아마도 여성상을 주제로 한 소설이라는 인상이 느껴집니다.
 
 
 
 
 
= 김: “풍유비둔”이라는 제목은 모성 그리고 원시적 생명력의 표현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1996년에 발표된 소설은 그 이듬해 제1회 "대가 홍하문학상 (大家.红河文学奖)"을 수상했습니다. 당시로 말하면 거금인 10만원이라는 상금의 수상과 그 파격적인 내용으로 한때 가장 물의를 빚었던 작품입니다.
      
  줄거리를 보면-
  청나라 말기에 태여난 어머니 상관로씨(上官鲁氏)는 중국의 "치욕의 전매물"인 악명 높은 전족(纏足)의 고통을 겪으면서 소녀로 성장하고 결혼한 뒤에는 무기력한 남편을 만나 시어머니의 구박속에서 하루가 지겹게 살아갑니다.
아들을 낳아야 집안에서 사람대접을 받을수 있는 처경에서 로씨는 아들을 낳기 위해 끊임없이 임신하는데 그 아이들의 아버지는 고모부이기도 하고 우연히 마을로 들어온 장사아치거나 떠돌이 의사이기도 합니다.
  이 소설의 화자인 금동이는 비극적 운명을 가지고 세상에 나오게 됩니다. 금동이 태여나는 날 일본인들이 마을에 진입하고 금동의 일가족은 소름 끼치는 전쟁장면을 목격하게 됩니다. 전쟁과 출생, 신생의 희열과 죽음의 재난이 한 가정의 마당에서 무대극처럼 동시에 펼쳐집니다. 금동이 잉태되는 순간부터 비극은 시작되며 바로 문화적 숙명이 되는거지요.
  그런 금동은 점차 커가면서 녀자의 유방에 집착하는 편집적인 행동을 보이며 사체 강간범으로 징역을 살게 되기도 하는 기이한 운명을 살아갑니다. 작가는 소설에서 혼혈아인 상관금동을 통해 중국인의 몸에 기생하고 있는 문화의 이원성(二元性)을 말하고자 합니다.
  9남매나 되는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겪는 사건들은 20세기 중국의 여러 사건들과 아주 밀접한 관련을 가집니다. 지난 20세기 중국 대륙을 휩쓸고 지나간 모든 중대한 력사적 사건들이 소설에 등장합니다. 8국련합군의 침입, 일본군의 침략, 국공의 내전, 중국의 동란시대에 련달아 일어나는 정치운동, 그리고 1990년대의 시장경제까지 한데 어우러져 중국의 근현대사를 소설 한권에서 한눈에 살펴볼수 있습니다.
       "풍유비둔", 살찐 젖과 엉덩이라는 뜻으로 자칫 잘못하면 외설적인 느낌의 제목이 될수 있을지 모르는 작품입니다. 하여 중요한 문학상을 수상하고도 한때 판매가 금지되였다가 다시 판금조치가 풀리기도 한 문제작입니다. 하지만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부분은 어머니, 즉 모성애입니다. 어머니라는 생명의 모체를 통해 중국의 근현대사의 한풀이를 하고 싶었던것입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어머니는 우리가 알고있는 륜리적이며 도덕적인 어머니가 아닙니다. 따뜻하고 친근한 어머니와 달리 막언의 필끝에서 주조된 이 어머니는 어쩌면 쉽게 용납할수 없는 행위들을 일삼는다. 대를 잇기 위해 누구와도 쉽게 잠자리를 하는가 하면 근친상간의 행위까지 서슴치 않고 저지른다. 시부모를 죽이며 심지어 외국 국적의 목사와 한쌍의 혼혈아를 낳기도 합니다. 이런 어머니의 행동은 파격적입니다. 여기서 어머니는 하나의 부호로 나타납니다. 작가는 "유방 콤플렉스"라는 병적에 가까운 환자의 행태로부터 은유적인 수법으로 작품을 전개해 나가면서 어머니의 일대기를 통해 20세기 중국의 정치와 민간의 생존방식을 조명합니다. 병태적으로 보이는 이런 행위는 어머니의 전형성에 손상을 주는것이 아니라 오히려 어머니의 위대함과 불멸의 원시적인 모성애의 창조력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항간에서는 외설적인 작품으로 "색 안경"을 끼고 읽히고 있고 작가는 참혹한 모습들을 어딘가 흥미로운 스토리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속에는 중국의 힘든 근대사를 살아와야 했던 녀인네들의 피눈물로 얼룩진 아픔과 련민이 내포되여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나름의 성모마리야와도 같은 민간녀신을 주조해 내려 꾀합니다. 중국의 전형적인 어머니를 통해 대륙의 비극적 근현대사의 아픔을 이야기하려는것입니다.
  한시기 평론가들과 독자들에 의해 폄하(貶下)당하기도 했지만 이 작품은 창작자인 막언에게 있어서는 "자신의 창작생애에 있어서 가장 막중한 작품"이라고 간주 되여 있습니다. "풍유비둔"은 막언으로 말하면 민간서사성 방식의 창작에서의 성공적인 실험작이였습니다.
 
- 신: 한 가정의 이야기속에 중국의 근현대사를 담아냈고 또 이를 통해 모성 그리고 원시적 생명력을 표현했던 막언의 장편소설 “풍유비둔”이였습니다. 다음 작품은 어떤 작품입니까?
 
 
 
 
= 김: 다음 소개해드리려는 작품은 장회체로 펼쳐지는 인생극장인 “생사피로 (生死疲劳)”입니다.
2006년 작가출판사에 의해 출간된 이 작품은 "중국고전소설과 민간서사(叙事)라는 우리 고유소설들의 위대한 전통에 경의를 드린 큰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습니다.
  불교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주인공이 나귀, 소, 돼지, 개, 원숭이를 거쳐 새로운 천년인 2001년 세기의 아이로 환생한뒤 그가 륜회과정에서 보고 겪은 이야기를 서술하는, 구술의 형태로 진행합니다.
 
- 신: 장편소설 “생사피로”의 줄거리는 어떻습니까?
 
= 김: 줄거리를 보면- 
  고밀 동북향의 지주였던 서문노는 토지개혁시기에 악덕지주로 몰려 동네사람들에게 총살당합니다. 염라전에서 서문노는 염라대왕에 의해 서문집안의 나귀로 환생합니다. 환생하여 돌아와 보니 둘째부인 영춘(迎春)은 서문노의 자식인 금룡과 보봉을 데리고 서문집안의 머슴이였던 람검(蓝脸)에게 개가를 했고 셋째부인 추향은 서문노를 총살한 민병대장에게 개가를 했습니다. 서문나귀가 륜회하던 날 람검과 영춘의 아들 람해방이 태여납니다. 람검과 영춘은 서문나귀를 극진히 보살피고 토지개혁으로 서문촌의 모든 이들이 인민공사에 가입했으나 람검은 혼자만 개인농사를 고집합니다. 그러는 람검을 서문촌 촌장 홍태악(洪泰岳)이 락후분자라며 괴롭힙니다. 서문나귀는 석수쟁이 한씨네 암나귀와 정을 통하고 촌민위원회 서기인 방호의 애마가 되였다가 어느 한번 부상을 당해 목숨을 잃습니다.
  1964년, 서문노는 다시 소로 환생해 소시장에서 팔려 람검네 집으로 오게 됩니다. 그런 와중에 문화대혁명이 일어나고 람검부자는 홍위병들에게 괴롭힘을 당합니다. 참다못해 이때 강제로 교미를 시키려던 사람들을 피하다가 서문소는 또 한번 죽음을 맞습니다.
세번째로 서문노는 서문촌 농장에서 새끼돼지로 환생합니다. 본처인 백씨의 보살핌으로 서문돼지는 으뜸가는 종자돼지로 자라납니다. 그동안 서문노의 본처인 백씨는 홍태악의 희롱을 받고 분을 이기지 못해 목을 매 자살합니다. 서문돼지는 한겨울 얼음이 깨져 물에 빠진 아이들을 구하다 죽음을 맞습니다. 네번째에는 개로 환생한 서문노는 람해방의 집에서 자라게 되지요. 부현장 자리에 오른 람해방은 방호의 딸과 사랑에 빠져 아들 람개방(蓝开放)을 버리고 마을에서 도주합니다. 마을에 남은 늙은 람검과 함께 서문개는 죽음을 맞고 다시 염라전에 불려가게 됩니다.
  서문노는 마지막으로 방봉황(庞凤凰)과 서문환이 데리고 다니면서 공연하는 원숭이로 환생합니다. 서문환은 서문금룡의 아들, 즉 서문노의 손자입니다. 동네 건달무리들에게 서문환이 죽임을 당하자 봉황을 련모하던 람개방은 봉황을 돌보며 어렵사리 그녀의 마음을 얻게 되는데요. 봉황과 결혼하겠다는 람개방의 말에 람해방은 사실 봉황은 람개방의 큰아버지의 딸이라는 숨겨진 출생의 비밀을 알려줍니다. 이에 분노한 람개방은 봉황의 원숭이를 쏴죽이고 자신도 목숨을 끊습니다.
2000년 새해의 어느 밤, 서문촌 역전의 한 려관에서 봉황이 람개방의 아이 람천세를 낳습니다. 하지만  봉황은 과다출혈로 목숨을 잃게 됩니다. 그후 람천세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겪은 륜회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해주는것으로 소설은 대매를 장식합니다.
 
       어찌보면 황당하기 그지없는 작품이지요. 하지만 이 작품을 읽고나면 막언은 참말로 탁월한 이야기 꾼이고나 하는 감탄을 머금게 됩니다.
  이 작품은 사회주의중국이 성립된후의 새해인 1950년 1월 1일부터 새천년이 시작되는 2001년 1월 1일까지 반세기의 중국의 력사를 파노라마로 펼치고 있습니다. 그동안 중국에서는 토지분배가 이루어지고 인민공사라는 집단소유제가 실시되고, 문화대혁명이 일어나고 개혁개방이 시작됩니다. 이처럼 중국은 20세기 인류력사의 상징적인 실험장이였습니다.
  작가는 즐겨 다루던 중국현대사의 질곡과 급변하는 현실이라는 소재에, 륙도륜회라는 동양만의 상상력을 더했습니다. 
   "생사피로"는 그 반세기동안 중국 농민들이 겪은 경험과 아픔과 력사에 대해 풍성한 이야기로 풀어나가면서 이야기속에 깊은 문제의식을 담고 있습니다. 막언은 이 작품에서 주인공의 운명적인 륜회를 바탕으로 중국사의 운명적인 륜회를 이야기합니다. 력사의 큰 흐름속에서 개인의 기억과 경험이 차지하는 역할과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가 력사의 흐름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 보여줍니다. 한편 소설에서 막언은 "인간사의 덧없음과 고달픔"이라는 깊은 주제를 읽는 재미를 살려 탁월한 이야기꾼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있습니다.
       소설속 주요 화자는 인간이 아닌 동물입니다. 인간이 아닌 동물로 살면서 바라본 세상사, 참으로 지극히 객관적이며 아이러니적입니다. 돌고 도는 인생사라는 옛 말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래세가 아닌 현세를 잘 살아야 하는 인생이란 어차피 달콤한 즐거움이 아닌 쓰디쓴 고통과 슬픔도 안겨주는 것이라는 각오를 깨닫게 합니다.
  장회체라는 중국 전통의 서사방식으로 성공적으로 풀어낸 이 소설은 기괴하고 황당무계하고 터무니없는 이야기이지만 능청스럽게 펼치는 그 입담이 절정에 다달았다는 평가를 받고있습니다.
이 작품은 2008년 미국에서도 번역 출간되였습니다. 영문으로 출간된뒤 주요 언론의 조명을 받았으며 최근 유럽 출간에 맞춰 개최한 랑독회에서도 열띤 호응을 얻었다고 합니다.
 
- 신: 막언의 장편소설 “생사피로”, 중국고전소설모식인 장회체 식으로 쓴것과 륜회의 형식을 통해 인물의 형상을 보여준것이 특징적이였습니다. 다음 작품은 어떤 형식으로 된 작품입니까?
 
= 김: 휴머니즘의 파노라마--"박달나무 형벌 (檀香刑)"입니다.
 
- 신: 제목자체부터 이색적인 느낌이 듭니다.
 
 
 
= 김: 네, 개인적으로 말하면 이 작품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막언의 작품입니다.
  2008년 상해출판사에 의해 출간된 이 작품은 백여년전, 서방 8국련합군이 북경에 마수를 뻗치던 시기, 청조말 산동성을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그야말로 한편의 짜여진 드라마를 보는듯한 작품은 혁명과 민족, 법과 량심, 사랑과 그에 따른 시련이 박진감 넘치면서도 훈훈한 인간애로 관통되여있습니다.
   1900년 독일이 원세개(元世凱)의 지원아래 중국에 철도를 부설하기 시작합니다. 산동성의 어느 한 류랑극단의 단장 겸 배우인 손병(孙丙)은 독일인이 안해를 희롱하자 몽둥이로 후려쳐 죽이게 됩니다. 이 우발적인 사건으로 독일병사들은 안해와 두 아들, 그리고 마을 주민들을 학살합니다. 피신해 떠돌던 손병은 "의화단"에 가입해 다시 마을로 돌아와서 독일군과 맞서다가 관병에 붙잡히게 됩니다.
  한편 손병의 딸 손미랑(孙眉娘)은 아버지를 따라 연극을 하던 배우 출신이며 백정의 젊은 안해로 개고기 주점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진보적인 고을 현령인 전정(钱丁)과 신분과 나이의 차이를 극복한 파격적인 사랑을 나눕니다. 과거에 급제한 선비 출신인 현령 전정은 물산이 풍부한 자신의 고장을 더욱 잘 다스리며 주민들에게 칭송을 받는 관리입니다. 그러나 청조말의 혼탁상과 렬강들의 침탈에 어떻게 조정의 무능한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서도 백성들을 돌볼수 있을까 고심합니다. 의화단의 봉기로 외세에 저항하는 손병의 민족정신을 십분 리해하면서도 전정은 백성들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 그가 자신의 젊은 애인 손미랑의 아버지임을 알면서도 하는수 없이 손병을 체포합니다.
   원세개와 독일 총독은 손병에게 차마 눈뜨고 볼수없는 참형을 가하도록 지시합니다.
 바로 이 작품의 제목이 된 박달나무 형벌을 행합니다. "박달나무 형벌"이란 참기름에 잘 삶은 매끄러운 박달나무 꼬챙이를 항문으로부터 박아넣어 내장을 상하지 않게 관통시켜 목뒤로 빼낸 다음, 다시 십자기에 매달아 놓아 5일간 숨이 떨어지지 않게 하는 세계력사상 유례없는 가장 참혹한 형벌입니다.
       조갑(赵甲)은 30여년간 북경에서 범인 수백명을 처형한 최고의 회자수로서 조정으로부터 상을 받고 귀향하여 아들과 며느리 손미랑과 살고 있습니다. 조갑은 혁명가이자 사돈에 대한 례우로 최대한 장엄하게 그 형벌을 가합니다. 하지만 그 집행관인 현령 전정은 민족의식이 되살아나 독일의 뜻대로 그 형벌이 성공하지 못하게 손병을 찔러 죽입니다. 그리고 손미랑은 친아버지에게 참형을 가한 시아버지 조갑을 찔러죽인다. 작품은 비장한 막을 내립니다. 그야말로 드라마에서나 볼수있는 굴곡적인 스토리로 소설은 숨가쁘게 이어지고 잇지요.
       배우였던 손병의 연극같은 랑만적인 인생과 혁명적인 비장한 삶. 고을 현령 전정의 법과 량심의 괴리, 그리고 조갑이 행할수밖에 없었던 잔혹한 체제의 법 질서와 사형의 미학. 손병의 딸이자 조갑의 며느리인 손미랑의 자유분방한 사랑 등을 그린 이 작품은 중국 대륙의 력사와 문화, 그리고 삶과 죽음의 파노라마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몰락하고있는 청나라의 파란많은 사건들을 소설은 죄다 끌어안고 있습니다. 무술변법, 의화단, 외국식민지렬강들의 수탈 등등… 이러한 잔혹한 운명 앞에서 몸부림치며 극한에 처한 환경을 이겨내고 인간의 존엄성을 확보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들은 독자들에게 절실한 감동을 안겨줍니다.
       "박달나무형벌"은 민중의 통곡소리가 들린다는 평을 얻은 작품입니다. 막언은 "력사적 난관을 극복하면서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낸 내 고향 력사와 전통을 토대로 씌어진 이 실험적 력사소설을 읽으며 중국의 문화적 풍토를 리해해주길 희망합니다"고 자신의 창작의도를 밝혔습니다.
  이 작품에서의 방대한 서사형식을 두고 평론가들은 "막언은 짙은 북방 사투리를 구사하면서 민중의 삶을 중심으로 한 서사를 펼치는 동시에 전통적 리얼리즘에 국한되지 않고 분방하게 서사를 끌어나가면서 자유로운 스타일을 구사해 세계적 반렬에 올랐다"고 평했습니다.
       이 소설에도 역시 막언은 전례없는 실험성을 보이고있습니다. 작품은 주인공들이 직접 화자(話者)로 나서 독자와의 대화, 혹은 독백체로 자신의 심경을 이야기하듯 털어놓습니다. 연극 같이 주인공들이 직접 화자로 나서 작품을 이끌다가 그 작품의 중간에 작가가 화자로 나타나서 이야기의 전개상황을 설명하며 또 인물의 됨됨이도 평합니다.
  "인민일보"는 이 작품을 "21세기에서 으뜸가는 위대한 중국 소설"이라 평하고 있습니다.
 
- 신: 다음 작품은 지난해 모순문학상을 받은 장편소설 “개구리”인데요, 이 작품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 김: 막언의 장편소설 “개구리”는 넓은 감성과 깊은 사색을 자아내는 작품입니다. 2009년에 상해문예출판사에 의해 출간된"개구리"는 산아제한 정책인 "계획생육"의 실무자로서 농촌마을을 돌아다니며 임신부를 강제로 임신중절수술을 해야 했던 한 산부인과 의사의 이야기를 다루고있습니다. 소설은 극작가인 "올챙이(蝌蚪)"가 스기타니 요시토(杉谷义人)라는 일본작가에게 5통의 긴 편지를 보내여 향촌 산부인과 의사인 고모의 인생경력을 이야기하는 서한체 수법으로 되여있습니다.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의 조카가 일흔이 넘은 고모의 과거를 회상하기 시작합니다.
  젊은 시절 고모는 실력 있는 산부인과 의사로서 천여명의 아이들을 접생하므로써 “살아 있는 보살이자 삼신 할멈”으로 린근에 소문이 높다. 그러나 정부에서 계획생육정책을 펴면서 고모는 임신중절수술을 하도록 강요받는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아들을 보려는 욕심에 "불법임신"을 계속 감행합니다. 당에 대한 충성심과 락태시술에 대한 죄책감 사이에서 갈등하던 고모는 점점 폭력에 의존하게 됩니다. 임신부를 병원에 데려가 락태시키기 위해 무장민병을 동원하고 뜨락또르를 몰고 나서 집을 허물겠다고 위협하기도 합니다. 조카인 올챙이의 안해가 수술대에 올랐다가 뜻밖에 세상을 뜨지만 고모는 계획생육의지를 더욱 불태울 뿐입니다.
  고모는 임신 7개월인 왕담(王胆)을 체포하고자 강에서 추격전을 벌인 끝에 복숭아를 운송하는 뗏목에 숨은 그녀를 찾아냅니다. 하지만 왕단은 뗏목우에서 조산하게 되여 아이를 낳다가 숨을 거두게 됩니다. 아이가 없어 고심하던 주인공 올챙이는 대리모를 써서 아들을 얻으려 합니다. 그런데 대리모가 왕담이 떼목에서 낳은 딸임이 밝혀진다. 화재로 온몸에 화상을 입어 일을 할수 없는데다가 아버지마저 교통사고를 당하자 생계를 위해 그녀는 대리모로 나선것입니다. 출산후 애끊는 모정에 실성한 왕담의 딸이 아이를 돌려달라고 요구하지만 올챙이는 거절합니다. 부조리한 정책때문에 안해와 배속 아이를 잃은 피해자였던 올챙이가 그녀와 자기 아들의 인권을 짓밟는 가해자로 돌변한것입니다. 분쟁이 커지자 고모는 거짓증언으로 올챙이가 아이 친권을 인정받게 돕게 됩니다.
  자신이 락태수술한 아이들과 수술도중 사망한 녀인들에 대한 죄책감에 고모는 뒤늦게 회한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고모는 스스로 목매여 자살하려 하다가 올챙이에 의해 구조됩니다. 은퇴한 고모는 자신이 락태한 아이들의 모습을 흙 인형으로 빚으며 속죄의 모습을 보입니다.
       막언은 "개구리"에서 중국 최초로 "계획생육"을 정면으로 다루어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여기서 "계획생육"이라는 초점을 맞추어 구체적인 사건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막언의 관심은 역시 력사적 풍랑에 휘말린 인간과 그들의 삶입니다. 무가내한 시대의 소용돌이에 처해 있는 현실을 묘사하면서 그 인물지간의 갈등을 세세히 그리고 있습니다. 여기서 또 한번 힘든 시대의 상황속에서도 꿋꿋이 살아 숨 쉬는 민중의 생명력을 찬미합니다. 이어서 당대 중국 지식분자들의 미비한 령혼에 대해 일격을 가합니다.   
  작품의 제목으로 된 개구리는 강력한 생식력으로 다산의 상징으로 꼽히며 중국에서는 년초에 집 문전에 붙이는 민화에 단골로 등장합니다. 또한 "개구리(蛙)"는 갓난아기를 뜻하는 와(娃)와 동음어이며, 중국 고전신화에서 인간을 창조해낸 녀신 녀와(女娲)를 련상시키기도 합니다. 작가는 "개구리"를 통해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여성의 출산조차 법으로 옭아매려는 력사적 흐름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 숨 쉬는 민중의 생명력을 찬미하고있습니다.
 
- 신: 참으로 개구리는 복합적인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고 생각됩니다.
 
= 김: 소설 “개구리”의 한대목을 읽어보기로 합시다.
사실 개구리가 뭐 무서워요? 사람과 개구리는 조상이 같잖아요. 올챙이랑 사람 정자랑 모습도 비슷하고, 사람 난자랑 개구리 난자도 별반 차이 없어요. 그리고  3개월 된 태아 표본 본 적 있어요? 긴 꼬리를 늘어뜨린 모습이 변태기 개구리의 모습과 거의 똑같다고요.

   "개구리"에서 막언은 또 한번 구성의 새로운 형식을 창조합니다. 이번에는 서신체와 연극을 결합한 새로운 형식이 등장합니다. 형식적으로는 자전적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며 마지막 편지에는 9막짜리 극본이 붙어 있습니다. 형식상 서한체가 분명하지만, 내용은 소설처럼 읽히고 어찌 보면 소설인데 분명 서한체입니다. 허구와 진실이 번갈아 등장하는 방식과 "연극속에 연극이 들어있는" 일종의 소격(疏隔)효과는 소설의 서사 공간을 크게 확대시켜 소설을 더욱 풍부하고 다의적으로 만들어 주지요.
  십년이 되도록 구상해서 4년을 걸친 집필, 세번의 수개를 거쳐 내놓은 력작 "개구리"에서 막언은 많은 부작용과 론난을 량산하고 있는 이 문제에 최초로 문제 제기를 했고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막언은 "소설을 쓰는데 가장 중요한것은 바로 사람을 쓰는것이며 나는 사람을 똑바로 보고 쓰기로 했다"고 "개구리"의 창작담에서 말했습니다. 그러한 안목으로 막언은 이 작품에서 인간의 외로움과 공포, 리기심, 잔인함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는 한편 인간이 지닌 아름다움과 삶에 대한 희망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인간을 억압하는 계급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로동자·농민을 대하는 그 세월 체제의 허위를 폭로하고 관료주의 행태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중국넷"은 "민감한 주제를 다룬 대담한 소설”이라고 평했고, "남방주말"은 이 책이 "넓고 깊은 감성으로 력사가 수많은 이들에게 입힌 아픈 상처를 품어주고 있습니다."라고 극찬했다. "개구리"는 "생명의 본질을 추구하면서 인간성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보여 주는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2011년 제8회 모순 문학상을 수상했다. 막언으로 말하면 당시 이 작품으로 인생 최고의 상을 수상한것입니다.
       막언의 몇몇의 작품에서 살펴봤다싶이 그의 거의 모든 작품들은 농민과 하층민을 사회의 중추적 세력으로 등장시켜 중국의 근현대사를 가로지르고있습니다. 또 다양한 문체와 쟝르적 수법을 거침없이 구사하면서 거센 력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온 민중의 삶을 거침없이 그려내고있습니다.
  • 신: 오늘 문학살롱에서는 김혁소설가를 모시고 막언의 장편소설 "풍유비둔", “생사피로”, "박달나무 형벌"과 "개구리"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막언의 작품세계를 한층 깊이 조명해본 시간이였다고 생각됩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주 계속하여 “막언과 노벨문학상” 세 번째 시간을 기대해 주십시오. 오늘 프로 여기서 마칩니다.
 
(계속)
 
 김혁 문학블로그:http://blog.naver.com/khk6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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